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하늘에서 박수칠 것"…위대한 음악, 뮤지컬이 되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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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뮤지컬 '베토벤' 프레스콜 진행
'전설' 베토벤의 위대한 음악이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뮤지컬 '베토벤; Beethoven Secret)' 프레스콜이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박은태, 카이, 조정은, 옥주현, 윤공주, 이해준, 김진욱, 대본 수퍼바이저 이단비, 음악감독 김문정, 안무 감독 문성우가 참석했다.
'베토벤'은 굴곡진 삶을 살았던 외롭고 상처받은 영혼의 소유자 베토벤이 그의 영혼을 바라보고 손을 내민 운명의 사랑, 안토니(토니) 브렌타노를 만난 후의 서사를 중점적으로 담아낸다.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 한 인물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모든 것이 변화되는 동시에 위기와 고뇌의 순간을 극복하는 순간을 세세히 그려내며 시대를 초월하는 신성한 의무와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엘리자벳', '모차르트!', '레베카' 등을 만든 극작가 미하엘 쿤체,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가 EMK뮤지컬컴퍼니와 7년에 걸쳐 완성해낸 작품이다. 월드 프리미어로 지난 12일 한국에서 처음 막을 올렸다.
작품은 베토벤 인생 전체가 아닌, 1810~1812년을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는 40대 중반의 베토벤이 청력을 상실한 위기의 순간에서 운명적인 사랑 안토니 브렌타노를 만나 교감하며 내면에서 끌어올린 음악을 만들던 때로 알려져 있다.
이단비 대본 수퍼바이저는 "작품에 대한 구상은 한 통의 편지에서 출발한다. 베토벤이 사망한 이후 유품 중 발송되지 못한 편지 한 장이었다. 그 편지의 대상은 불멸의 연인이라고만 돼 있다"며 "청력 상실이라는 절망적인 상황과 그 안에서 불멸의 여인을 만난 환희의 상황이 이 작품이 만들어진 바탕"이라고 설명했다.
베토벤의 음악을 토대로 하면서도, '사랑'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대본 수퍼바이저는 "위대한 음악가가 청력을 상실하면서 어떻게 더 위대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까. 미하엘 쿤체는 사랑에서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사랑의 힘, 한계, 그리고 그것이 우리 인간들을 어떻게 움직이고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 과정 안에서 베토벤의 음악 세계도 조금 더 조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제목에 '베토벤'이라는 이름이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음악의 요소들을 멜로딕스, 하모니, 포르테, 알레그로, 안단테, 피아노라는 이름으로 의인화한 혼령이 등장하는 점도 독특하다. 이들은 베토벤의 음악에 맞춰 안무를 소화한다. 문성우 안무감독은 "캐릭터 별로 빠르고, 느리고, 강하고, 여리고, 섬세하고, 리드미컬하고, 조화롭게 음악의 특성들을 하나씩 부여했다. 그런 걸 조화롭게 시각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혼령들을 베토벤의 내면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삼진 않았다"며 "음악에 집중했다. 어떤 기악이든 질감이 다 다르지 않냐. 최대한 음악에 집중해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 역은 박효신·박은태·카이가 맡았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세 분 모두 베토벤의 캐릭터에 맞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처음부터 연습실에서 롱코트를 입고 연습했다. 헤어스타일도 베토벤과 비슷해지고, 말투도 캐릭터에 완벽하게 맞춰가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효신은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베토벤의 절규나 사랑에 대한 절절함을 표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박은태는 섬세한 감성 연기와 미성을 가지고 있어서 베토벤의 환희에 찬 목소리, 분노 등 여러 색깔을 표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악 전공인 카이에 대해서는 "이 곡을 대학교 때부터 많이 접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베토벤의 선율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정통성을 재밌는 부분으로 볼 수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카이는 "개인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세상이 가장 정확히 보인다는 걸 철칙으로 삼고 있다. 베토벤의 음악이 완벽에 가깝기 때문에 그 상태 그대로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는 심정으로 노래하고 있다. 기악곡이 아니라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승화됐기 때문에 그 안에서 내가 연기하는 베토벤의 감정이 대사와 어우러져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이어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박은태는 "난 조금 다르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이 작품은 베토벤의 음악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뮤지컬로서 드라마를 전달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음악에 짓눌리지 않고 최대한 인물로서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이 2~3시간 동안 베토벤이라는 인물, 토니와의 사랑과 고뇌, 인간적인 감정과 삶의 변화를 체감하면서 음악과 함께 공감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베토벤과 운명적 사랑에 빠지는 안토니 브렌타노는 조정은·옥주현·윤공주가 연기한다. 세 사람은 진실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인물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조정은은 "무대 올라가는 배우로서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있어 부담감이 있다"면서도 "공연하면서 스스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내린 결론은 남녀의 사랑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거다. 원작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사랑이라는 자체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그 사랑이라는 게 불멸하다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털어놨다.
