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8일 서울 중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간 <꿀벌의 예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열린책들 제공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8일 서울 중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간 <꿀벌의 예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열린책들 제공
"한국은 영웅적인 나라입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국들의 압박에도 기적 같은 성장을 이뤄냈으니까요. 그러니 이야기꺼리가 많을 수 밖에요. 지금 준비중인 차기작 <왕비의 대각선>의 영감도 이순신 장군 스토리에서 얻었습니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2·사진)는 28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고유의 문화와 에너지를 발견하는 건 큰 즐거움이자 놀라운 경험"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개미>를 비롯해 <뇌> <신> <파피용> 등을 펴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다. 이번 방한은 <개미> 한국어판 출간 30주년과 신작 <꿀벌의 예언> 출간을 기념해 마련됐다. 그가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아홉 번째다.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마치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프랑스에서도 한국 영화를 찾아보고, 한식당에 간다"고 했다.
베르베르 "한국은 영웅적인 나라"…차기작은 '이순신 이야기'
그의 소설은 유독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베르베르 작품의 한국어 출판을 전담하는 열린책들에 따르면 그동안 팔린 3000만부 가운데 1300만부가량이 한국에서 판매됐다. 그는 "아무리 좋은 책을 써도 좋은 출판사 없인 독자와 만날 수 없다"며 "개미라는 낯선 소재에도 불구하고 <개미>의 가능성을 봐준 열린책들 없인 성공할 수 없었을 것"라고 강조했다.

한국 독자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그는 "프랑스 독자들은 과거에 대한 향수가 강한 반면, 한국 독자들은 미래지향적인 경향이 있다"며 "그래서 미래의 모습을 그린 저의 작품들을 한국 독자들이 재밌게 읽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한국인들의 미래에 대한 관심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래와 상상력은 베르베르의 30여년 작가 생활을 상징하는 단어다. 8년 전 소설 <제3 인류>에선 코로나19와 비슷한 전염병 창궐을 내다봤고, 9·11테러 발생 4년 전에 내놓은 <천사들의 제국>에선 항공기가 도시를 공격하는 내용을 다뤘다. 그는 "지금 일어나는 이야기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견하는 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베르베르 "한국은 영웅적인 나라"…차기작은 '이순신 이야기'
그의 신작 <꿀벌의 예언>도 미래를 그린 책이다. 꿀벌이 사라져 황폐해진 미래를 바로잡기 위해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주인공의 모험을 그렸다. 2053년 지구는 평균 기온이 43℃에 이르고 인구는 150억 명까지 불어난 상태로 묘사된다. 부족한 식량을 서로 갖기 위해 제3차 세계대전이 발생한다. 이런 모든 비극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꿀벌 실종'에서 비롯됐다는 식으로 플롯을 짰다.

"최근 몇년동안 꿀벌이 살충제 남용과 등검은말벌 등 외래종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우리가 먹는 과일과 채소의 70%는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죠. 지금 추세가 계속될 때 벌어질 일들을 상상하며 글을 썼습니다."

그는 인공지능(AI)는 소설가에게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베르베르는 "소설가의 본질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며 "인간이 만들어낸 정보를 학습하는 AI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들이 AI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더 창의적인 작품을 써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문학의 질이 높아질 것"라고 내다봤다.

베르베르는 이날 서울을 시작으로 강원도 원주, 제주, 부산 등을 돌며 한국 독자들과 만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