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소설가 우밍이 "한강의 '채식주의자' 제자들과 읽어…반응 뜨거웠죠"
“대만도 식민지 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오랜 기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죠. 문학을 통해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 게 작가의 임무입니다.”

대만 유명 소설가 우밍이(51·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 작가는 소설 <도둑맞은 자전거>로 2018년 대만 작가 최초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른 인물이다. 책은 일제의 식민 지배를 받은 대만 역사를 담았다. 수상 후보에 올랐을 때 국적이 ‘대만, 중국’으로 표기되자 자신의 국적은 대만이라며 거세게 반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터뷰는 우 작가가 지난달 23~30일 열린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온라인으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한국문학번역원 등이 주최한 서울국제작가축제는 서울을 무대로 국내외 작가들이 교류하는 행사다. 올해 주제는 ‘월담: 이야기 너머’. 우 작가는 여러 현실적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이야기의 힘에 대해 황인찬 시인 등 한국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신(新)냉전주의 시대, 현재 대만은 미·중 갈등의 복판에 있다. 우 작가는 권력자들의 싸움도, 그에 대한 저항도 모두 ‘이야기’라는 수단을 통해 가능하다고 봤다. 이야기의 힘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의미다.

우 작가는 “대만으로 망명한 국민당 정부든, 대만은 중국 소속이라고 말하는 공산당 정부든 저마다 그들의 이야기로써 정치적으로 대만을 해석하고 구속하려 한다”며 “작가로서 나는 이야기의 힘을 아주 잘 알고 있고, 두려워한다”고 했다. 이어 “대만의 자연, 그리고 일상의 작은 것을 통해 한 시대의 혼을 보여주는 것이 내가 문학을 통해 추구하려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의 작품 가운데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와 <나비탐미기>는 한국어로 번역돼 국내 출간됐다. 그는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이 번역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두지 않고 모국어를 연마해야 한다”면서도 “번역은 이 시대가 주는 축복”이라고 말했다. “몇백 년 전만 해도 하나의 문학 작품이 다른 나라에서 읽히는 건 우주여행만큼 드물고 어려운 일이었어요. 이제는 번역을 통해 하나의 작품이 곧 세계 문학의 일부가 되죠.” 부커상 후보에 오른 소설 <도둑맞은 자전거>는 김영사 출판사를 통해 연말쯤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한국 문학 작품과 작가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우 작가는 “3년 동안 세계문학 과목을 가르칠 때 항상 한강 작가의 작품을 활용했다”고 했다. 한강은 2016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상을 받았다. 우 작가는 수업에서 호응 컸던 작품으로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를 꼽았다. 그는 현재 대만 국립 동화대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우 작가는 “앞으로도 한국 작가들과 계속 교류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한국과 대만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사적으로도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10월 말 광주에서 열리는 ‘아시아 문학 페스티벌’에 초대돼 다시 한 번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우 작가는 “광주는 한국의 중요한 역사 도시”라며 “이번 방문을 무척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