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왔다 가면 바로 대박"…300억 번 BTS RM의 남다른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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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화가들의 작품 소장 후 수집품 공개
RM 아닌 김남준의 취미 생활인 '미술 감상'
그가 다녀간 미술관마다 북적이는 'RM로드'
세계 미술관들도 RM 다녀가면 인스타 공유
단순 컬렉팅 그치지 않고 오디오 도슨트
"국내 문화재 보존해달라" 매년 1억 몰래 기부도
BTS 멤버 아닌 개인 김남준으로 존재하는 시간
그의 일과 따라하는 팬들의 '남주닝'
ARMY의 파급력 더해져 '파워 인플루언서'로
돈 벌면 차와 집 사는 연예인의 소비 틀 깨고
취향 알리며 문화계 선한 영향력 끼치는 '신권력'
RM 아닌 김남준의 취미 생활인 '미술 감상'
그가 다녀간 미술관마다 북적이는 'RM로드'
세계 미술관들도 RM 다녀가면 인스타 공유
단순 컬렉팅 그치지 않고 오디오 도슨트
"국내 문화재 보존해달라" 매년 1억 몰래 기부도
BTS 멤버 아닌 개인 김남준으로 존재하는 시간
그의 일과 따라하는 팬들의 '남주닝'
ARMY의 파급력 더해져 '파워 인플루언서'로
돈 벌면 차와 집 사는 연예인의 소비 틀 깨고
취향 알리며 문화계 선한 영향력 끼치는 '신권력'
“우리 전시에도 RM을 오게 할 방법이 없을까요?”
요즘 미술관이나 갤러리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RM이 한번 와주면, 그가 인스타그램에 ‘그 전시 보고왔다’고 포스팅 한번만 해주면 다음 날 바로 ‘대박 전시’가 된다는 게 그 이유다. 이런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다.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로스코 채플(Rothko Chapel)과 메닐 컬렉션(The Menil Collection),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현대 미술관 더 브로드(The Broad)는 모두 RM이 방문하자마자 그의 동선을 따라 인증샷을 남기고 싶어하는 수 많은 방문객들이 몰려 들었다.
워싱턴 국립 미술관도 RM이 방문한 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급증했다. 그가 클로드 모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폴 사진 등의 작품과 함께 벤치에 앉아 찍은 사진을 공유한 뒤 갤러리 팔로어 수도 수십 만 명 증가했다. 미술에 대한 RM의 행보가 대중들의 본격적인 관심을 끈 건 2020년부터다. 생일날 미술관을 찾은 일상 사진 등을 공유한 게 그 시작이다. 이후 그가 소장한 그림들이 알려지면서 RM의 이미지는 단순 애호가에서 컬렉터로 변화했다. 그가 찜한 신진 작가의 작품들은 국내 아트페어에서 몇 분 만에 완판되는 기록들도 세웠다.
그게 끝이 아니다. RM은 국내 미술계와 문화재 보존을 위해 조용히 거액을 기부하고, 도슨트 등 재능 기부 활동도 펼친다.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선 “미술을 위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그렇게 그는 세계적인 아트페어와 미술관이 먼저 찾는 '월드 아트씬의 파워 인플루언서'가 됐다. 그것도 단 2년 만에. 28세의 RM은 어떻게 세계 미술계를 사로잡았을까.
RM은 20대에 큰 돈을 번 다른 음악가들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미술품 수집가이자, 미술애호가이자, 미술계의 후원자가 되기로 했다. 그 시작은 2018년 BTS의 시카고 투어 때였다. 시카고 현대미술관에서 모네와 쇠라의 그림을 보고 "거의 스탕달 증후군 같았다"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어릴 때 미술관에 자주 갔지만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감정을 한번에 느꼈다는 것.
스탕달 증후군은 프랑스 작가 스탕달(1783~1842)이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크로체 성당을 찾았다 감동 받아 순간 심장박동이 크게 뛰고 쓰러질 것 같은 경험을 한 데서 생긴 용어다.
