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사로잡은 '뉴욕의 백종원'…"한식으로 미쉐린 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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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억만장자거리'에
한식 레스토랑 '안토' 연 토니 박 대표
이탈리아서 태어나 20대에 뉴욕 정착
우연히 공실 난 점포서 베이커리 창업
딸 이름 딴 '안젤리나'로 디저트계 돌풍
한인타운서 한국식 바비큐 레스토랑
합리적 가격 통해 '미쉐린 빕구르망' 선정
한식 레스토랑 '안토' 연 토니 박 대표
이탈리아서 태어나 20대에 뉴욕 정착
우연히 공실 난 점포서 베이커리 창업
딸 이름 딴 '안젤리나'로 디저트계 돌풍
한인타운서 한국식 바비큐 레스토랑
합리적 가격 통해 '미쉐린 빕구르망' 선정
3월 말의 어느 저녁. 미국 뉴욕 맨해튼의 부호들이 거주하는 지역인 ‘억만장자 거리’ 주변(이스트 58번가) 한 레스토랑에 미국의 인플루언서들이 몰려들었다. 광화문광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이순신 장군의 동상, 큼지막한 거북선 모형, 벽을 수놓은 선홍빛 무궁화. 모던한 고층의 오피스 빌딩과 미국적인 화려함이 가득한 거리에 색다른 모습으로 들어선 이곳은 최근 문을 연 한식당 ‘안토(ANTO)’다.
리디아 바스티아니치(이탈리아계 유명 셰프 겸 방송인)가 수십 년간 운영해 온 유서 깊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펠리디아’가 자리하던 곳이어서 관심은 더 뜨거웠다. 뉴욕타임스는 안토를 “서양식 터치 없이 한국의 전통 재료를 사용한 정통 한식 레스토랑”이라고 소개했다.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미식 도시 중 하나다. 34번가 한인타운은 물론이고, 곳곳에서 수많은 인기 한식당이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현지 입맛을 고려해 서양의 재료나 조리법을 가미한 ‘퓨전 레스토랑’이 주류다. 안토의 창업자인 재미동포 토니 박 QB호스피탈리티 대표(사진)도 안젤리나(베이커리), 안토야(바비큐), 캐서린(칵테일바) 등을 맨해튼에서 줄줄이 성공시키며 현지 요식업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태어나 팔레르모의 요리학교(Scuola Alberghiera)를 졸업한 그는 미국식 모던한 공간에 이탈리아식 조리법과 한식 재료를 적절히 조합해 현지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에게 안토는 준비 기간만 2~3년이 걸렸을 정도로 가장 공들인 공간이다. “가장 한국적인 맛으로 세계를 사로잡고 싶다”는 박 대표를 맨해튼에서 만났다. ▷갓 문을 연 한식당인데 이미 관심이 뜨겁습니다. 요식업에 발을 담그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우연한 기회였어요. 빌딩·상가 거래 업체를 운영했는데, 공실이 나면 직접 떠안았죠. 파리바게뜨 점주로도 일했는데 가맹점 특성상 경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어요. ‘조리 전공을 살려 직접 빵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2019년 문을 연 베이커리가 딸의 이름을 딴 ‘안젤리나’입니다. 이탈리아에서 배운 조리법을 활용하고, 냉동 생지 대신 그날 제조한 반죽을 써 싱싱한 빵을 만들었어요. 안젤리나가 방문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구글, 트립어드바이저, 옐프(yelp)의 디저트 맛집 1위에 오르기도 했죠. 준비 중인 곳을 포함해 미국에서만 총 10곳의 매장을 열게 됐습니다.”
▷기존에도 한식당을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인타운에서 안토야(옛 삼원가든)라는 한국식 바비큐 레스토랑을 운영했습니다. 한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한국식 바비큐를 체험하려는 외국인도 많았습니다. 미쉐린 빕구르망(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 이름도 올렸죠. 하지만 룸 형태 공간에서 모임을 하는 고깃집의 특성상 코로나 기간엔 힘든 시간을 겪었어요. 안토야 운영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한국식 식당으로 제대로 미쉐린 ‘스타’(미쉐린가이드에서 최고의 레스토랑에만 주는 별)를 받겠다는 포부를 갖게 됐죠.”
▷안토의 공간을 구성할 때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모던한 공간에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채워 넣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명인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가장 한국적인 상징물을 제작하는 데 공을 들였어요. 이순신 장군의 동상, 거북선 모형을 직접 주문 제작했죠. 파손을 피하기 위해 비행기 퍼스트클래스로 ‘모셔 왔을’ 정도로 애착을 갖고 준비한 오브제입니다. 복도 벽면에는 한국 국화인 무궁화를 그린 대형 패널을 설치했고요. 한지의 느낌을 낸 은은한 간접 조명을 제작했고, 고기는 자개 문양의 장식장에 담아냅니다. 음식을 담는 식기와 장식용 달항아리도 도자기 장인들에게 하나하나 직접 주문해 만들었습니다. 안토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죠.” ▷메뉴와 조리법도 궁금합니다.