옥주현은 "'베토벤 시크릿'의 편지라는 출발이 재밌었다. 베토벤이 나폴레옹처럼 나라를 구한 건 아니지 않냐. 네이버에 검색해 보면 그 인물에 대한 내용이 불멸의 여인부터 시작된다"며 "위대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그게 나중에 걸작으로 남았다면 대단한 거다. 쿤체가 많이 찾고 추측하면서 (작품명에) '시크릿'이라는 중요한 구절을 달게 됐다"고 말했다.
윤공주는 "창작 초연이다 보니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진 않지만, 아이러니하게 또 그만큼 재미있었다. 정답은 없고, 지금도 계속 풀어가고 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있다. 베토벤과 토니 사이에 남녀 간의 사랑 이상이 있기에 이 작품이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 반응도 호불호가 있는데 그 또한 우리가 점점 더 '호'로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는 게 힘들지만 재밌다. 한 회 한 회 궁금증을 풀어가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베토벤의 동생인 카스파 반 베토벤 역은 이해준·윤소호·김진욱이 소화한다.
분량이 다소 적다는 질문에 이해준은 "적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내 "대본에서 표현되는 카스파의 모습이 충분히 비중 있다고 생각했다. 짧은 신이지만, 베토벤의 심연에 있는 걸 끄집어낼 수 있는 캐릭터라 생각한다. 소소한 것 하나에도 감격하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카스파가 형 베토벤에게 인생의 가치는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 자신이라는 걸 알려주는 인물이다"고 부연했다.
김진욱은 카스파라는 캐릭터에 대해 "카스파는 누구보다도 베토벤을 잘 이해하고 있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도 알고 있다. 형과 크게 다퉜을 때도 동생으로서 투정을 부리거나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형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묻어나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해준은 "짧은 신 안에서 나노 단위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많이 고민했다. 그것들이 무대에서 잘 표현될 수 있었으면 한다. 이 작품이 카스파를 통해 더 빛났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미소 지었다. 뮤지컬 '베토벤'은 코리올란 서곡, 교향곡 3번 Op.55(영웅 교향곡), 교향곡 5번 Op.67(운명 교향곡)을 비롯해 피아노 소나타 8번 Op.13(비창), 피아노 소나타 14번 Op.27-2(월광) 등 베토벤의 음악을 정교하고 신선하게, 뮤지컬적 어법으로 표현해낸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확실히 귀가 즐겁고, 가슴이 뛰는 작품이다.
카이는 "베토벤은 월드 프리미어라 대본과 음악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들어갔다. 베토벤의 음악이 어떤 방향과 쓰임새로 활용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오랫동안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지금도 듣는 걸 취미로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의 음악이 얼마나 완벽하고 음악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위대한 시작은 늘 이질감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베토벤의 음악을 이렇게 로큰롤 스타일로 변화시킨 르베이의 실력에 박수를 보낸다. 베토벤 역시 하늘에서 박수 치고 큰 응원을 해주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끝으로 박은태는 "관객들이 공감했으면 한다. 무대에 있는 분들에 공감해 집으로 갈 때 훌륭하고 재밌는 작품이었다고, 훌륭한 음악을 듣게 됐다고 말했으면 한다. '베토벤 정말 좋았다'고 구전으로 전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공연은 오는 3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계속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뮤지컬 '베토벤; Beethoven Secret)' 프레스콜이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박은태, 카이, 조정은, 옥주현, 윤공주, 이해준, 김진욱, 대본 수퍼바이저 이단비, 음악감독 김문정, 안무 감독 문성우가 참석했다.
