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대신 붉은 깃발이 펄럭…수상하고 미스터리한 이곳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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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기차역 근처 '미스터리 유니온'
추리소설 전문 책방…1000여권 보유
어두운 분위기 아닌 고풍스러운 내부
개인 취향에 맞게 소설 추천해주기도
추리소설 전문 책방…1000여권 보유
어두운 분위기 아닌 고풍스러운 내부
개인 취향에 맞게 소설 추천해주기도
서울 신촌기차역 근처. 이화여대 골목길에 수상한 깃발이 나부낍니다. 붉은 깃발에는 책 그림이 그려져 있고, 펼쳐진 책 안에는 두 명의 실루엣이 그려져 있어요. 오른쪽 페이지 헌팅캡을 쓴 사람은 탐정 셜록 홈스를 떠올리게 하고, 왼쪽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속 노부인 탐정 미스 마플을 닮은 것도 같아요. 미스터리한 깃발 아래쪽에는 이런 글자가 적혀 있어요. ‘미스터리 유니온’. 탐정들의 비밀 공간이라도 발견한 걸까요.
덥고 습한 여름날, 가장 간단한 피서를 떠났습니다. 등골 서늘한 추리소설 속으로요. 서울 대현동에 있는 추리소설 전문 책방 ‘미스터리 유니온’에 가면 잘 짜여진 플롯처럼 취향에 딱 맞는 추리소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죠. 간판 대신 걸린 깃발부터 심상치 않아요. 밖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습니다. 나무 액자를 닮은 쇼윈도에는 예스러운 백열전구가 책 한 권을 비추고 있어요. 뒤에는 셜록 홈스의 한 장면이 출력된 천막이 걸려 있고요. 오른편의 나무 문을 밀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돕니다.
반전이라면 반전일까요. 이 책방은 너무나 친절한 공간입니다.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피 냄새가 진동하는 살인사건 현장, 소름 끼치는 냉혈한 등을 떠올리기 쉽죠. 하지만 이곳에 들어서면 ‘공포’ ‘긴장감’ 같은 단어보다는 ‘평안’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요.
7평 남짓한 작은 책방에 1000권이 넘는 추리소설이 작가를 기준으로 정리돼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따라 읽기 편해요. 책방 입구 쪽에는 ‘추리소설의 거장’ 크리스티의 작품들이 자리 잡고 있어요. 혹시 추리소설 세계에 처음 입문하는 독자라도 이 작가의 이름은 친숙할 테니까요.
목재로 마감한 공간은 오래됐지만 따스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추리소설 마니아인 유수영 대표는 2016년 책방을 준비하면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에게 “추리소설 전문서점이라고 하면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두운 분위기보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속의 그것처럼 아날로그 감성을 원한다”고 말했대요. 살인과 범인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지만 공간 자체는 따뜻하고 친숙했으면 좋겠다고요. 벽 곳곳에는 이런 친절한 안내도 붙어 있어요. “추리소설이 궁금하세요? 추리소설 추천해드립니다.”
“일본으로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인데, 휴가지에서 읽을 만한 추리소설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던지자 유 대표는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나 작품이 있는지’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작품을 좋아하는지’ 등 몇 가지 질문을 했죠. 마치 저도 모르는 제 취향을 발견해주는 소믈리에나 바리스타처럼요. “휴가지에서 읽을 거라 너무 잔인한 작품은 피하고 싶다”는 말에 그는 와카타케 나나미 작가의 책 몇 권을 책장에서 꺼내들고 왔어요. 그중에서도 <진달래 고서점의 사체>를 추천했죠. 로맨스 소설 전문 고서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를 다룬 작품이래요.
“이 작가는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이라 불려요. 일상 속 장소를 배경으로 아기자기한 추리소설을 쓰거든요.” 아기자기한 추리소설이라니. 추리소설 전문 책방 주인이 던진 수수께끼 같은 이 설명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여름에는 진달래 고서점 속으로 들어가봐야겠습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덥고 습한 여름날, 가장 간단한 피서를 떠났습니다. 등골 서늘한 추리소설 속으로요. 서울 대현동에 있는 추리소설 전문 책방 ‘미스터리 유니온’에 가면 잘 짜여진 플롯처럼 취향에 딱 맞는 추리소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죠. 간판 대신 걸린 깃발부터 심상치 않아요. 밖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습니다. 나무 액자를 닮은 쇼윈도에는 예스러운 백열전구가 책 한 권을 비추고 있어요. 뒤에는 셜록 홈스의 한 장면이 출력된 천막이 걸려 있고요. 오른편의 나무 문을 밀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돕니다.
반전이라면 반전일까요. 이 책방은 너무나 친절한 공간입니다.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피 냄새가 진동하는 살인사건 현장, 소름 끼치는 냉혈한 등을 떠올리기 쉽죠. 하지만 이곳에 들어서면 ‘공포’ ‘긴장감’ 같은 단어보다는 ‘평안’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요.
7평 남짓한 작은 책방에 1000권이 넘는 추리소설이 작가를 기준으로 정리돼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따라 읽기 편해요. 책방 입구 쪽에는 ‘추리소설의 거장’ 크리스티의 작품들이 자리 잡고 있어요. 혹시 추리소설 세계에 처음 입문하는 독자라도 이 작가의 이름은 친숙할 테니까요.
목재로 마감한 공간은 오래됐지만 따스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추리소설 마니아인 유수영 대표는 2016년 책방을 준비하면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에게 “추리소설 전문서점이라고 하면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두운 분위기보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속의 그것처럼 아날로그 감성을 원한다”고 말했대요. 살인과 범인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지만 공간 자체는 따뜻하고 친숙했으면 좋겠다고요. 벽 곳곳에는 이런 친절한 안내도 붙어 있어요. “추리소설이 궁금하세요? 추리소설 추천해드립니다.”
“일본으로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인데, 휴가지에서 읽을 만한 추리소설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던지자 유 대표는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나 작품이 있는지’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작품을 좋아하는지’ 등 몇 가지 질문을 했죠. 마치 저도 모르는 제 취향을 발견해주는 소믈리에나 바리스타처럼요. “휴가지에서 읽을 거라 너무 잔인한 작품은 피하고 싶다”는 말에 그는 와카타케 나나미 작가의 책 몇 권을 책장에서 꺼내들고 왔어요. 그중에서도 <진달래 고서점의 사체>를 추천했죠. 로맨스 소설 전문 고서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를 다룬 작품이래요.
“이 작가는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이라 불려요. 일상 속 장소를 배경으로 아기자기한 추리소설을 쓰거든요.” 아기자기한 추리소설이라니. 추리소설 전문 책방 주인이 던진 수수께끼 같은 이 설명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여름에는 진달래 고서점 속으로 들어가봐야겠습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