포항 아파트 지하 주차장 출차 요청에 주민 다수 연락두절
[태풍 힌남노]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방송듣고 차빼러 나간 7명 실종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한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모 아파트에서 출차 안내방송을 듣고 지하 주차장에 들어간 주민 7명이 실종됐다.

복수 주민에 따르면 이 아파트 1·2단지 관리사무실은 오전 6시부터 수차례 출차 안내 방송을 했다.

1단지에는 첫 두차례 방송에 "지하 주차장은 침수되지 않았으며, 놀이터 쪽 지상 주차장에 세운 차는 출차해야 한다"고 안내 방송이 나왔으며, 오전 6시 30분께 나온 세번째 방송 때 "주차장에 물이 차니까 차를 옮기라고 했다"고 한다.

2단지에는 수차례 동일하게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고 있으니 긴급하게 차를 빼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고 주민은 입을 모았다.

주민 중 남편이 실종된 한 여성은 "남편이 세 번째 방송을 듣고 나갔다"며 "더는 말하고 싶지 않다"며 애끓는 마음을 온 얼굴로 표현했다.

이 여성의 남편은 이날 오전 6시 30분께 태풍 '힌남노'가 경북 포항 초입을 관통할 때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들어갔다가 실종됐다.

함께 지하 주차장에 내려간 다른 주민 5명도 같은 시각 동시에 실종됐다.

1단지 주민으로 알려진 한 남성은 아들이 지하주차장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자 신고를 하고 주차장에 갔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돼, 이 아파트 실종자는 모두 7명으로 추산됐다.

주민들은 아파트 출차 안내방송을 듣고 다수의 주민이 동시에 주차장에 모였으며, 수분만에 지하 주차장에 물이 차올랐다고 전했다.

일부 운전자가 차를 버리고 도망치는 바람에 지하주차장에 차들로 긴 줄이 세워졌다고도 전했다.

폭우 당시 만조 때였으며, 인근 이마트 1층도 침수되는 등 아파트 주변 상황은 몹시 급박했다.

아파트 관리실 관계자는 "1·2차 방송과 3차 방송 사이가 한 20분 정도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갑자기 내용이 바뀐 건 그만큼 갑작스럽게 폭우가 쏟아졌고, 아무도 상황을 예측 못했다"고 말했다.

주민은 애타는 심정으로 구조 현장을 지켜봤다.

한 주민은 "갑자기 지하 주차장 차를 빼라고 하니까 모든 집 가장들이 다 나갔다"며 "애들을 데리고 나간 집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애 아빠들이 그 시간에 다 차 빼러 나갔다"라고 전했다.

이 아파트 1·2단지 지하 주차장은 'ㄷ자' 형태로 연결된 구조이기에 당시 많은 주민들이 한 번에 주차장에 몰렸다는 설명이다.

포항 남부경찰서는 이 아파트 1·2단지 지하 주차장 관련 실종자로 공식 접수된 것은 총 6명이며, 이 중 실종자 신고가 중복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밝히고 추가 실종자 유무는 지하 주차장 배수를 완전히 마친 뒤에야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북소방본부는 이날 오전 9시 46분께 포항시 남구 오천읍 구정리 한 아파트에서도 지하 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하려고 들어간 66세 여성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태풍 힌남노]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방송듣고 차빼러 나간 7명 실종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