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양성원 "클래식은 와인처럼 느릿느릿 음미해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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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첼리스트 양성원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
"가치를 알려면 시간이 필요해
애호가 되려면 천천히 즐겨야"
올해 평창음악제 주제는 '자연'
비발디부터 메시앙까지 연주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 맞출 것"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
"가치를 알려면 시간이 필요해
애호가 되려면 천천히 즐겨야"
올해 평창음악제 주제는 '자연'
비발디부터 메시앙까지 연주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 맞출 것"
시대를 초월해 살아남은 음악을 ‘클래식’이라고 한다. 클래식 음악은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 신임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첼리스트 양성원 연세대 교수(56)는 “빠르고 간편한 것만 선호하는 현대 사회에서 클래식은 ‘시간을 들이는 것’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일종의 선물”이라고 했다.
최근 서울 청계천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클래식의 묘미를 ‘시간을 들여 가치를 알아가는 일’이라고 했다. 이런 그의 철학은 클래식이 아닌 분야에도 적용된다.
양 감독은 파스타를 요리해 먹을 때도 시판 소스를 사용하는 대신 직접 재료를 다 준비해 요리하는 과정을 즐긴다. 커피를 마실 때도 케냐, 에티오피아 등 원두별로 차이를 음미한다. 악기를 연습할 때도 마찬가지다.
“악보를 천천히 몸에 새기듯 연습하는 편이에요. 아주 천천히 연습하면서 작곡가가 쓴 화성을 이해하고 색채를 느끼려고 하죠. 느린 연습을 통해 음악을 차곡차곡 ‘내성화’하면 알맞은 타이밍과 사운드로 외성화(연주)할 수 있게 돼요.”
올해 첫선을 보이는 ‘양성원 표’ 평창대관령음악제에는 그의 ‘느리게 맛보기’ 철학이 반영됐다. ‘찾아가는 가족음악회’에서는 평창을 넘어 강원 지역 곳곳에서 연주를 펼친다. 와인 아카데미, 아티스트와의 티타임을 통해 와인과 아티스트를 깊게 알아가는 시간도 있다. 평창의 아름다운 자연과 적절한 소품이 곁들여지면 클래식 음악의 높은 장벽도 누그러질 것이라는 게 그의 믿음이다. 양 감독은 “자연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축제를 즐긴다면 누구나 클래식 애호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와인과 커피는 클래식과 비슷한 측면이 있어요. 제대로 음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죠. 가치를 아는 데 걸리는 비용이죠. 그래서 ‘클래식 대중화’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아요. 다수에게 쉽게 접근하려는 방식은 본질을 흐린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음악에 약간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축제를 통해 여유롭고 마음이 열린 상태에서 음악을 즐긴다면, 애호가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저는 그런 방식으로 클래식 저변을 넓히고 싶습니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올해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올해 성년(20년)을 맞아 축제를 가다듬어야 하는 상황에서 강원도 등이 지원 예산을 30% 이상 삭감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예술감독직 제안을 수락한 이유를 물었다. 양 감독은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음악인들이 20년 동안 가꿔온 소중한 축제이기 때문”이라며 “아티스트의 지속적인 발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양 감독은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의 목표를 ‘정체성 강화와 저변 확대’로 삼았다. 평창대관령음악제를 명실상부한 ‘클래식 음악 축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취지다.
자연을 주제로 한 올해 축제는 비발디의 ‘사계’ 같은 익숙한 작품과 메시앙의 ‘새의 카탈로그’ 등 생소한 작품을 적절히 섞었다. 그는 “친숙하되 진부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걸 포인트로 잡았다”며 “프로그램을 짜면서 현대인들에게 클래식 음악이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교향곡, 실내악, 기악, 성악 등 장르별 균형뿐 아니라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는 개성 있는 예술가들을 물색했습니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큰 숙제였어요.”
