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기날 장사 공쳤어요"…월드컵 직격탄 맞은 자영업자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가나전 열리자 치킨3사 매출 150~190%↑
치킨 제외 나머지 업종 매출은 고꾸라져
'축구엔 치킨' 공식 굳어진 탓
치킨 제외 나머지 업종 매출은 고꾸라져
'축구엔 치킨' 공식 굳어진 탓

경기 고양에서 돈가스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58)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가 열린 지난 28일 오히려 장사가 평소만 못하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 씨의 가게는 이날 하루 동안 홀 매출 7만원, 배달 21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고 했다. 앞선 24일 우루과이전 경기날 매출은 이보다 더 적은 20만원 정도였다.
평상시엔 주중 하루 평균 매출이 50만~70만원은 나오는 매장이다. 그는 “평소보다 매출이 대략 60~70% 빠진 셈”이라며 “월드컵이 열려 반갑긴 하지만 장사하는 입장에선 오히려 원망스럽기도 하다. 가뜩이나 이달 매출이 줄어 걱정이었는데 한국 경기날에 감소 폭이 커 걱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조별리그 경기가 열린 24일과 28일 치킨집들은 ‘치킨 대란’에 매출 대박을 터뜨렸지만, 나머지 업종의 상당수 외식 자영업자들은 이처럼 평소보다 장사가 안 됐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월드컵 배달 특수가 치킨으로 몰린 탓에 다른 업종은 수익이 줄거나 평소보다 안 좋았던 자영업자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BBQ의 경우 28일 하루 매출이 전월 같은 요일(10월31일)에 견줘 220%, 전주 같은 요일(11월21일)과 비교해도 190% 늘었다. bhc도 전월 대비 297%, 전주 대비 312% 매출이 올랐다. 교촌 역시 가맹점 전체 매출을 종합했을 때 전월 대비 160%, 전주 대비 15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타 업종 외식 음식점들 매출은 고꾸라졌다. 표본이 적지만 서울·경기 지역 20곳 이상 외식업체들을 취재해본 결과, 대부분 평소 같은 요일 매출 대비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강서구의 배달 전문 분식집은 “평소 주중 매출이 못해도 70만원은 나왔는데 28일에는 주문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10만원도 못 벌었다”며 “가게 운영한 지 2년여 만에 최악의 매출”이라고 푸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배달 초밥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36)도 “월드컵 개막일인 20일쯤 부터 매출이 5~10% 빠지기 시작하더니, 한국전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더 심해 30~40%가량 매출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낙지탕 전문점은 “가나전이 열린 날 종일 손님이 딱 3명 왔다”면서 “우루과이전 때도 손님이 거의 없어 28일에 가게 문을 닫을까도 고민했다. 손님이 덜 온다고 셔터를 내릴 수는 없어 영업을 했지만 너무 장사가 안 됐다”고 울먹였다.

경기 김포에서 중식집을 운영하는 황모 씨(48)는 “배달원을 부르지 않고 직접 배달을 해봤지만 게 효과는 없었다”면서 “이제 '축구엔 치킨'이라는 공식이 굳어진 것 같다. 그나마 주문한 고객들도 심야 시간대에 치킨집 배달이 안돼 대신 시켰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