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불태운 작품으로…'라이징스타' 된 37세 태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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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작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국제갤러리서 개인전
표백한 청바지 불 태워 만든 작품
행위예술 가미한 일종의 추상화
"일상속 삶과 죽음의 순환 표현"
英 매체 선정 '세계 100인의 미술인'
"나는 서양서 활동한 태국인 작가
동·서양서 인기있는 '데님'과 닮아"
표백한 청바지 불 태워 만든 작품
행위예술 가미한 일종의 추상화
"일상속 삶과 죽음의 순환 표현"
英 매체 선정 '세계 100인의 미술인'
"나는 서양서 활동한 태국인 작가
동·서양서 인기있는 '데님'과 닮아"
영국 미술전문 매체 아트리뷰가 선정하는 ‘올해 미술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파워 100)은 축구로 따지면 ‘피파 랭킹 10위권’과 비슷하다. 순위가 높다고 반드시 더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이 목록에 오르는 자체가 ‘이 판의 강자’임을 의미한다. 그만큼 이름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올해 파워 100에 등재된 한국인 작가는 아무도 없었다.
영상, 퍼포먼스,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태국의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크릿·37)는 올해 이 목록에 88위로 이름을 올린 ‘신흥 강자’다. 지난 5년간 세계 주요 비엔날레 13곳에서 작품을 선보였고, 지난 9월 프리즈 서울에서도 여러 갤러리가 작품을 ‘완판’할 정도로 평단과 시장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그의 이름은 아직 생소한 편이다.
지난 14일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개막한 개인전 ‘이미지, 상징, 기도’는 크릿의 회화 10점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지금까지 작가가 국내에서 연 전시 중 가장 많은 회화가 걸렸다.
크릿은 서구권에서 ‘데님 화가’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청바지 소재인 데님을 작품의 주요 재료로 삼아서다. 이번 전시 작품은 크릿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역사 회화’ 연작이다. 표백한 청바지를 불에 태우면서 그 과정을 사진으로 찍은 뒤 사진과 타고 남은 청바지, 재 등을 한데 버무린 작품이다. 쉽게 말하면 행위예술을 가미한 일종의 추상화다.
전시장 바닥에는 재와 흙을 깔아 큰불이 지나간 화재 현장 같은 느낌을 연출했다. 개막일에 만난 작가는 “내 삶과 태국을 비롯한 동양의 정신세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구권에서 활동하는 태국인 작가’라는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청바지라는 재료를 선택했다”고 했다. “청바지는 서양에서 처음 생겨났고, 한때 아시아권에서는 비싼 패션 아이템의 대명사로 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인이 즐겨 입는 저렴하고 무난한 옷이 됐죠. 현대미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미술판을 만든 건 서양이지만, 이제는 태국 등 아시아 작가들도 세계 미술계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불과 재는 ‘만물은 순환한다’는 동양적 세계관을 상징한다. 그는 “불은 모든 걸 태워 재로 만들지만, 재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비료 역할도 한다”며 “불의 이미지를 강조한 작품과 재를 강조한 전시장 바닥 디자인을 통해 삶과 죽음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제작 의도, 기법이 모두 독창적이고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작가에게 인기의 비결을 묻자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덕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모든 예술작품의 본질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과 세상을 표현하는 겁니다. 그래서 작품의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죠. 다만 저는 불을 사용한 퍼포먼스나 장발 등을 통해 독창적인 캐릭터를 구축했습니다. 또 영상 작품을 여러 전시에 출품해 세계 각지에 제 이름을 알릴 수 있었죠. 현대미술에서는 이런 작품 외적 요소도 예술의 일부고, 이런 시대상을 잘 반영한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봅니다. ” 전시는 내년 1월 29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영상, 퍼포먼스,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태국의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크릿·37)는 올해 이 목록에 88위로 이름을 올린 ‘신흥 강자’다. 지난 5년간 세계 주요 비엔날레 13곳에서 작품을 선보였고, 지난 9월 프리즈 서울에서도 여러 갤러리가 작품을 ‘완판’할 정도로 평단과 시장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그의 이름은 아직 생소한 편이다.
지난 14일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개막한 개인전 ‘이미지, 상징, 기도’는 크릿의 회화 10점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지금까지 작가가 국내에서 연 전시 중 가장 많은 회화가 걸렸다.
크릿은 서구권에서 ‘데님 화가’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청바지 소재인 데님을 작품의 주요 재료로 삼아서다. 이번 전시 작품은 크릿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역사 회화’ 연작이다. 표백한 청바지를 불에 태우면서 그 과정을 사진으로 찍은 뒤 사진과 타고 남은 청바지, 재 등을 한데 버무린 작품이다. 쉽게 말하면 행위예술을 가미한 일종의 추상화다.
전시장 바닥에는 재와 흙을 깔아 큰불이 지나간 화재 현장 같은 느낌을 연출했다. 개막일에 만난 작가는 “내 삶과 태국을 비롯한 동양의 정신세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구권에서 활동하는 태국인 작가’라는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청바지라는 재료를 선택했다”고 했다. “청바지는 서양에서 처음 생겨났고, 한때 아시아권에서는 비싼 패션 아이템의 대명사로 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인이 즐겨 입는 저렴하고 무난한 옷이 됐죠. 현대미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미술판을 만든 건 서양이지만, 이제는 태국 등 아시아 작가들도 세계 미술계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불과 재는 ‘만물은 순환한다’는 동양적 세계관을 상징한다. 그는 “불은 모든 걸 태워 재로 만들지만, 재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비료 역할도 한다”며 “불의 이미지를 강조한 작품과 재를 강조한 전시장 바닥 디자인을 통해 삶과 죽음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제작 의도, 기법이 모두 독창적이고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작가에게 인기의 비결을 묻자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덕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모든 예술작품의 본질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과 세상을 표현하는 겁니다. 그래서 작품의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죠. 다만 저는 불을 사용한 퍼포먼스나 장발 등을 통해 독창적인 캐릭터를 구축했습니다. 또 영상 작품을 여러 전시에 출품해 세계 각지에 제 이름을 알릴 수 있었죠. 현대미술에서는 이런 작품 외적 요소도 예술의 일부고, 이런 시대상을 잘 반영한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봅니다. ” 전시는 내년 1월 29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