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꾼 vs 사랑꾼…뮤지컬로 만나는 베토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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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삶과 음악 주제로 한 뮤지컬 2편
'루드윅', '베토벤' 동시기 공연
'루드윅', '베토벤' 동시기 공연
루드비히 반 베토벤의 이름 앞에는 '악성(樂聖)'이라는 말이 붙는다. 청력을 잃어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숱한 명곡을 써 내려가며 오히려 음악가로서 경지에 이른 그에게 천재라는 말보다는 이 악성이라는 표현이 쓰인다. 그의 음악, 극적인 삶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두 편이 대학로와 대극장 무대에 각각 올랐다.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이하 '루드윅')'는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되고 있다. 작품은 사실과 허구를 섞은 팩션 뮤지컬로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앞두고 베토벤이 한 여성에게 쓴 편지 한 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편지를 여는 순간 모차르트를 향한 동경과 질투, 음악적 재능에 대한 치열한 고민, 청력을 잃어가는 고난 속에서 겪는 방황, 음악에 대한 집착과 자유를 향한 갈망, 사랑에 대한 깨달음 등 '인간 베토벤'의 심연으로 빠져든다.
유년 시절, 청년, 노년의 베토벤을 각기 다른 배우들이 소화, 베토벤의 일생을 전체적으로 조명한다. 아버지로부터 학대당하며 혼란스러운 유년 시절을 보낸 베토벤은 음악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다. 그러던 중 점점 청력을 상실해가는 자신을 보며 깊은 좌절에 빠졌다. 하지만 귀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음악적 자유를 마주했다. 그는 청력을 상실하기 시작한 후로 소나타 제8번 c단조 '비창', 제14번 c#단조 '월광', 교향곡 제5번 c단조 '운명', 제6번 F장조 '전원',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 등 주옥같은 곡들을 탄생시켰다. '루드윅'에는 베토벤의 조카 카를이 등장한다. 루드윅은 카를이 베토벤을 부를 때 쓰던 애칭이었다. 카를을 향한 베토벤의 사랑은 지극하다 못해 지독했다. 베토벤은 그를 음악가로 키우려 했지만, 이는 곧 집착이 됐고, 결국 자신의 방식이 사랑이 아님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다.
'루드윅'은 정적이고 차분한 연출 안에서 감정을 터트리고 포효하는 미치광이 베토벤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비춘다. 이는 깊고 세밀하게 표현되는 베토벤의 내면에 집중하기 좋은 선택이다. 메시지적으로 전하는 바도 많다. 베토벤의 일생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이를 토대로 정신적 자유, 음악과 가족에 대한 사랑의 가치를 일깨우니 여운이 길게 남는다. 정적인 연출 및 조명을 통해 임팩트를 주는 몇몇 장면도 인상적이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음악이다. 베토벤의 명곡을 자연스럽게 변주한 넘버들이 내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음악의 고유성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창작이 이루어져 듣기에 상당히 매끄럽다. 공연이 끝나면 베토벤의 음악을 다시금 찾아 듣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베토벤의 편지를 여성에게 전달하는 배역인 피아니스트가 무대 위에서 직접 선보이는 연주를 듣는 재미도 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베토벤'은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다. 이 역시 베토벤이 남긴 편지 한 통에서 출발한다. 수신인을 40대 베토벤이 만난 '불멸의 연인' 안토니 브렌타노로 설정했다.
그런데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토니가 아이까지 있는 유부녀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베토벤이 청력을 잃고 음악가로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 시기인 1810~1812년을 배경으로 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베토벤 외에도 안토니, 동생 카스파 등의 이야기가 중첩돼 전개가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음악도 아쉽다. 52개의 모든 넘버를 베토벤의 곡으로 구성했는데 무리하게 뮤지컬적 문법에 맞추려다 보니 어색하다. 원곡에 충실하게 올라탔지만, 오히려 웅장한 원곡과 비교돼 밋밋하고 허전하다. 쿵작거리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오글거리는 대사가 덧입혀진 명곡이 어딘가 애처롭다. 박효신, 박은태, 옥주현 등 스타 뮤지컬 배우들을 캐스팅해 화려함으로 승부수를 띄웠기에 더더욱 관객들의 실망감이 큰 모양새다.