이후 그는 한국의 대표 화가 윤형근, 조각가 권진규의 '말', 미국 미니멀리스트 조엘 샤피로, 로니 혼의 120만달러짜리 조각품에 이르기까지 명작들을 개인 소장품 목록에 올리며 미술계에 가장 젊고,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한 사람이 됐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 ‘rkive’의 팔로어 숫자는 약 3800만 명(9월 17일 기준). 미술과 관련한 게시물엔 평균 약 1000만 명 이상이 ‘좋아요’를 누른다. 개인 소장 작품들을 사진의 배경으로 공개하거나 작품 자체를 포스팅하기도 한다. 어떤 부분에서 무엇을 느꼈는 지 알릴 때도 있다. 미술 작품으로 팔로어들과 소통하면서 미술 작품을 함께 알아가고, 함께 감상한다. 기존 컬렉터들이 비밀리에 작품을 소장하거나 굳이 대중에게 알리려 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미술품을 사러 갈 때도 RM은 그 여정을 생생하게 공개한다. 지난 7월 스위스에서 열린 아트바젤과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을 방문할 땐 영상을 공유하며 "의자를 보러 왔다"고 알리기도 했다. 임스(Eames)와 알렉산더 지라르(Alexander Girard)의 가구, 안도 타다오(Tadao Ando)와 장 프루브(Jean Prouve)의 작품을 감상했다.
그는 아트바젤을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라고 부르며 "한국에서 아트페어를 몇 번 가봤지만 해외에 가면 아트바젤을 꼭 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듯 지난 9월 2일 열린 '프리즈서울 2022'의 핵심 경영진들은 행사장에서 RM과 찍은 사진들을 현재까지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있다.
아트바젤을 방문하는 동안 그는 서도호, 이승조, 유영국, 백남준 등의 작품을 팟캐스트를 통해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 가면 세계적인 갤러리들을 일정에 꼭 포함시킨다. 그 중에서도 한국 근현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은 꼭 가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엔 윤형근 화백의 전시를 보기 위해 베니스까지 날아가기도 했다.
그는 한 미술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볼 때 국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베니스의 Palazzo Fortuny에서 윤형근의 작품을 보고, 치나티 재단에서 Donald Judd의 작품과 나란히 전시되는 것을 보고 경외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컬렉터와 애호가를 넘어 후원자로도 발을 들여놓고 있다. RM은 2020년부터 매년 자신의 생일(9월 12일)에 맞춰 9월마다 문화 예술 분야에 1억 원씩을 기부해왔다. 2020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에 기부했다.
절판된 미술 서적을 도서관용으로 재발행해 어려운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도록을 만들어달라는 게 그의 뜻. MMCA는 근현대 한국 작가의 작품을 담은 도록을 제작해 전국 도서관 등에 전달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마포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각 1억원씩을 기부했다. 그는 재단에 직접 전화를 걸어 "문화예술계 종사자인데,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문화재를 지키는 일에 써 달라"고 했다고. 관계자들은 기부 확약을 받으며 RM이라는 것을 확인했지만 기부자가 기부 사실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해 알리지 않았다. 당시 그가 기부한 1억 원은 조선 왕실의 공주나 옹주가 가례(嘉禮) 때 입던 궁중 공식 의복인 '활옷'의 보존에 쓰일 예정이다. 조선 활옷은 현재 국내에 30여 점, 국외에 10여 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돼 그 가치가 크다. 그중 RM이 복원에 힘을 보탠 건 LA카운티현대미술관(LACMA) 소장 활옷으로 20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RM이 같은 재단에 기부한 1억 원은 세계에 한국 회화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쓰인다. 문화재청과 재단은 해외에 소개하는 한국 회화 도록을 제작하는 데 기부금을 쓸 계획이다.
