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지능은 물론 미래소득까지 유전자가 결정한다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유전자 로또
캐스린 페이지 하든 지음
이동근 옮김 / 에코리브로
416쪽|2만3000원
유전학 연구한 심리학 교수 저자
인간 유전자 99.9% 똑같지만
외모·지능·건강은 '천차만별'
작은 유전자 차이가 인생 갈라
교육 유전자 상위 25% 집단
대학 졸업률 55% 달해
하위 25%는 11%에 불과
캐스린 페이지 하든 지음
이동근 옮김 / 에코리브로
416쪽|2만3000원
유전학 연구한 심리학 교수 저자
인간 유전자 99.9% 똑같지만
외모·지능·건강은 '천차만별'
작은 유전자 차이가 인생 갈라
교육 유전자 상위 25% 집단
대학 졸업률 55% 달해
하위 25%는 11%에 불과

<유전자 로또>는 대담하게도 그 불편한 질문을 꺼내 든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원한다면 사람들 간의 유전적 차이, 그에 따른 건강과 능력의 차이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쓴 캐스린 페이지 하든 미국 텍사스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과학자가 단체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려고 뛰어들고자 한다면, 사람은 똑같이 태어나지 않는다는 인간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책마을] 지능은 물론 미래소득까지 유전자가 결정한다고?](https://img.hankyung.com/photo/202303/AA.32785496.1.jpg)
저자는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보수주의자들의 견해에도 거리를 둔다. 보수주의자들은 사회적 성공은 개인의 능력에 따른 것으로, 정부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과도하게 개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저자는 유전적 차이로 인한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교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의론>을 쓴 존 롤스를 인용한다. 롤스는 ‘어떤 집안에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태어날지 모르는 상태에 있다고 생각해보라’고 했다. 자기가 어떤 곳에 태어날지 모르는 사람은 출생과 선천적 능력 등 ‘자연 로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세상에 태어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책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철학적 질문만 던지는 것은 아니다. 유전학을 연구하는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분자유전학의 최첨단 기술인 전체 유전체 연관 연구(GWAS)를 동원해 유전적 차이가 개인 간의 차이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보여준다. 교육 다유전자(polygenic)지수 상위 25% 집단의 대학 졸업률은 55%로, 하위 25%의 11%에 비해 현격히 높았다. 70대 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교육 다유전자지수 상위 그룹이 하위 그룹보다 자산이 평균 47만5000달러 많았다. 유전자에 따라 교육과 부의 격차가 발생함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다만 저자는 너무 유전자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책에 따르면 100만 명 이상의 개인을 대상으로 GWAS 검사에서 관찰한 교육 성취도의 10~15%가량이 유전적 요인 때문이었다. 나머지는 비(非)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부모의 재력과 사교육, 주변 환경 등도 교육 성취도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데도 저자는 다른 요인보다 유전적 차이에만 초점을 맞춘다. 공교육을 유전적으로 불리한 학생들의 성취도를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재설계해야 한다는 식이다.
논쟁적인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이 그렇듯 분석과 해법이 완벽하지는 않다. 중요한 질문을 나름의 논리를 덧붙여 던진 것만으로 읽어볼 가치는 있다. 유전적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개인 유전자 분석이 보편화할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질문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