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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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사는 1992년생 매튜 롭슨은 돌 부터 28세까지 매년 생일때마다 아버지로부터 '맥캘란 18년' 싱글 몰트 위스키를 선물로 받았다. 술을 마실 수 없는 어린이에겐 고약한 선물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28병의 맥캘란은 롭슨이 집을 장만하는 종잣돈으로 거듭났다. 아버지가 위스키 28병을 사는 데 쓴 돈은 5000파운드(799만원)였지만, 2020년 기준 총 4만파운드(6395만원)로 가치가 크게 불었다.

BBC 방송에서 2년 전 소개돼 화제가 됐던 이야기다. 해외에선 위스키가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영국 부동산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가 발표한 '럭셔리 인베스트먼트 인덱스 2022'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고급 위스키의 가치는 428% 뛰었다. 자동차, 와인, 시계 등 여러 사치품 중 최고 수익률을 올릴 정도다.

위스키 가격이 급등하는데 국내에서도 위스키 재테크가 가능할까? 결론 먼저 말하면, 일반인은 투자목적으로 위스키를 사고 파는 게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개인간 주류 거래가 금지돼 있어서다. 주류는 판매 면허를 소지해야하며, 허가된 장소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중고마켓이나 사적 모임 등에서 암암리에 진행되는 '리셀'은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투자 목적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라면 "지금 당장 위스키를 사라"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오늘이 가장 싸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요보다 공급이 만성적으로 달리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발베니 12년'은 소매 가격 기준으로 2019년 7만원대에서 올해 15만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버번 위스키인 '러셀리저브 싱글 배럴'도 같은 기간 7만원에서 12만원 가량으로 올랐다.

그러다보니 명품백을 사듯 한정판이나 인기있는 위스키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하거나 국내보다 판매 가격이 싼 일본에 위스키 구입 목적으로 여행을 가는 위스키 애호가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인테리어용 빈 술병을 사고파는 시장도 생겼다. 중고장터에는 '글랜피딕 18년' 공병이 1만5000원, '로얄 살루트 32년' 공병은 5만원에 거래됐다. 최상급 꼬냑으로 분류되는 ‘리차드 헤네시’ 크리스탈 공병은 50만원 가량을 호가한다.

알코올 도수 함량이 40% 이상인 증류주는 균이 서식하지 못해 시간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다. 단, 개봉하지 않고, 병을 세워서, 서늘한 그늘에 보관할 것. 이 세 가지만 지키면 사실상 소비기한이 없다. '세월이 빚은 술' 위스키의 가치를 오래도록 지키는 방법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