'베토벤'은 굴곡진 삶을 살았던 외롭고 상처받은 영혼의 소유자 베토벤이 그의 영혼을 바라보고 손을 내민 운명의 사랑, 안토니(토니) 브렌타노를 만난 후의 서사를 중점적으로 담아낸다.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 한 인물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모든 것이 변화되는 동시에 위기와 고뇌의 순간을 극복하는 순간을 세세히 그려내며 시대를 초월하는 신성한 의무와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엘리자벳', '모차르트!', '레베카' 등을 만든 극작가 미하엘 쿤체,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가 EMK뮤지컬컴퍼니와 7년에 걸쳐 완성해낸 작품이다. 월드 프리미어로 지난 12일 한국에서 처음 막을 올렸다.
작품은 베토벤 인생 전체가 아닌, 1810~1812년을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는 40대 중반의 베토벤이 청력을 상실한 위기의 순간에서 운명적인 사랑 안토니 브렌타노를 만나 교감하며 내면에서 끌어올린 음악을 만들던 때로 알려져 있다.
이단비 대본 수퍼바이저는 "작품에 대한 구상은 한 통의 편지에서 출발한다. 베토벤이 사망한 이후 유품 중 발송되지 못한 편지 한 장이었다. 그 편지의 대상은 불멸의 연인이라고만 돼 있다"며 "청력 상실이라는 절망적인 상황과 그 안에서 불멸의 여인을 만난 환희의 상황이 이 작품이 만들어진 바탕"이라고 설명했다.
베토벤의 음악을 토대로 하면서도, '사랑'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대본 수퍼바이저는 "위대한 음악가가 청력을 상실하면서 어떻게 더 위대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까. 미하엘 쿤체는 사랑에서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사랑의 힘, 한계, 그리고 그것이 우리 인간들을 어떻게 움직이고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 과정 안에서 베토벤의 음악 세계도 조금 더 조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제목에 '베토벤'이라는 이름이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음악의 요소들을 멜로딕스, 하모니, 포르테, 알레그로, 안단테, 피아노라는 이름으로 의인화한 혼령이 등장하는 점도 독특하다. 이들은 베토벤의 음악에 맞춰 안무를 소화한다. 문성우 안무감독은 "캐릭터 별로 빠르고, 느리고, 강하고, 여리고, 섬세하고, 리드미컬하고, 조화롭게 음악의 특성들을 하나씩 부여했다. 그런 걸 조화롭게 시각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혼령들을 베토벤의 내면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삼진 않았다"며 "음악에 집중했다. 어떤 기악이든 질감이 다 다르지 않냐. 최대한 음악에 집중해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 역은 박효신·박은태·카이가 맡았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세 분 모두 베토벤의 캐릭터에 맞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처음부터 연습실에서 롱코트를 입고 연습했다. 헤어스타일도 베토벤과 비슷해지고, 말투도 캐릭터에 완벽하게 맞춰가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효신은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베토벤의 절규나 사랑에 대한 절절함을 표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박은태는 섬세한 감성 연기와 미성을 가지고 있어서 베토벤의 환희에 찬 목소리, 분노 등 여러 색깔을 표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악 전공인 카이에 대해서는 "이 곡을 대학교 때부터 많이 접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베토벤의 선율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정통성을 재밌는 부분으로 볼 수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카이는 "개인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세상이 가장 정확히 보인다는 걸 철칙으로 삼고 있다. 베토벤의 음악이 완벽에 가깝기 때문에 그 상태 그대로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는 심정으로 노래하고 있다. 기악곡이 아니라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승화됐기 때문에 그 안에서 내가 연기하는 베토벤의 감정이 대사와 어우러져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이어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박은태는 "난 조금 다르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이 작품은 베토벤의 음악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뮤지컬로서 드라마를 전달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음악에 짓눌리지 않고 최대한 인물로서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이 2~3시간 동안 베토벤이라는 인물, 토니와의 사랑과 고뇌, 인간적인 감정과 삶의 변화를 체감하면서 음악과 함께 공감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베토벤과 운명적 사랑에 빠지는 안토니 브렌타노는 조정은·옥주현·윤공주가 연기한다. 세 사람은 진실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인물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조정은은 "무대 올라가는 배우로서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있어 부담감이 있다"면서도 "공연하면서 스스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내린 결론은 남녀의 사랑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거다. 원작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사랑이라는 자체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그 사랑이라는 게 불멸하다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털어놨다.
