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직장 내 고민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사무실에서 헤어롤을 말고 있는 여직원의 행동을 지적했다가 주위에서 자신을 꼰대로 볼까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글에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예의 없는 행동이다'라는 반응과 더불어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는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다.
공개 장소에서 왜 헤어롤을 말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부류는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잠깐은 괜찮지만 업무 내내 그러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지하철에서 헤어롤 말고 있는 여성 보면 '왜 저러고 다닐까. 집에서 잠깐 말고 나와도 충분할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다. 난 꼰대가 맞나 보다", "요새 젊은 사람들은 헤어핀처럼 말고 있더라. 보기 좋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그런 생각이 든다면 본인은 꼰대 맞다.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는 것 아닌가.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요즘 젊은 친구들 많이들 그런다. 우리 회사 팀장님도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하고 했다는데, 지금은 '이 또한 시대 흐름이려니' 하고 웃고 넘어간다고 하더라.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보기 좋지 않기는 한데 나한테 피해 주는 거 아니면 그냥 두는 게 맞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중고생들에게는 헤어롤을 말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상황이 됐다.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에서 고등학교에 잠입한 위장 경찰을 연기한 배우 신혜선은 반 학생들과 쉽게 동화되지 못하다가 앞머리에 헤어롤을 말고 '코노 마렵다(코인 노래방 가고 싶다)'는 그들만의 언어를 구사하면서 그제야 완벽한 학생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급식체(급식을 먹는 세대인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문체)’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대중문화의 주체로 등장하기 시작한 Z세대의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함께 경험한 세대라면, 이들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미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외부에 보여지는 표면적인 이미지보다는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그들만의 연대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 해외 매체는 앞머리에 헤어롤을 감고 외출하는 한국의 젊은 여성들에 대해 "외적 규범을 거부한 행위"로 정의했다.
미국 경제 매체 인사이더는 올해 초 분석 기사를 통해 "한국이 완벽한 외모를 중시했던 시대에서 벗어나 인식 변화가 일고 있다"고 진단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화제가 된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등 작품에서도 공공장소에서 헤어롤을 한 여학생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를 두고 여성이라면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완벽하게 외모를 가꾸고 외출해야 하는 사회문화가 이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