전용 음원·음반을 제작하고, 무대도 강원도와 한국을 넘어 해외로 확장했다. 반대로 러시아와의 전쟁 탓에 고향을 떠난 우크라이나 ‘키이우 비르투오지 스트링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세계 평화에 대한 메시지도 던질 예정이다.
“모든 사람이 매주, 매달, 매해, 조금씩 높은 가치를 추구하면, 그에 비례해 우리 사회가 조금씩이나마 건전해진다고 믿습니다. 시간을 들여 가치를 알아가는 애호가들과 다음달 평창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최근 서울 청계천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클래식의 묘미를 ‘시간을 들여 가치를 알아가는 일’이라고 했다. 이런 그의 철학은 클래식이 아닌 분야에도 적용된다.
양 감독은 파스타를 요리해 먹을 때도 시판 소스를 사용하는 대신 직접 재료를 다 준비해 요리하는 과정을 즐긴다. 커피를 마실 때도 케냐, 에티오피아 등 원두별로 차이를 음미한다. 악기를 연습할 때도 마찬가지다.
“악보를 천천히 몸에 새기듯 연습하는 편이에요. 아주 천천히 연습하면서 작곡가가 쓴 화성을 이해하고 색채를 느끼려고 하죠. 느린 연습을 통해 음악을 차곡차곡 ‘내성화’하면 알맞은 타이밍과 사운드로 외성화(연주)할 수 있게 돼요.”
올해 첫선을 보이는 ‘양성원 표’ 평창대관령음악제에는 그의 ‘느리게 맛보기’ 철학이 반영됐다. ‘찾아가는 가족음악회’에서는 평창을 넘어 강원 지역 곳곳에서 연주를 펼친다. 와인 아카데미, 아티스트와의 티타임을 통해 와인과 아티스트를 깊게 알아가는 시간도 있다. 평창의 아름다운 자연과 적절한 소품이 곁들여지면 클래식 음악의 높은 장벽도 누그러질 것이라는 게 그의 믿음이다. 양 감독은 “자연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축제를 즐긴다면 누구나 클래식 애호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와인과 커피는 클래식과 비슷한 측면이 있어요. 제대로 음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죠. 가치를 아는 데 걸리는 비용이죠. 그래서 ‘클래식 대중화’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아요. 다수에게 쉽게 접근하려는 방식은 본질을 흐린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음악에 약간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축제를 통해 여유롭고 마음이 열린 상태에서 음악을 즐긴다면, 애호가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저는 그런 방식으로 클래식 저변을 넓히고 싶습니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올해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올해 성년(20년)을 맞아 축제를 가다듬어야 하는 상황에서 강원도 등이 지원 예산을 30% 이상 삭감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예술감독직 제안을 수락한 이유를 물었다. 양 감독은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음악인들이 20년 동안 가꿔온 소중한 축제이기 때문”이라며 “아티스트의 지속적인 발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양 감독은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의 목표를 ‘정체성 강화와 저변 확대’로 삼았다. 평창대관령음악제를 명실상부한 ‘클래식 음악 축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취지다.
자연을 주제로 한 올해 축제는 비발디의 ‘사계’ 같은 익숙한 작품과 메시앙의 ‘새의 카탈로그’ 등 생소한 작품을 적절히 섞었다. 그는 “친숙하되 진부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걸 포인트로 잡았다”며 “프로그램을 짜면서 현대인들에게 클래식 음악이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교향곡, 실내악, 기악, 성악 등 장르별 균형뿐 아니라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는 개성 있는 예술가들을 물색했습니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큰 숙제였어요.”
전용 음원·음반을 제작하고, 무대도 강원도와 한국을 넘어 해외로 확장했다. 반대로 러시아와의 전쟁 탓에 고향을 떠난 우크라이나 ‘키이우 비르투오지 스트링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세계 평화에 대한 메시지도 던질 예정이다.
“모든 사람이 매주, 매달, 매해, 조금씩 높은 가치를 추구하면, 그에 비례해 우리 사회가 조금씩이나마 건전해진다고 믿습니다. 시간을 들여 가치를 알아가는 애호가들과 다음달 평창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