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누가 사나' 했는데…"200만원 주고 샀어요"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32회
반려견 사료그릇부터 학용품까지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일상용품 파는 이유
반려견 사료그릇부터 학용품까지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일상용품 파는 이유
가방 아래쪽에 희미하게 새겨진 로고를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테가베네타’가 신제품으로 내놓은 가방은 편의점 종이봉투 정도로 착각할 법합니다. 보테가베네타가 식료품점 쇼핑백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는 이 가방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저가 70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 재생용지 소재 크라프트 종이봉투와 꼭 닮았습니다.
하지만 볼품없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가격은 무려 324만원입니다. 100% 송아지 가죽 소재에 안감은 스웨이드로 마감했고 겉면에는 로고를 엠보싱(음각) 처리했습니다. 한 해외 패션매체에서 “내부를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핸드백이 송아지 가죽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짚은 이 가방을 두고, “기발하다”며 창의적이란 호평과 “일반 종이봉투를 들고 다니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황당하다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일상 생활용품을 본뜬 제품을 내놓는 트렌드를 넘어 아예 일상 생활용품 자체로 출시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식사를 할 때 사용하는 에르메스 그릇이나 무릎 담요인 ‘아발론 블랭킷’은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품 마니아들 사이에선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실제로 루이비통은 아령(덤벨)이나 보드게임용 젠가를 내놓아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구찌는 지우개·공책·소파·의자 등 학용품이나 생활용품을 판매합니다. 프라다의 반려견용 우비, 몽클레르의 강아지 패딩, 고야드의 개 밥그릇도 애완용품 시장에서 유명합니다.
앞서 발렌시아가는 쓰레기 봉지처럼 보이는 200만원대 가방 ‘트래시 파우치’를 내놔 이목을 끌었습니다. 비닐봉지 대신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이 가방은 누가 살까 싶지만 일부 색상은 품절되는 등 인기를 끌었습니다. 3달러짜리 미국의 유명 감자칩 ‘레이즈’와 협업해 마치 과자봉지 같은 디자인의 257만원짜리 가방을 선보인 적도 있습니다. 역시 제품에 적힌 로고를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감자칩인지 클러치백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이같은 제품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일상의 평범한 시각에 기반해 어디까지 평범한 것이 패션이 될 수 있는지 늘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명품업체는 ‘평범한 것’도 명품 패션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수백만원짜리 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일상적인 디자인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입니다. 다만 판매는 생각보다 원활히 이뤄지는 양상입니다.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은 이 비싼 일상용품들이 팔릴까 의문이겠지만 생각보다 판매가 잘 되는 품목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부유층이나 명품 마니아들은 명품 브랜드들의 일상용품을 일반 대중들과 ‘구분짓기’ 형태로 소비한다”며 “가방, 신발 등 외부로 잘 드러나 대중도 많이 가진 품목들과 달리 ‘쉽사리 고가 제품을 소비하지 못하는 개인적 일상 품목까지 명품을 소비할 만한 재력이 있다’는 만족감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하지만 볼품없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가격은 무려 324만원입니다. 100% 송아지 가죽 소재에 안감은 스웨이드로 마감했고 겉면에는 로고를 엠보싱(음각) 처리했습니다. 한 해외 패션매체에서 “내부를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핸드백이 송아지 가죽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짚은 이 가방을 두고, “기발하다”며 창의적이란 호평과 “일반 종이봉투를 들고 다니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황당하다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일상 생활용품을 본뜬 제품을 내놓는 트렌드를 넘어 아예 일상 생활용품 자체로 출시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식사를 할 때 사용하는 에르메스 그릇이나 무릎 담요인 ‘아발론 블랭킷’은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품 마니아들 사이에선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실제로 루이비통은 아령(덤벨)이나 보드게임용 젠가를 내놓아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구찌는 지우개·공책·소파·의자 등 학용품이나 생활용품을 판매합니다. 프라다의 반려견용 우비, 몽클레르의 강아지 패딩, 고야드의 개 밥그릇도 애완용품 시장에서 유명합니다.
앞서 발렌시아가는 쓰레기 봉지처럼 보이는 200만원대 가방 ‘트래시 파우치’를 내놔 이목을 끌었습니다. 비닐봉지 대신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이 가방은 누가 살까 싶지만 일부 색상은 품절되는 등 인기를 끌었습니다. 3달러짜리 미국의 유명 감자칩 ‘레이즈’와 협업해 마치 과자봉지 같은 디자인의 257만원짜리 가방을 선보인 적도 있습니다. 역시 제품에 적힌 로고를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감자칩인지 클러치백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이같은 제품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일상의 평범한 시각에 기반해 어디까지 평범한 것이 패션이 될 수 있는지 늘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명품업체는 ‘평범한 것’도 명품 패션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수백만원짜리 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일상적인 디자인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입니다. 다만 판매는 생각보다 원활히 이뤄지는 양상입니다.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은 이 비싼 일상용품들이 팔릴까 의문이겠지만 생각보다 판매가 잘 되는 품목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부유층이나 명품 마니아들은 명품 브랜드들의 일상용품을 일반 대중들과 ‘구분짓기’ 형태로 소비한다”며 “가방, 신발 등 외부로 잘 드러나 대중도 많이 가진 품목들과 달리 ‘쉽사리 고가 제품을 소비하지 못하는 개인적 일상 품목까지 명품을 소비할 만한 재력이 있다’는 만족감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