장벽이 높던 미술계와 대중 간 경계를 허문 RM은 올해 본격적으로 미술계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내년 2월 19일까지 LA카운티뮤지엄에서 열리는 한국 근현대미술 기획전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의 오디오 가이드엔 그가 도슨트로 나선다. MMCA와 LA카운티뮤지엄이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는 대한제국 선포 후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을 거친 1897~1965년의 한국 근대미술을 주제로 서구권 국가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기획전이다.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88명의 작품 130여 점을 선보인다.
RM은 그중 직접 선정한 총 10점에 대한 해설을 진행한다. 김환기, 유영국, 권진규, 박수근 등 그가 작품을 소장하고 있거나 꾸준히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온 작가의 작품이 포함됐다. RM은 이 프로젝트에 100% 재능 기부로 참여한다.
'남주닝'은 RM이 "방탄소년단을 오래 하고 싶고 그러려면 가수 RM 이전에 자연인 김남준으로 존재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온 뜻대로 그가 자기 자신으로 남기 위해 하는 일들을 통칭하는 말. '남주닝하는 것'은 그가 개인적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아미들이 미술관을 가고, 자전거로 한강을 누비고, 김남준처럼 책을 읽고 하늘을 보는 것을 뜻한다. 그 중심에 미술관과 아트페어 등이 빠지지 않아 '남주닝'하면서 자연스럽게 미술 세계에 빠져든 BTS 팬들도 많다.
RM이 이토록 미술에 깊이 빠져든 진짜 이유는 뭘까. 평소 '시대를 초월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해온 그는 미술 작품에서 깊은 수준의 '영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런 RM이 미술 초보자들에게 건네는 조언도 있다.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 갤러리를 꾸준히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하세요. 현대미술은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계속 보며 안목을 키우고 영감을 얻으면 달라집니다. 그 안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아내 어떤 유형의 미술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면 미술을 분별하는 더 나은 눈을 갖게 됩니다. 그 때쯤이면 당신은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이 것이 미술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보라 기자
요즘 미술관이나 갤러리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RM이 한번 와주면, 그가 인스타그램에 ‘그 전시 보고왔다’고 포스팅 한번만 해주면 다음 날 바로 ‘대박 전시’가 된다는 게 그 이유다. 이런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다.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로스코 채플(Rothko Chapel)과 메닐 컬렉션(The Menil Collection),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현대 미술관 더 브로드(The Broad)는 모두 RM이 방문하자마자 그의 동선을 따라 인증샷을 남기고 싶어하는 수 많은 방문객들이 몰려 들었다.
워싱턴 국립 미술관도 RM이 방문한 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급증했다. 그가 클로드 모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폴 사진 등의 작품과 함께 벤치에 앉아 찍은 사진을 공유한 뒤 갤러리 팔로어 수도 수십 만 명 증가했다. 미술에 대한 RM의 행보가 대중들의 본격적인 관심을 끈 건 2020년부터다. 생일날 미술관을 찾은 일상 사진 등을 공유한 게 그 시작이다. 이후 그가 소장한 그림들이 알려지면서 RM의 이미지는 단순 애호가에서 컬렉터로 변화했다. 그가 찜한 신진 작가의 작품들은 국내 아트페어에서 몇 분 만에 완판되는 기록들도 세웠다.
그게 끝이 아니다. RM은 국내 미술계와 문화재 보존을 위해 조용히 거액을 기부하고, 도슨트 등 재능 기부 활동도 펼친다.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선 “미술을 위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그렇게 그는 세계적인 아트페어와 미술관이 먼저 찾는 '월드 아트씬의 파워 인플루언서'가 됐다. 그것도 단 2년 만에. 28세의 RM은 어떻게 세계 미술계를 사로잡았을까.
