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가수 정홍란이 신년 행사에서 부른 곡이 그룹 여자친구 '핑거팁'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통생통사 강동완TV' 캡처
북한 가수 정홍란이 신년 행사에서 부른 곡이 그룹 여자친구 '핑거팁'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통생통사 강동완TV' 캡처
북한에서 그룹 여자친구 '핑거팁'과 유사한 곡이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제가 된 노래는 북한 가수 정홍란이 신년 행사에서 부른 것으로, 음의 진행 방식과 음이름 등이 동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북한에서 여자친구 핑거팁을 표절해갔다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문제의 노래는 북한 체제 선전용 유튜브 채널 '삼지연(samjiyon)'에 올라온 3분 14초 분량의 영상에서 등장한다. 이 영상에서 정홍란은 '우리를 부러워하라'라는 제목의 곡을 불렀다. 이는 청봉악단이 부른 노래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노래 중간 간주 부분이었다. '세상이여 부러워하라 / 우리를 부러워하라 / 원수님의 그 믿음 속에 / 충신이 된 우리 인민을'이라는 구절 이후에 앞선 흐름과는 조금 다른 세련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여자친구가 2017년 발표한 '핑거팁'과 유사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북한 전문가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문 음악인에게 이 두 곡을 비교해봤더니 두 개의 곡이 똑같은 음이름으로 표현되는 걸 볼 수 있었다. 결국 표절이라고 봐야 하는 거다"고 분석했다.

북한 가수가 남한의 노래를 따라 한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북한에서 불고 있는 리메이크 열풍을 언급했다.

강 교수는 "지난해 9월 9일 9·9절 공연 때 김유경과 정홍란이라는 가수가 등장해 남한의 알앤비 스타일로 노래를 편곡해 불렀는데 '역사적인 공연이었다', '아주 멋진 편곡이었다', '획기적인 변화였다' 등의 평가가 나왔다. 그러다 보니 이번 신년경축대공연에서도 원곡이 어떤 곡인가 할 정도로 여러 노래가 다 편곡됐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 당국은 새 세대들이 남한 노래에 빠져서 사상이 많이 흐트러지고 있다며 통제하고 있다. 이렇게 계속 단속하고 통제만 할 수 없으니 주체적 변화, 주체적 변형이라고 표현하며 남한 노래보다 더 수준 높은 곡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를 부러워하라'는 곡에다가 남한 걸그룹의 노래를 넣어서 마치 굉장히 익숙한 리듬처럼 의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또 강 교수는 북한 정권이 놓치고 있는 게 있다며 북한 청년들이 K팝에 빠지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북한 노래는 대부분 군가 형식에 김정은을 위해 목숨을 바치자는 내용이다. 반면 남한 노래는 사랑, 인간의 생활상을 다룬다. 북한 노래는 사상만 있고 남한 노래는 사랑만 있다고도 한다"며 "남한 노래의 리듬이나 박자를 표절한다고 해서 과연 '우리를 부러워하라'는 이 노래를 북한 젊은이들이 좋아하고 열광할지, 의도대로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해석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