하지만 이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연출로 달래볼 수 있다. 베토벤이 사랑의 기쁨과 환희를 알게 되는 1막 마지막 장면에서는 무대가 사이드까지 환하게 열리며 강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프라하의 카를교를 구현한 거대한 무대 장치도 놓쳐선 안 될 볼거리다.
'루드윅'과 '베토벤'은 각각 내달 12, 26일까지 계속 공연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이하 '루드윅')'는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되고 있다. 작품은 사실과 허구를 섞은 팩션 뮤지컬로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앞두고 베토벤이 한 여성에게 쓴 편지 한 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편지를 여는 순간 모차르트를 향한 동경과 질투, 음악적 재능에 대한 치열한 고민, 청력을 잃어가는 고난 속에서 겪는 방황, 음악에 대한 집착과 자유를 향한 갈망, 사랑에 대한 깨달음 등 '인간 베토벤'의 심연으로 빠져든다.
유년 시절, 청년, 노년의 베토벤을 각기 다른 배우들이 소화, 베토벤의 일생을 전체적으로 조명한다. 아버지로부터 학대당하며 혼란스러운 유년 시절을 보낸 베토벤은 음악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다. 그러던 중 점점 청력을 상실해가는 자신을 보며 깊은 좌절에 빠졌다. 하지만 귀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음악적 자유를 마주했다. 그는 청력을 상실하기 시작한 후로 소나타 제8번 c단조 '비창', 제14번 c#단조 '월광', 교향곡 제5번 c단조 '운명', 제6번 F장조 '전원',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 등 주옥같은 곡들을 탄생시켰다. '루드윅'에는 베토벤의 조카 카를이 등장한다. 루드윅은 카를이 베토벤을 부를 때 쓰던 애칭이었다. 카를을 향한 베토벤의 사랑은 지극하다 못해 지독했다. 베토벤은 그를 음악가로 키우려 했지만, 이는 곧 집착이 됐고, 결국 자신의 방식이 사랑이 아님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다.
'루드윅'은 정적이고 차분한 연출 안에서 감정을 터트리고 포효하는 미치광이 베토벤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비춘다. 이는 깊고 세밀하게 표현되는 베토벤의 내면에 집중하기 좋은 선택이다. 메시지적으로 전하는 바도 많다. 베토벤의 일생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이를 토대로 정신적 자유, 음악과 가족에 대한 사랑의 가치를 일깨우니 여운이 길게 남는다. 정적인 연출 및 조명을 통해 임팩트를 주는 몇몇 장면도 인상적이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음악이다. 베토벤의 명곡을 자연스럽게 변주한 넘버들이 내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음악의 고유성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창작이 이루어져 듣기에 상당히 매끄럽다. 공연이 끝나면 베토벤의 음악을 다시금 찾아 듣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베토벤의 편지를 여성에게 전달하는 배역인 피아니스트가 무대 위에서 직접 선보이는 연주를 듣는 재미도 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베토벤'은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다. 이 역시 베토벤이 남긴 편지 한 통에서 출발한다. 수신인을 40대 베토벤이 만난 '불멸의 연인' 안토니 브렌타노로 설정했다.
그런데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토니가 아이까지 있는 유부녀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베토벤이 청력을 잃고 음악가로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 시기인 1810~1812년을 배경으로 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베토벤 외에도 안토니, 동생 카스파 등의 이야기가 중첩돼 전개가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음악도 아쉽다. 52개의 모든 넘버를 베토벤의 곡으로 구성했는데 무리하게 뮤지컬적 문법에 맞추려다 보니 어색하다. 원곡에 충실하게 올라탔지만, 오히려 웅장한 원곡과 비교돼 밋밋하고 허전하다. 쿵작거리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오글거리는 대사가 덧입혀진 명곡이 어딘가 애처롭다. 박효신, 박은태, 옥주현 등 스타 뮤지컬 배우들을 캐스팅해 화려함으로 승부수를 띄웠기에 더더욱 관객들의 실망감이 큰 모양새다.
하지만 이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연출로 달래볼 수 있다. 베토벤이 사랑의 기쁨과 환희를 알게 되는 1막 마지막 장면에서는 무대가 사이드까지 환하게 열리며 강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프라하의 카를교를 구현한 거대한 무대 장치도 놓쳐선 안 될 볼거리다.
'루드윅'과 '베토벤'은 각각 내달 12, 26일까지 계속 공연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