1. BTS로 번 돈, 집 대신 그림 샀다
RM이 BTS의 멤버로 활동하며 모은 재산은 약 300억원(2200만달러)로 추정된다. 국내 연예계엔 그 동안 스타의 재산이나 수익이 알려질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등장하던 공식이 뻔했다. ‘강남에 XX빌딩 매입’, ‘럭셔리카 XX대 보유’….RM은 20대에 큰 돈을 번 다른 음악가들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미술품 수집가이자, 미술애호가이자, 미술계의 후원자가 되기로 했다. 그 시작은 2018년 BTS의 시카고 투어 때였다. 시카고 현대미술관에서 모네와 쇠라의 그림을 보고 "거의 스탕달 증후군 같았다"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어릴 때 미술관에 자주 갔지만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감정을 한번에 느꼈다는 것.
스탕달 증후군은 프랑스 작가 스탕달(1783~1842)이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크로체 성당을 찾았다 감동 받아 순간 심장박동이 크게 뛰고 쓰러질 것 같은 경험을 한 데서 생긴 용어다.
이후 그는 한국의 대표 화가 윤형근, 조각가 권진규의 '말', 미국 미니멀리스트 조엘 샤피로, 로니 혼의 120만달러짜리 조각품에 이르기까지 명작들을 개인 소장품 목록에 올리며 미술계에 가장 젊고,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한 사람이 됐다.
2. 나만 보는 컬렉팅? 모두와 감상하는 '인스타 갤러리'
RM은 지난 몇 년 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동영상에 자신의 하루 하루를 기록하고 공유해왔다. 자신을 표현하고, 공인으로서의 RM과 개인 김남준에 대한 '아카이브'를 하기 위해 바쁜 와중에도 성실하게 피드를 채워왔다.그의 인스타그램 계정 ‘rkive’의 팔로어 숫자는 약 3800만 명(9월 17일 기준). 미술과 관련한 게시물엔 평균 약 1000만 명 이상이 ‘좋아요’를 누른다. 개인 소장 작품들을 사진의 배경으로 공개하거나 작품 자체를 포스팅하기도 한다. 어떤 부분에서 무엇을 느꼈는 지 알릴 때도 있다. 미술 작품으로 팔로어들과 소통하면서 미술 작품을 함께 알아가고, 함께 감상한다. 기존 컬렉터들이 비밀리에 작품을 소장하거나 굳이 대중에게 알리려 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미술품을 사러 갈 때도 RM은 그 여정을 생생하게 공개한다. 지난 7월 스위스에서 열린 아트바젤과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을 방문할 땐 영상을 공유하며 "의자를 보러 왔다"고 알리기도 했다. 임스(Eames)와 알렉산더 지라르(Alexander Girard)의 가구, 안도 타다오(Tadao Ando)와 장 프루브(Jean Prouve)의 작품을 감상했다.
그는 아트바젤을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라고 부르며 "한국에서 아트페어를 몇 번 가봤지만 해외에 가면 아트바젤을 꼭 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듯 지난 9월 2일 열린 '프리즈서울 2022'의 핵심 경영진들은 행사장에서 RM과 찍은 사진들을 현재까지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있다.
3. 최고의 한국인 예술가에 집중한다
RM의 컬렉션 중 최고는 한국 예술가들의 작품이다. 그는 윤형근의 작품 두 점을 갖고 있고, '숯의 작가' 이배의 작품도 애정하는 작품 리스트에 올라 있다.아트바젤을 방문하는 동안 그는 서도호, 이승조, 유영국, 백남준 등의 작품을 팟캐스트를 통해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 가면 세계적인 갤러리들을 일정에 꼭 포함시킨다. 그 중에서도 한국 근현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은 꼭 가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엔 윤형근 화백의 전시를 보기 위해 베니스까지 날아가기도 했다.
그는 한 미술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볼 때 국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베니스의 Palazzo Fortuny에서 윤형근의 작품을 보고, 치나티 재단에서 Donald Judd의 작품과 나란히 전시되는 것을 보고 경외감이 들었다"고 했다.
