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생존법, 제발 개발자에게 물어보세요"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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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에게 물어보세요
제프 로슨 지음 / 박설영 옮김
인사이트 / 368쪽|2만원
아마존 출신 CEO의 일침
여기저기서 개발자 구하는데
일 시켜보면 결과는 "글쎄"
"능력 발휘할 창의성 보장해야"
실용적인 현장 이야기 담아
디지털 전환 고민 기업에 '딱'
제프 로슨 지음 / 박설영 옮김
인사이트 / 368쪽|2만원
아마존 출신 CEO의 일침
여기저기서 개발자 구하는데
일 시켜보면 결과는 "글쎄"
"능력 발휘할 창의성 보장해야"
실용적인 현장 이야기 담아
디지털 전환 고민 기업에 '딱'
‘개발자를 구합니다.’
요즘 기업 채용 공고마다 볼 수 있는 문구다. 사업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은행, 자동차, 여행, 패션, 교육, 식품, 병원, 백화점, 서점 등을 망라한다. 구글을 본떠 탁구대와 당구대를 사무실에 놔두고, 무료로 간식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을 때가 많다. 혁신적인 서비스는 안 나오고, 개발자는 일을 시킬 때마다 툴툴댄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개발자에게 물어보세요>는 그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은 수학이나 과학을 하는 것보다는 음악을 만들거나 책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며 “기업은 개발자가 창의적인 문제 해결사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쓴 제프 로슨은 미국의 유명 소프트웨어 기업인 트윌리오를 2008년 공동 창업했다. 현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그전에도 여러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아마존에서도 일한 유능한 개발자다. 경영자이자 개발자인 그는 이 책을 통해 기업에서 어떻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개발자를 잘 다룰 수 있는지를 말한다.
“소프트웨어는 회사가 세상에 내놓는 얼굴이 됐다.” 책은 개발자가 중요해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이제 은행 창구에 가지 않는다. 앱을 사용한다. 매장에 가는 대신 온라인 쇼핑한다. 이런 세상에선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사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더 나은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갖춘 회사에 자연스레 고객이 몰린다. 지점 하나 없는 온라인 은행이 돌풍을 일으키고,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각각 택시와 호텔업계를 위협하는 이유다.
기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외주 개발이다. 자신들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니까 본업에 집중하고,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전략이다. 하지만 저자는 “디지털 경제에서 살아남아 승승장구하고 싶은 회사라면 모두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들과 똑같아선 경쟁력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외주로는 민첩한 대응도 불가능하다.
모든 걸 다 만들 필요는 없다. 요즘엔 소프트웨어도 부품을 결합해 만든다. ‘우버 앱’은 4000여 개의 마이크로 서비스로 구성돼 있다. 승객이 운전자를 호출하는 커뮤니케이션 기능, 요금을 내는 결제 기능, 지도 기능 등이다. 일부는 우버가 직접 개발하고 일부는 외부에서 사 왔다. 자동차 회사들이 웬만한 부품은 다른 데서 사 오더라도 엔진 등 핵심 부품은 직접 개발하는 것과 같다.
‘만드느냐 혹은 사느냐’는 중요한 질문이다. 굳이 결제 기능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 시간 낭비다.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 이때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밖에서 사 와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개발자다. 어떤 경영진은 “개발자가 있는데 왜 밖에다가 돈을 쓰느냐”고 나무란다. 어리석은 지적이다. 저자는 “모르면 개발자에게 물어보라”고 말한다.
많은 기업이 개발자를 ‘코딩 기술자’로 여긴다. 큰 그림은 경영진과 기획팀이 그리고, 개발팀은 시킨 대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곤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느냐고 불평한다. 이런 곳에선 아무리 멋지게 사무실을 꾸며도 개발자가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개발자는 ‘문제를 던져주고 마음껏 해결해보라고 할 때’ 가장 신이 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그랬다. 그는 2014년 ‘미국 디지털 서비스’라는 조직을 구성하고 실리콘밸리 최고 기술자들을 불러 모았다. 정부의 디지털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였다. 오바마는 어떤 걸 만들어 달라고 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수리가 필요하고, 여러분이 그 일을 맡아 줬으면 좋겠다”며 문제를 공유했을 뿐이다. 책은 “오바마가 원한 건 그들의 코딩 기술이 아니라 사고방식과 상상력이었다”고 말한다.
