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류이치 사카모토를 매혹시킨 것들 [책마을]
“표현이란 결국 타자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 타자와 공유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고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중략) 거기에는 절대적인 한계가 있고,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결손감이 있다. 하지만 그런 한계와 맞바꿔 전혀 다른 나라,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함께 공동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모종의 통로가 생긴다.”

얼마 전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는 음악이 지닌 한계와 힘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졌다. 그에 따르면 개인의 감정과 생각이 음악으로 표현되면 그 음악은 별개의 세계를 가지고, 개인적인 체험과는 멀어진다. 일종의 상실이지만 이를 통해 모두에게 공유될 수 있는 형태로 재탄생한다.

류이치의 자서전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는 우리로 하여금 그의 삶과 철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통로가 돼준다. ‘아시아의 거장’으로 불리는 류이치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레인(Rain)’ 등 수많은 명곡을 남겼다. 한국 영화 ‘남한산성’의 음악에도 참여했다. 저서는 류이치가 2007~2009년 잡지 <엔진>에서 한 인터뷰를 정리해 묶은 것이다.

그는 유년 시절부터 다양한 음악가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회고한다. 롤링스톤스의 전위성, 비틀스의 화성적 세련미에 충격을 받았고 드뷔시에게 특별히 매료됐다고도 했다. 책에는 그에게 영향을 준 예술의 이야기는 물론 연애와 결혼 등 사적인 일들까지 기록돼 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