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도자기의 따뜻한 매력…BTS RM도 빌 게이츠도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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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국가대표 예술품'이 된 달항아리
좁은 입구와 넉넉한 몸통
푸근함을 주는 둥근 모양에
비대칭의 역동적 느낌 충만
20세기 대표화가 김환기의 고백
"내 예술은 달항아리서 나왔다"
'국가대표 예술품'이 된 달항아리
좁은 입구와 넉넉한 몸통
푸근함을 주는 둥근 모양에
비대칭의 역동적 느낌 충만
20세기 대표화가 김환기의 고백
"내 예술은 달항아리서 나왔다"
찬찬히 뜯어보면 달항아리는 정말 이상한 도자기다. 좁은 입구와 지나치게 넓은 몸통을 보고 있자면 대체 뭘 담으라고 만들었나 싶다. 간장이나 술 등 액체를 담는 용도라는 설도 있지만,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넘어질 듯 좁은 바닥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확하게 둥근 모양도 아니다. 몸통 형태가 비대칭이라 마치 굽는 과정에서 변형된 것처럼 기우뚱하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달항아리를 아름답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둥근 모양은 일상에서 볼 수 없는 푸근함을 선사하고, 쓸모가 없기에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예술품으로서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비뚤어진 덕분에 역동적이고 생동감으로 충만하다.
화가들은 이런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에 일찌감치 푹 빠졌다.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김환기(1913~1974)가 대표적이다. 백자대호(白磁大壺), 즉 ‘큰 백자 항아리’라는 밋밋한 이름으로 불리던 도자기를 달항아리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도 그다. 그는 “내 예술의 모든 것은 달항아리에서 나왔다”고 고백했다. “단순한 원형이, 단순한 순백이 그렇게 복잡하고, 그렇게 미묘하고 불가사의한 미를 발산할 수가 없다. 싸늘한 사기지만 살결에는 따사로운 온도가 있다.”
1세대 서양화가 도상봉(1902~1977)도 호를 도천(陶泉), 즉 도자기의 샘이라고 지을 만큼 달항아리 마니아였다. 그는 자신이 소장한 달항아리들을 ‘친한 친구’라 불렀다. 도상봉의 정물화 속에 등장하는 달항아리는 직접 만져보고 싶어질 정도로 질감 표현이 사실적이다. 그가 얼마나 달항아리를 사랑했고 세심하게 관찰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눈 밝은 사람들만 알아보던 달항아리의 매력이 본격적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00년부터다. 이 해 영국 대영박물관이 한국실을 열면서 18세기 달항아리를 ‘Moon Jar’라는 이름으로 소개했다. 2005년에는 국립고궁박물관이 ‘백자 달항아리’라는 개관 특별전에 달항아리 9점을 선보였다. 국립박물관이 달항아리라는 명칭을 전시 공식 제목에 쓴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 덕분에 달항아리를 주제로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들도 함께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설치미술가 강익중과 화가 최영욱, 사진가 구본창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작가가 달항아리를 만들고 있다. 도예가(권대섭)뿐 아니라 금속공예(서도식), 도자회화(오만철), 포슬린아트(승지민) 등 다양한 장르에서 무궁무진한 변주가 시도되고 있다.
지금 달항아리는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팬들에게 보내는 그림에 달항아리를 그려 넣을 만큼 달항아리 마니아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재단도 최영욱의 달항아리 그림을 구입해 소장 중이다. 내년 3월에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달항아리가 역대 최고 추정가(14억원)로 나온다.
이학준 크리스티코리아 대표는 “해외에 나갈 때마다 달항아리를 찾는 외국인 컬렉터가 늘고 있다”며 “달항아리는 이제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예술품”이라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달항아리를 아름답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둥근 모양은 일상에서 볼 수 없는 푸근함을 선사하고, 쓸모가 없기에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예술품으로서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비뚤어진 덕분에 역동적이고 생동감으로 충만하다.
화가들은 이런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에 일찌감치 푹 빠졌다.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김환기(1913~1974)가 대표적이다. 백자대호(白磁大壺), 즉 ‘큰 백자 항아리’라는 밋밋한 이름으로 불리던 도자기를 달항아리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도 그다. 그는 “내 예술의 모든 것은 달항아리에서 나왔다”고 고백했다. “단순한 원형이, 단순한 순백이 그렇게 복잡하고, 그렇게 미묘하고 불가사의한 미를 발산할 수가 없다. 싸늘한 사기지만 살결에는 따사로운 온도가 있다.”
1세대 서양화가 도상봉(1902~1977)도 호를 도천(陶泉), 즉 도자기의 샘이라고 지을 만큼 달항아리 마니아였다. 그는 자신이 소장한 달항아리들을 ‘친한 친구’라 불렀다. 도상봉의 정물화 속에 등장하는 달항아리는 직접 만져보고 싶어질 정도로 질감 표현이 사실적이다. 그가 얼마나 달항아리를 사랑했고 세심하게 관찰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눈 밝은 사람들만 알아보던 달항아리의 매력이 본격적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00년부터다. 이 해 영국 대영박물관이 한국실을 열면서 18세기 달항아리를 ‘Moon Jar’라는 이름으로 소개했다. 2005년에는 국립고궁박물관이 ‘백자 달항아리’라는 개관 특별전에 달항아리 9점을 선보였다. 국립박물관이 달항아리라는 명칭을 전시 공식 제목에 쓴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 덕분에 달항아리를 주제로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들도 함께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설치미술가 강익중과 화가 최영욱, 사진가 구본창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작가가 달항아리를 만들고 있다. 도예가(권대섭)뿐 아니라 금속공예(서도식), 도자회화(오만철), 포슬린아트(승지민) 등 다양한 장르에서 무궁무진한 변주가 시도되고 있다.
지금 달항아리는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팬들에게 보내는 그림에 달항아리를 그려 넣을 만큼 달항아리 마니아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재단도 최영욱의 달항아리 그림을 구입해 소장 중이다. 내년 3월에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달항아리가 역대 최고 추정가(14억원)로 나온다.
이학준 크리스티코리아 대표는 “해외에 나갈 때마다 달항아리를 찾는 외국인 컬렉터가 늘고 있다”며 “달항아리는 이제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예술품”이라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