책에는 매우 세세하고 실용적인 현장의 이야기가 담겼다. 디지털 전략을 고민하는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요즘 기업 채용 공고마다 볼 수 있는 문구다. 사업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은행, 자동차, 여행, 패션, 교육, 식품, 병원, 백화점, 서점 등을 망라한다. 구글을 본떠 탁구대와 당구대를 사무실에 놔두고, 무료로 간식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을 때가 많다. 혁신적인 서비스는 안 나오고, 개발자는 일을 시킬 때마다 툴툴댄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개발자에게 물어보세요>는 그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은 수학이나 과학을 하는 것보다는 음악을 만들거나 책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며 “기업은 개발자가 창의적인 문제 해결사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쓴 제프 로슨은 미국의 유명 소프트웨어 기업인 트윌리오를 2008년 공동 창업했다. 현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그전에도 여러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아마존에서도 일한 유능한 개발자다. 경영자이자 개발자인 그는 이 책을 통해 기업에서 어떻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개발자를 잘 다룰 수 있는지를 말한다.
“소프트웨어는 회사가 세상에 내놓는 얼굴이 됐다.” 책은 개발자가 중요해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이제 은행 창구에 가지 않는다. 앱을 사용한다. 매장에 가는 대신 온라인 쇼핑한다. 이런 세상에선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사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더 나은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갖춘 회사에 자연스레 고객이 몰린다. 지점 하나 없는 온라인 은행이 돌풍을 일으키고,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각각 택시와 호텔업계를 위협하는 이유다.
기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외주 개발이다. 자신들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니까 본업에 집중하고,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전략이다. 하지만 저자는 “디지털 경제에서 살아남아 승승장구하고 싶은 회사라면 모두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들과 똑같아선 경쟁력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외주로는 민첩한 대응도 불가능하다.
모든 걸 다 만들 필요는 없다. 요즘엔 소프트웨어도 부품을 결합해 만든다. ‘우버 앱’은 4000여 개의 마이크로 서비스로 구성돼 있다. 승객이 운전자를 호출하는 커뮤니케이션 기능, 요금을 내는 결제 기능, 지도 기능 등이다. 일부는 우버가 직접 개발하고 일부는 외부에서 사 왔다. 자동차 회사들이 웬만한 부품은 다른 데서 사 오더라도 엔진 등 핵심 부품은 직접 개발하는 것과 같다.
‘만드느냐 혹은 사느냐’는 중요한 질문이다. 굳이 결제 기능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 시간 낭비다.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 이때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밖에서 사 와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개발자다. 어떤 경영진은 “개발자가 있는데 왜 밖에다가 돈을 쓰느냐”고 나무란다. 어리석은 지적이다. 저자는 “모르면 개발자에게 물어보라”고 말한다.
많은 기업이 개발자를 ‘코딩 기술자’로 여긴다. 큰 그림은 경영진과 기획팀이 그리고, 개발팀은 시킨 대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곤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느냐고 불평한다. 이런 곳에선 아무리 멋지게 사무실을 꾸며도 개발자가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개발자는 ‘문제를 던져주고 마음껏 해결해보라고 할 때’ 가장 신이 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그랬다. 그는 2014년 ‘미국 디지털 서비스’라는 조직을 구성하고 실리콘밸리 최고 기술자들을 불러 모았다. 정부의 디지털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였다. 오바마는 어떤 걸 만들어 달라고 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수리가 필요하고, 여러분이 그 일을 맡아 줬으면 좋겠다”며 문제를 공유했을 뿐이다. 책은 “오바마가 원한 건 그들의 코딩 기술이 아니라 사고방식과 상상력이었다”고 말한다.
책에는 매우 세세하고 실용적인 현장의 이야기가 담겼다. 디지털 전략을 고민하는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