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차지하던 골프채 처분했어요"…유행 좇던 2030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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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계기로 야외에서 즐기는 스포츠인 골프가 주목받으면서 2030 이른바 MZ(밀레니얼+Z세대)세대의 진입 또한 활발해졌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국내 골프 인구는 지난 2019년 470만명에서 지난해 564만명으로 늘었는데 이 중 약 22%가 20·30세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30 여성들 사이에서 화려한 골프 웨어를 입고 푸르른 잔디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게 유행처럼 번지면서 골프의류 브랜드들이 활황을 이뤘다.
하지만 최근 엔데믹 영향으로 해외 여행길이 열리고 테니스 등 다른 레저로 관심사가 이동하면서 골프에 대한 관심도 살짝 주춤하는 모양새다. 다른 스포츠가 초기 투자 이후 큰 비용이 들지 않는 것과 달리 골프는 잔디를 밟을 때마다 억 소리냐는 비용이 든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골프는 레슨받을 때가 돈이 가장 적게 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라운드를 나가기 시작하면서 비용이 본격적으로 발생한다.
레슨을 받을 때는 연습장 골프채를 빌려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당장 골프채를 살 필요가 없다. 개인차가 있지만 레슨을 몇 개월 받느냐는 본인의 의지에 달린 문제며 자신의 경제 사정에 따라 횟수와 등급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라운드를 나가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골프채는 물론 골프복, 골프화, 골프공 등 용품을 구비하는데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
부킹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린피는 최근 1인당 18홀 기준 20만원대 달한다. 카트비, 캐디피 등 추가 비용까지 고려하면 회당 30~4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차량 또한 골프에 진입하기 위한 장벽 중 하나다. 한 사회초년생 A 씨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차가 없어도 골프를 배울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연습장 다닐 때는 차가 없어도 가능하지만 필드 나갈 때는 매우 힘들다. 지인 차 얻어타는 것도 한 두 번이다", "저렴하고 좋은 중고차가 없듯이 비용을 적게 들이고 실력을 늘릴 수 없는 게 골프다"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20대 직장인 B 씨는 "주위에서 재미있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몇 달에 한 번 라운드 가기도 힘든 상황이라 최근 원룸을 차지하고 있던 골프채를 처분했다"면서 "취미로 즐기기에는 부담이 컸다"고 전했다.
30대 직장인 C 씨는 "라운드 나가기 전 직접 코스를 경험해 보고 게임 룰을 익힐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최근에는 주 1회 이상 스크린 골프장을 방문하는 것 같다"면서 "친구들과도 카페나 호프집을 가는 대신 스크린에서 만나곤 한다"고 전했다. 스크린 골프장에서는 인당 2만원대로 가고 싶은 골프장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아울러 "유행이라길래 주류에 끼고 싶어서 시작했다", "돈 많이 버는 2030 아니면 돈 많이 버는 부모님을 둔 2030이나 가능한 취미다", "그린피가 너무 비싸서 라운드 갈 엄두도 못 낸다. 회사 사람들과 주 1회 스크린 치는 정도다", "골프 실력이 늘려면 라운드를 많이 나가야 하는데 돈과 시간을 극한으로 투자해야 잘 치게 된다는 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상실감이 들었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네이버 트렌드에 따르면 사용자들의 지난달 골프 검색은 지난해 10월대비 20대에서 약 37%, 30대에서 약 32%가 감소했다.
최근 중고 거래 앱에 중고 골프 용품 또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고 시장에 나온 골프채와 골프 의류 등 골프 카테고리 물품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9%나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골프채 매물 거래액은 전년보다 171% 늘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골프 관계자들은 최근 경기 불황을 겪으면서 비용 부담이 큰 데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단기간에 실력을 높이기 어렵다는 현실이 골프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든 결과로 해석을 내놨다.
골프를 포기한 2030 여성들은 테니스로 눈길을 돌리는 추세다. 골프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운동량이 많다는 점이 테니스의 장점이다. 골프복 못지않게 화려한 테니스 의상 또한 자신의 개성을 맘껏 뽐내고 싶은 2030여심을 공략하는데 주효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실 고물가 시대에 2030 세대는 소득이 많은 계층이 아니기에 골프 비용이 부담될 것"이라며 "최근 실내 테니스장이 많이 생기면서 높아진 접근성,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에도 비교적 '가성비'를 추구할 수 있는 점,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자랑하기 좋은 복장 등 이유로 MZ세대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당분간 테니스 열풍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테니스' 관련 클릭량은 올해 1월부터 폭증하기 시작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 40대, 20대 순으로 클릭량이 가장 많아 MZ세대가 주축을 이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국내 골프 인구는 지난 2019년 470만명에서 지난해 564만명으로 늘었는데 이 중 약 22%가 20·30세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30 여성들 사이에서 화려한 골프 웨어를 입고 푸르른 잔디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게 유행처럼 번지면서 골프의류 브랜드들이 활황을 이뤘다.