“좋은 음식을 만들려면 최고의 팀을 구성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 시노비와 젠고 출신인 이임섭 셰프를 비롯해 모든 조리 담당 직원들이 미쉐린 2~3스타 레스토랑 출신입니다. 식재료와 발효, 숙성, 조리법도 철저히 한국식으로 준비했습니다. 한국식 바비큐는 물론이고요. 물회와 부침개, 떡갈비, 간장게장, 비빔면 등 인기 한식 메뉴를 최대한 고급스러운 플레이팅으로 풀어냈죠. 식후에도 약과, 오미자 아이스크림, 식혜 같은 한식 디저트를 제공합니다. 눈으로 볼 때도 예쁘고, 감칠맛이 나는 우아한 코리안 다이닝을 보여주고 싶었죠.”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해외 생활을 오래 했는데도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보입니다.
“초등학생 시절을 제외하면 한국을 직접 경험한 시간이 길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늘 확고했어요. 20대 초반에 뉴욕에 왔는데, ATM 사업과 부동산 거래 등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여러 실패도 맛봤습니다. 많은 인종과 국적의 사람이 뒤섞인 이곳에서 역설적으로 한인이라는 정체성이 더욱 짙어졌죠. 그동안 문을 연 식당에서도 잣, 설렁탕 같은 한식 재료나 조리법을 가미한 요리를 선보이곤 했는데 ‘새로운 맛’이라는 평가가 많았어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억만장자 거리에서 문을 연 만큼 상류층 고객을 위한 디테일도 상당히 신경을 쓴 것 같은데요.
“뉴욕의 명망 있는 식당들은 음식에 어울리는 고급 와인을 구비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도 최적의 ‘와인 페어링’(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곁들여 주는 서비스)을 위해 1200종의 와인과 전용 보관 창고를 갖췄어요. 연간 회원권 금액(1만5000~3만달러)을 내면 2층에 마련한 프라이빗 다이닝 공간에서 언제든 원하는 메뉴로 식사할 수 있죠. 네임 태그를 단 개인 라커는 물론이고 이름이나 원하는 문구를 새긴 커트러리와 식기도 제공합니다. 이미 한국 연예계 톱스타와 뉴욕의 명품 브랜드 임원들이 다수 가입했어요. 개인적인 비즈니스 업무가 많은 유명 인사들을 위해 화장실 옆 공간에는 분재를 배치한 방음 전화 부스까지 조성했죠.”
▷‘뉴욕의 백종원’이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현지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미식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수많은 한인 레스토랑이 K푸드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하지만 퓨전이 아닌 정통 한식으로 미쉐린 스타를 받은 식당은 드물어요. 안토라는 이름을 미쉐린가이드에 당당히 올려 더 이상 퓨전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우리의 아름다운 유산인 한국 전통의 맛과 멋, 이곳에서 그 경쟁력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뉴욕=정소람 특파원 ram@hankyung.com
리디아 바스티아니치(이탈리아계 유명 셰프 겸 방송인)가 수십 년간 운영해 온 유서 깊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펠리디아’가 자리하던 곳이어서 관심은 더 뜨거웠다. 뉴욕타임스는 안토를 “서양식 터치 없이 한국의 전통 재료를 사용한 정통 한식 레스토랑”이라고 소개했다.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미식 도시 중 하나다. 34번가 한인타운은 물론이고, 곳곳에서 수많은 인기 한식당이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현지 입맛을 고려해 서양의 재료나 조리법을 가미한 ‘퓨전 레스토랑’이 주류다. 안토의 창업자인 재미동포 토니 박 QB호스피탈리티 대표(사진)도 안젤리나(베이커리), 안토야(바비큐), 캐서린(칵테일바) 등을 맨해튼에서 줄줄이 성공시키며 현지 요식업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태어나 팔레르모의 요리학교(Scuola Alberghiera)를 졸업한 그는 미국식 모던한 공간에 이탈리아식 조리법과 한식 재료를 적절히 조합해 현지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에게 안토는 준비 기간만 2~3년이 걸렸을 정도로 가장 공들인 공간이다. “가장 한국적인 맛으로 세계를 사로잡고 싶다”는 박 대표를 맨해튼에서 만났다. ▷갓 문을 연 한식당인데 이미 관심이 뜨겁습니다. 요식업에 발을 담그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우연한 기회였어요. 빌딩·상가 거래 업체를 운영했는데, 공실이 나면 직접 떠안았죠. 파리바게뜨 점주로도 일했는데 가맹점 특성상 경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어요. ‘조리 전공을 살려 직접 빵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2019년 문을 연 베이커리가 딸의 이름을 딴 ‘안젤리나’입니다. 이탈리아에서 배운 조리법을 활용하고, 냉동 생지 대신 그날 제조한 반죽을 써 싱싱한 빵을 만들었어요. 안젤리나가 방문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구글, 트립어드바이저, 옐프(yelp)의 디저트 맛집 1위에 오르기도 했죠. 준비 중인 곳을 포함해 미국에서만 총 10곳의 매장을 열게 됐습니다.”
