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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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사그라들면서 ‘제주호텔 전성시대’도 막을 내렸다. 3년 만에 활짝 열린 하늘길을 타고 한국인들이 줄줄이 해외로 떠난 탓이다. 빈자리를 채워줄 외국인들은 아직 제주를 찾을 준비가 안 됐다. 그러다 보니 1년 전 이맘때 하루 40만원이 넘었던 특급호텔 방값이 10만원대로 떨어졌는데도 빈방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7일 호텔 예약사이트 부킹닷컴에 따르면 제주 신라호텔과 롯데호텔의 다음주 가장 작은 방(스탠더드룸) 판매가는 각각 40만원(평일 1박 기준 정상가격)으로 책정됐다. 작년 2월 가격이 70만~8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반토막’이 된 셈이다. 두 호텔의 방값이 50만원 밑으로 떨어진 건 코로나19가 상륙한 2020년 이후 처음이다. 5성급 특급호텔인 신화월드 리조트의 스탠더드룸 가격은 같은 기간 40만원대에서 19만원으로 떨어졌다. 4성급인 제주 소노벨은 공실률이 40%(평일 기준)에 이르자 다음주 스탠더드룸 가격을 14만원으로 낮췄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제주도 주요 특급호텔 1월 평균 객실판매가가 전년 동기보다 40~50% 떨어졌다”며 “1~2월 겨울방학 때 제주 호텔 가격이 이렇게 큰 폭으로 떨어진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제주 호텔의 몰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해외여행 재개다. 선택지가 넓어진 한국인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콧대’가 높아진 제주 대신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택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 1월 제주 관광객은 1년 전보다 10.4% 감소했다.

빈자리를 외국인이 채워주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에서 제주도로 직접 향하는 노선이 싱가포르, 태국 방콕, 일본 오사카, 대만 타이베이 등 네 곳뿐이어서다. 작년 10월 이후 직항 노선이 추가된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 제주를 가장 많이 찾는 일본인 및 중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려면 김포공항에서 한 번 갈아타야 한다.

올 사람은 줄어들고 있는데, 방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늘었다. 코로나19 기간에만 객실 수가 1600개에 달하는 제주드림타워를 비롯해 그랜드조선 제주(271실) 파르나스호텔 제주(307실) JW 제주 리조트&스파(198실) 등이 문을 열었다.

정부가 지난 11일 중국 입국자를 대상으로 단기비자 발급 제한을 푼 것도 당장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호텔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단기 방문 비자와 업무차 체류할 수 있는 상업무역 비자만 정상화됐을 뿐 관광비자는 여전히 막혀 있어서다. 관광비자 발급이 재개돼도 방역 문제가 남아 있다.

카지노를 거느린 호텔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당초 지난달 홍콩과 제주를 잇는 직항편이 다시 열릴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중국 비자 발급을 중단하면서 없던 일이 돼서다. 카지노를 운영하는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 관계자는 “1월 홍콩노선 재개에 맞춰 손님 맞을 준비를 마쳤는데 망연자실한 기분”이라고 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