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뜬 한국계 작가 권오경의 첫 소설
“나는 이 모임의 내부자가 되고자 했다. 정확히 무엇이 피비를 끌어당겼는지, 존 릴이 어떤 마술을 썼는지 알아내면 이 연극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터였다.”

최근 국내 출간된 <인센디어리스> (문학과지성사·사진)는 미국에서 주목받는 한국계 작가 권오경(R.O. Kwon)의 데뷔작이다. 컬트 종교 단체 ‘제자’에 빠져든 연인 피비를 빼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윌의 이야기를 그렸다.

컬트 종교와 테러 등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지만 작가는 자극적인 이야기로 독자를 몰지 않는다. 대신 인간 심리를 깊이 파고든다. “믿음과 광신, 열정과 폭력, 합리와 미지의 경계를 눈부시도록 능수능란하게 탐사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18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장편은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존 레너드상 등 각종 문학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고, 작가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주목받는 작가 4인’으로 꼽혔다.

이야기는 세 인물의 입을 통해 서술된다. 피비 린은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 미국에 왔다. 엄 마의 죽음 후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잃고 방탕한 대학 생활을 하던 중 컬트 종교에 빠진다. 윌 켄달은 전도사였다가 신앙의 위기를 겪은 후 무신론자가 됐다. 하지만 구원의 환상 속에서 하루하루 삶을 기뻐하고 타인을 사랑하던 지난날을 뼈저리게 그리워한다. 존 릴은 컬트 종교 단체 제자의 창립자다. 한국인 엄마를 둔 그는 탈북민을 돕다가 북한 수용소에 끌려가 고초를 겪은 경험이 있다.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결핍돼 있다. 책은 컬트 종교에 대한 묘사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기보다는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되는 인간의 상실감과 결핍, 사랑이라는 명분 아래 벌어지는 몰이해와 통제욕, 이해 받지 못하는 외로움에 대해 말한다.

권 작가는 뉴욕타임스, 뉴요커, 가디언 등에 글을 기고하다가 2018년 첫 장편 를 펴냈다. 이 소설은 드라마로도 만들어진다.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