4. 미술계 '통 큰 후원자'로 …생일마다 1억씩 기부
RM이 다녀가면 미술관 방문객 수가 급증하고, 그가 소장한 작품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건 몇 년째 미술계에 널리 알려진 얘기.그는 컬렉터와 애호가를 넘어 후원자로도 발을 들여놓고 있다. RM은 2020년부터 매년 자신의 생일(9월 12일)에 맞춰 9월마다 문화 예술 분야에 1억 원씩을 기부해왔다. 2020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에 기부했다.
절판된 미술 서적을 도서관용으로 재발행해 어려운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도록을 만들어달라는 게 그의 뜻. MMCA는 근현대 한국 작가의 작품을 담은 도록을 제작해 전국 도서관 등에 전달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마포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각 1억원씩을 기부했다. 그는 재단에 직접 전화를 걸어 "문화예술계 종사자인데,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문화재를 지키는 일에 써 달라"고 했다고. 관계자들은 기부 확약을 받으며 RM이라는 것을 확인했지만 기부자가 기부 사실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해 알리지 않았다. 당시 그가 기부한 1억 원은 조선 왕실의 공주나 옹주가 가례(嘉禮) 때 입던 궁중 공식 의복인 '활옷'의 보존에 쓰일 예정이다. 조선 활옷은 현재 국내에 30여 점, 국외에 10여 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돼 그 가치가 크다. 그중 RM이 복원에 힘을 보탠 건 LA카운티현대미술관(LACMA) 소장 활옷으로 20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RM이 같은 재단에 기부한 1억 원은 세계에 한국 회화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쓰인다. 문화재청과 재단은 해외에 소개하는 한국 회화 도록을 제작하는 데 기부금을 쓸 계획이다.
장벽이 높던 미술계와 대중 간 경계를 허문 RM은 올해 본격적으로 미술계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내년 2월 19일까지 LA카운티뮤지엄에서 열리는 한국 근현대미술 기획전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의 오디오 가이드엔 그가 도슨트로 나선다. MMCA와 LA카운티뮤지엄이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는 대한제국 선포 후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을 거친 1897~1965년의 한국 근대미술을 주제로 서구권 국가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기획전이다.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88명의 작품 130여 점을 선보인다.
RM은 그중 직접 선정한 총 10점에 대한 해설을 진행한다. 김환기, 유영국, 권진규, 박수근 등 그가 작품을 소장하고 있거나 꾸준히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온 작가의 작품이 포함됐다. RM은 이 프로젝트에 100% 재능 기부로 참여한다.
5. 아미도 힘 보탰다…글로벌 트렌드 '남주닝'을 아시나요
RM이 미술계 핵심인물이 된 중심엔 글로벌 팬덤을 이루고 있는 아미(Army)가 있다. "김남준처럼 산다"는 뜻의 '남주닝'(namjooning)이라는 신조어도 유행시켰다.'남주닝'은 RM이 "방탄소년단을 오래 하고 싶고 그러려면 가수 RM 이전에 자연인 김남준으로 존재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온 뜻대로 그가 자기 자신으로 남기 위해 하는 일들을 통칭하는 말. '남주닝하는 것'은 그가 개인적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아미들이 미술관을 가고, 자전거로 한강을 누비고, 김남준처럼 책을 읽고 하늘을 보는 것을 뜻한다. 그 중심에 미술관과 아트페어 등이 빠지지 않아 '남주닝'하면서 자연스럽게 미술 세계에 빠져든 BTS 팬들도 많다.
RM이 이토록 미술에 깊이 빠져든 진짜 이유는 뭘까. 평소 '시대를 초월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해온 그는 미술 작품에서 깊은 수준의 '영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런 RM이 미술 초보자들에게 건네는 조언도 있다.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 갤러리를 꾸준히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하세요. 현대미술은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계속 보며 안목을 키우고 영감을 얻으면 달라집니다. 그 안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아내 어떤 유형의 미술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면 미술을 분별하는 더 나은 눈을 갖게 됩니다. 그 때쯤이면 당신은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이 것이 미술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