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스 스틱. /사진=CJ 올리브영 제공
인센스 스틱. /사진=CJ 올리브영 제공
가수 이효리가 선보인 '낯선' 문화였던 '인센스 스틱(Incense Stick)'이 최근 들어 20~30대의 '힐링템'으로 자리 잡았다. 인센스 스틱은 과거에만 해도 치료나 종교적 목적으로 주로 사용됐는데, 이제는 젊은 층의 소비를 이끄는 '핫 아이템'이 된 모양새다.

2019년 방송된 JTBC 예능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는 '나그참파'라는 인도산 죽향을 태우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인센스 스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인센스 스틱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났다. 이효리 뿐 아니라 방탄소년단 RM, 블랙핑크 제니 등도 인센스 스틱을 애용한다고 알려지면서 최근엔 더욱 대중적으로 애용되는 모습이다.

인센스 스틱은 숯·나무 반죽 등에 향료를 첨가해 향기 나는 연기를 방출하도록 만든 막대기 모양 제품을 뜻한다. '인센스'라는 단어는 '불태우다, 밝게 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incendere'에서 유래했다. 인센스는 스틱 형태가 가장 보편적인데, 최근 들어서는 인기에 힘입어 콘이나 모기향, 나무, 종이 형태 등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인센스를 태우는 이효리의 모습. /사진=JTBC 예능 '효리네 민박' 캡처
인센스를 태우는 이효리의 모습. /사진=JTBC 예능 '효리네 민박' 캡처
이효리로 촉발된 인센스 인기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장기화)으로 '집콕(집에서만 생활)'이 길었던 2021년 7월 1일~11일 인센스 스틱의 매출은 전 동 기간(3월 20일~6월 30일) 대비 92% 급증했다. 이는 당시 디퓨저·인센스·캔들 등 다른 향 제품 카테고리 전체 신장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팬데믹 이후 최근까지도 인센스 스틱은 20~30대 세대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제품'으로 꼽히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힐링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이나 공기 정화 등 효과가 있어서다. 인센스 스틱 인기에 힘입어 '향멍'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향멍'이란 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여유를 즐기고 힐링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뜻이다.

인센스 스틱에서는 에센셜 오일, 프레이그런스 오일 등을 섞은 재료를 대나무 심지에 입힌 '죽향', 별도 막대 없이 향료를 묻혀 굳힌 '선향' 등의 향이 난다. 침향, 백단향 등 어떤 나무로 만들어진 스틱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은 다양한 향을 경험할 수 있다.
사진=나그참파 코리아 제공
사진=나그참파 코리아 제공
소비자들이 집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모양과 향의 인센스들이 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포근한 침대향', '제주도 바다향', '서점의 책 향기' 등 구체적인 공간의 향을 담은 인센스스틱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다양한 인센스 제품 모으기를 선호하는 '디깅(digging)족'의 니즈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디깅족'이란 뚜렷한 취향과 목적에 맞는 선호 품목을 깊게 파고들어 구매하는 소비자로, 좋아하는 것에 시간과 돈 열정을 투자하며 파고드는 이들을 뜻한다. 인센스를 디깅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만의 향과 그 향기가 나는 나만의 공간이 중요해진 것. 또한 인센스 스틱은 이들에게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고 스트레스 지수를 완화해 주는 수단이 된데다, 하나의 '향(香) 테리어(향+인테리어)' 필수품이 됐다.

이런 탓에 20·30세대가 자주 찾는 서울 주요 상권인 성수동, 홍대 입구 등의 소품 샵과 편집숍 등을 방문하면 인센스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각종 편의점, '인센스 제품이'로 자리 잡은 서울 여의도 더 현대 등 대형 백화점에서도 인센스 스틱이 들어섰다. 지난 주말 더 현대의 한 편집숍에서는 여전히 인센스 스틱을 구매하러 온 젊은 소비자들로 붐볐다.
여의도 더 현대의 한 편집숍에서 판매하는 인센스 제품들. /사진=김세린 기자
여의도 더 현대의 한 편집숍에서 판매하는 인센스 제품들. /사진=김세린 기자
직장인 이모 씨(26)는 "코로나 때부터 집에만 있다 보니 새로움이 필요해서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기 위해 인센스를 찾게 됐다"며 "절이나 성당에서 느꼈던 향을 집에서 느낄 수 있어서 좋고,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깔끔하게 매칭할 수 있어서 좋다. 지난해부터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인센스 스틱을 구매하는 취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특히 특별한 향을 찾기 위해 지역 곳곳의 인센스 스틱, 향 제품 찾으러 가는 소비자들도 눈에 띈다. 일부 국내 주요 관광지에서는 인센스 스틱의 수요에 발맞춰 해당 지역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인센스 제품을 내놔서다. 얼마 전 각종 인센스를 모으기 위해 제주도행 티켓을 끊었다는 윤모 씨(25)는 "제주 협재 바다에서만 나는 향을 구현한 인센스 사기 위해 제주행 티켓을 끊을 정도"라며 "좋아하는 향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돈을 아끼고 싶지 않을 만큼 향이 중요하고 주변에도 인센스 제품에 꽂힌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인센스 스틱은 폐암 위험 등 건강에 좋지 않다고 널리 알려진 '위험 제품'으로 꼽힌다. 2021년 인기가 높아졌을 당시부터 인센스 스틱은 '돈 주고 마시는 미세먼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8년 미국 암 연구학회 논문에 따르면 인센스 스틱 연기 속 추출물을 비소세포폐암(NSCLC) 세포에 24시간 노출한 결과 암의 진행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해 한국소비자원이 전용면적 59㎡ 아파트 욕실과 비슷한 크기 공간에서 인센스 스틱을 15분 켜놓은 뒤 공기 중 유해 물질을 분석한 결과, 10개 중 5개 제품에서 신축 공동주택 실내공기 질 권고기준(30㎍/㎥ 이하)을 초과한 벤젠이 측정됐다.

이외에도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이 3시간 동안 피운 침향, 백단향 등의 연기를 포집해 인간 폐 세포에 24시간 쐬었을 때 역시 담배 연기에 노출된 것과 유사한 변화가 관찰됐다. 이 연구팀은 "향 연기로 인한 공기 오염은 호흡기·심혈관 질환 악화, 폐 세포 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센스 스틱이 인기 '힐링템'으로 자리 잡은 것과 관련, "요즘 젊은 세대는 소비를 일종의 놀이처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재미있는 놀이가 어디 없나' 찾는 것처럼 재미있는 소비를 추구한다"며 "향 제품 구매를 선호하는 것은 우아함을 중시하는 소비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본인이 속해있는 공간에 여러 가지 향을 입힐 수 있는 우아한 체험을 하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소비"라고 분석했다.

이어 "자기 자신을 위해 좋은 향을 피우는 것은 좋지만, 인센스 스틱은 호흡기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많은 제품"이라며 "제품을 구매하기 전 사용 방법을 잘 알아보고 해당 제품에 대한 무분별한 소비를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