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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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일 미국 미시간대학교 의과대학에 따르면 스콧 플레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초파리를 허기지게 만든 뒤 수명과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앞서 여러 연구에서 음식을 적게 먹어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면 건강한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입증된 바 있다. 연구팀은 이에 착안해 음식을 찾도록 자극하는 뇌의 변화가 수명 연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인 초파리에게 20시간 동안 아무런 음식도 주지 않다가, 필수아미노산인 류신과 아이소류신, 발린 등 '가지사슬아미노산'의 양을 달리한 음식을 3시간가량 급여했다. 당과 이스트(효모균) 먹이도 마음대로 먹게 했다. 먹이를 조절하거나 관련 뇌 신경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배고픔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이는 음식 내 가지사슬아미노산 양이 줄면 초파리는 물론 포유류에서도 단백질 욕구가 늘고, 수명이 늘어난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했다.

그 결과, 가지사슬아미노산이 적은 음식을 섭취한 초파리는 가지사슬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은 개체와 달리 당보다는 이스트 먹이를 더 많이 먹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초파리가 당보다 이스트가 함유된 음식을 선호한 것은 필요에 기반한 배고픔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광유전학 기술로 초파리를 붉은색 빛에 노출해 '기아 욕구(hunger drive)'와 관련된 뇌 신경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초파리가 신경 활성화로 배고픔을 느끼고 먹이를 취하려는 충동을 갖게 된 뒤에는 빛 자극이 없었던 다른 초파리의 두 배에 달하는 먹이를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명도 훨씬 더 길었다.

이와 관련, 크리스티 위버 박사는 "초파리에게 채울 수 없는 형태의 배고픔을 만들어낸 것 같았고, 이에 초파리는 더 오래 살았다"며 "다른 종에서도 초파리에게서 발견된 메커니즘이 기아 욕구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