하지만 최근 엔데믹 영향으로 해외 여행길이 열리고 테니스 등 다른 레저로 관심사가 이동하면서 골프에 대한 관심도 살짝 주춤하는 모양새다. 다른 스포츠가 초기 투자 이후 큰 비용이 들지 않는 것과 달리 골프는 잔디를 밟을 때마다 억 소리냐는 비용이 든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골프는 레슨받을 때가 돈이 가장 적게 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라운드를 나가기 시작하면서 비용이 본격적으로 발생한다.
레슨을 받을 때는 연습장 골프채를 빌려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당장 골프채를 살 필요가 없다. 개인차가 있지만 레슨을 몇 개월 받느냐는 본인의 의지에 달린 문제며 자신의 경제 사정에 따라 횟수와 등급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라운드를 나가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골프채는 물론 골프복, 골프화, 골프공 등 용품을 구비하는데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
부킹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린피는 최근 1인당 18홀 기준 20만원대 달한다. 카트비, 캐디피 등 추가 비용까지 고려하면 회당 30~4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차량 또한 골프에 진입하기 위한 장벽 중 하나다. 한 사회초년생 A 씨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차가 없어도 골프를 배울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연습장 다닐 때는 차가 없어도 가능하지만 필드 나갈 때는 매우 힘들다. 지인 차 얻어타는 것도 한 두 번이다", "저렴하고 좋은 중고차가 없듯이 비용을 적게 들이고 실력을 늘릴 수 없는 게 골프다"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20대 직장인 B 씨는 "주위에서 재미있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몇 달에 한 번 라운드 가기도 힘든 상황이라 최근 원룸을 차지하고 있던 골프채를 처분했다"면서 "취미로 즐기기에는 부담이 컸다"고 전했다.
30대 직장인 C 씨는 "라운드 나가기 전 직접 코스를 경험해 보고 게임 룰을 익힐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최근에는 주 1회 이상 스크린 골프장을 방문하는 것 같다"면서 "친구들과도 카페나 호프집을 가는 대신 스크린에서 만나곤 한다"고 전했다. 스크린 골프장에서는 인당 2만원대로 가고 싶은 골프장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아울러 "유행이라길래 주류에 끼고 싶어서 시작했다", "돈 많이 버는 2030 아니면 돈 많이 버는 부모님을 둔 2030이나 가능한 취미다", "그린피가 너무 비싸서 라운드 갈 엄두도 못 낸다. 회사 사람들과 주 1회 스크린 치는 정도다", "골프 실력이 늘려면 라운드를 많이 나가야 하는데 돈과 시간을 극한으로 투자해야 잘 치게 된다는 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상실감이 들었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네이버 트렌드에 따르면 사용자들의 지난달 골프 검색은 지난해 10월대비 20대에서 약 37%, 30대에서 약 32%가 감소했다.
최근 중고 거래 앱에 중고 골프 용품 또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고 시장에 나온 골프채와 골프 의류 등 골프 카테고리 물품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9%나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골프채 매물 거래액은 전년보다 171% 늘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골프 관계자들은 최근 경기 불황을 겪으면서 비용 부담이 큰 데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단기간에 실력을 높이기 어렵다는 현실이 골프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든 결과로 해석을 내놨다.
골프를 포기한 2030 여성들은 테니스로 눈길을 돌리는 추세다. 골프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운동량이 많다는 점이 테니스의 장점이다. 골프복 못지않게 화려한 테니스 의상 또한 자신의 개성을 맘껏 뽐내고 싶은 2030여심을 공략하는데 주효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실 고물가 시대에 2030 세대는 소득이 많은 계층이 아니기에 골프 비용이 부담될 것"이라며 "최근 실내 테니스장이 많이 생기면서 높아진 접근성,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에도 비교적 '가성비'를 추구할 수 있는 점,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자랑하기 좋은 복장 등 이유로 MZ세대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당분간 테니스 열풍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테니스' 관련 클릭량은 올해 1월부터 폭증하기 시작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 40대, 20대 순으로 클릭량이 가장 많아 MZ세대가 주축을 이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