▷기존에도 한식당을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인타운에서 안토야(옛 삼원가든)라는 한국식 바비큐 레스토랑을 운영했습니다. 한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한국식 바비큐를 체험하려는 외국인도 많았습니다. 미쉐린 빕구르망(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 이름도 올렸죠. 하지만 룸 형태 공간에서 모임을 하는 고깃집의 특성상 코로나 기간엔 힘든 시간을 겪었어요. 안토야 운영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한국식 식당으로 제대로 미쉐린 ‘스타’(미쉐린가이드에서 최고의 레스토랑에만 주는 별)를 받겠다는 포부를 갖게 됐죠.”
▷안토의 공간을 구성할 때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모던한 공간에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채워 넣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명인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가장 한국적인 상징물을 제작하는 데 공을 들였어요. 이순신 장군의 동상, 거북선 모형을 직접 주문 제작했죠. 파손을 피하기 위해 비행기 퍼스트클래스로 ‘모셔 왔을’ 정도로 애착을 갖고 준비한 오브제입니다. 복도 벽면에는 한국 국화인 무궁화를 그린 대형 패널을 설치했고요. 한지의 느낌을 낸 은은한 간접 조명을 제작했고, 고기는 자개 문양의 장식장에 담아냅니다. 음식을 담는 식기와 장식용 달항아리도 도자기 장인들에게 하나하나 직접 주문해 만들었습니다. 안토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죠.” ▷메뉴와 조리법도 궁금합니다.
“좋은 음식을 만들려면 최고의 팀을 구성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 시노비와 젠고 출신인 이임섭 셰프를 비롯해 모든 조리 담당 직원들이 미쉐린 2~3스타 레스토랑 출신입니다. 식재료와 발효, 숙성, 조리법도 철저히 한국식으로 준비했습니다. 한국식 바비큐는 물론이고요. 물회와 부침개, 떡갈비, 간장게장, 비빔면 등 인기 한식 메뉴를 최대한 고급스러운 플레이팅으로 풀어냈죠. 식후에도 약과, 오미자 아이스크림, 식혜 같은 한식 디저트를 제공합니다. 눈으로 볼 때도 예쁘고, 감칠맛이 나는 우아한 코리안 다이닝을 보여주고 싶었죠.”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해외 생활을 오래 했는데도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보입니다.
“초등학생 시절을 제외하면 한국을 직접 경험한 시간이 길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늘 확고했어요. 20대 초반에 뉴욕에 왔는데, ATM 사업과 부동산 거래 등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여러 실패도 맛봤습니다. 많은 인종과 국적의 사람이 뒤섞인 이곳에서 역설적으로 한인이라는 정체성이 더욱 짙어졌죠. 그동안 문을 연 식당에서도 잣, 설렁탕 같은 한식 재료나 조리법을 가미한 요리를 선보이곤 했는데 ‘새로운 맛’이라는 평가가 많았어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억만장자 거리에서 문을 연 만큼 상류층 고객을 위한 디테일도 상당히 신경을 쓴 것 같은데요.
“뉴욕의 명망 있는 식당들은 음식에 어울리는 고급 와인을 구비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도 최적의 ‘와인 페어링’(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곁들여 주는 서비스)을 위해 1200종의 와인과 전용 보관 창고를 갖췄어요. 연간 회원권 금액(1만5000~3만달러)을 내면 2층에 마련한 프라이빗 다이닝 공간에서 언제든 원하는 메뉴로 식사할 수 있죠. 네임 태그를 단 개인 라커는 물론이고 이름이나 원하는 문구를 새긴 커트러리와 식기도 제공합니다. 이미 한국 연예계 톱스타와 뉴욕의 명품 브랜드 임원들이 다수 가입했어요. 개인적인 비즈니스 업무가 많은 유명 인사들을 위해 화장실 옆 공간에는 분재를 배치한 방음 전화 부스까지 조성했죠.”
▷‘뉴욕의 백종원’이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현지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미식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수많은 한인 레스토랑이 K푸드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하지만 퓨전이 아닌 정통 한식으로 미쉐린 스타를 받은 식당은 드물어요. 안토라는 이름을 미쉐린가이드에 당당히 올려 더 이상 퓨전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우리의 아름다운 유산인 한국 전통의 맛과 멋, 이곳에서 그 경쟁력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뉴욕=정소람 특파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