옥주현은 "'베토벤 시크릿'의 편지라는 출발이 재밌었다. 베토벤이 나폴레옹처럼 나라를 구한 건 아니지 않냐. 네이버에 검색해 보면 그 인물에 대한 내용이 불멸의 여인부터 시작된다"며 "위대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그게 나중에 걸작으로 남았다면 대단한 거다. 쿤체가 많이 찾고 추측하면서 (작품명에) '시크릿'이라는 중요한 구절을 달게 됐다"고 말했다.
윤공주는 "창작 초연이다 보니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진 않지만, 아이러니하게 또 그만큼 재미있었다. 정답은 없고, 지금도 계속 풀어가고 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있다. 베토벤과 토니 사이에 남녀 간의 사랑 이상이 있기에 이 작품이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 반응도 호불호가 있는데 그 또한 우리가 점점 더 '호'로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는 게 힘들지만 재밌다. 한 회 한 회 궁금증을 풀어가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베토벤의 동생인 카스파 반 베토벤 역은 이해준·윤소호·김진욱이 소화한다.
분량이 다소 적다는 질문에 이해준은 "적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내 "대본에서 표현되는 카스파의 모습이 충분히 비중 있다고 생각했다. 짧은 신이지만, 베토벤의 심연에 있는 걸 끄집어낼 수 있는 캐릭터라 생각한다. 소소한 것 하나에도 감격하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카스파가 형 베토벤에게 인생의 가치는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 자신이라는 걸 알려주는 인물이다"고 부연했다.
김진욱은 카스파라는 캐릭터에 대해 "카스파는 누구보다도 베토벤을 잘 이해하고 있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도 알고 있다. 형과 크게 다퉜을 때도 동생으로서 투정을 부리거나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형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묻어나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해준은 "짧은 신 안에서 나노 단위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많이 고민했다. 그것들이 무대에서 잘 표현될 수 있었으면 한다. 이 작품이 카스파를 통해 더 빛났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미소 지었다. 뮤지컬 '베토벤'은 코리올란 서곡, 교향곡 3번 Op.55(영웅 교향곡), 교향곡 5번 Op.67(운명 교향곡)을 비롯해 피아노 소나타 8번 Op.13(비창), 피아노 소나타 14번 Op.27-2(월광) 등 베토벤의 음악을 정교하고 신선하게, 뮤지컬적 어법으로 표현해낸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확실히 귀가 즐겁고, 가슴이 뛰는 작품이다.
카이는 "베토벤은 월드 프리미어라 대본과 음악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들어갔다. 베토벤의 음악이 어떤 방향과 쓰임새로 활용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오랫동안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지금도 듣는 걸 취미로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의 음악이 얼마나 완벽하고 음악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위대한 시작은 늘 이질감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베토벤의 음악을 이렇게 로큰롤 스타일로 변화시킨 르베이의 실력에 박수를 보낸다. 베토벤 역시 하늘에서 박수 치고 큰 응원을 해주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끝으로 박은태는 "관객들이 공감했으면 한다. 무대에 있는 분들에 공감해 집으로 갈 때 훌륭하고 재밌는 작품이었다고, 훌륭한 음악을 듣게 됐다고 말했으면 한다. '베토벤 정말 좋았다'고 구전으로 전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공연은 오는 3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계속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