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뉴진스도 달고 다녀요"…2030女 열광한 제품 [여기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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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잇슈]
요즘 뜨는 세상의 이야기를 '여기'에서 전합니다
2030대 여성들 '인형 키링' 열광
원가 3배 넘는 가격에 재판매되기도
"소비는 하나의 놀이" 가치관 반영돼
요즘 뜨는 세상의 이야기를 '여기'에서 전합니다
2030대 여성들 '인형 키링' 열광
원가 3배 넘는 가격에 재판매되기도
"소비는 하나의 놀이" 가치관 반영돼
"요즘엔 가방에 달 수 있는 '키링(Keyring)' 모으는 재미로 살아요. '품절 대란' 일으킨 인형 키링을 사러 서울에서 대구까지 다녀온 적도 있는걸요"
25일 정오께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소품 숍에서 만난 대학생 주모 씨(20)는 "요즘 핸드백에 귀여운 키링을 다는 게 핫한 패션 아이템이 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씨는 "명품백에 귀여운 키링을 달면 이질적이고 별로일 줄 알았는데, 연예인들이 요즘 많이 착용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보다 개성 있고 힙(hip)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20~30대 여성들 사이 '인형 키링'이 하나의 개성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형 키링은 블랙핑크와 뉴진스 등 인기 연예인들이 명품백 등 가방에 착용하는 패션을 선보이며 인기가 높아졌다. 키워드 분석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전날까지 '인형 키링'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2.5%나 급증했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지난달 '인형⋅토이' 품목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0% 뛰었다. 특히 인형 키링(580%) 등 관련 키워드 검색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른바 '키링 러버(keyring lover)'와 '키링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홍대와 연남동 인근이 '키링 성지' 중 하나로 불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 있는 인형 키링을 판매하는 곳들이 여러 곳 분포해있어서다. 이날 연남동의 한 소품 샵은 폭염을 뚫고 온 사람들이 대기 줄을 서는 등 한때 오픈런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인스타그램에서 본 '유명한 한국 키링'을 구매하러 왔다는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필리핀에서 왔다는 시일리야 씨(22)는 "K팝 가수들이 가방에 키링을 단 것을 보고 너무 파격적인 패션이라고 생각했다"며 "우리나라에선 찾을 수 없는 키치(Kitsch)한 키링들이 홍대 쪽에 많다고 들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가방에 달기 좋은 마음에 드는 키링 구매를 위해 '소품 샵 원정'을 떠난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한 대학생 박모 씨(21)는 "요즘 유행하는 인형 키링을 사고 싶어서 6곳 정도를 돌아다녔는데도 아직 하나도 찾지 못했다"며 "유일하게 그 키링을 판매하고 있다는 한 곳도 오늘은 휴무이길래 헛걸음하게 된 것 같아 속상하다"라고 전했다. 직장인 이모 씨(30)는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이 인형 키링이 마음에 드는데, 가방에 달기 괜찮은지 인터넷에 후기를 찾아보고 있었다"며 "가방에 달 용도로 키링을 사서 모으다 보니 안 쓰는 게 분명 생기더라. 그래서 요즘엔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후기를 찾아보고 구매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연남동 일대의 소품 샵 직원들은 "요즘 인형 키링이 매장 내 제일 잘 나가는 제품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이곳의 한 소품 샵 직원은 "요즘엔 인형 키링이 입고되자마자 순식간에 동나는 제품 중 하나인데, 키링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많이들 살펴보다 사 간다"라며 "그중에서도 SNS에서 한 번 유행을 탄 제품들은 유독 재고 소진이 빨라서 계속 발주를 넣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품 샵 직원도 "원래 키링은 어린 학생 손님과 마니아층 사이에서는 많이 사가는 제품 중 하나였다"면서도 "신기하게도 요즘엔 30대 이상 손님들도 명품 가방에 키링을 달기 위해 사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재미있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인형 키링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중고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웃돈 붙은 가격에 판매되며 '없어서 못사는 제품'이라는 평을 정도. 배우 차정원, 이시영 등이 착용한 모습이 인스타그램 등에 공유돼 '품절 대란'을 일으킨 '모남희' 인형 키링의 경우, 중고 거래 플랫폼 내에서 원가 4만3000원의 3배가 훌쩍 넘는 12만~13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얼마 전 중고 거래를 통해 모남희 인형 키링을 겨우 구매했다는 직장인 고모 씨(26)는 "처음에는 키링을 돈 주고 사는 것을 되게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생각이 바뀌었다"며 "워낙 인기가 많은 제품을 겨우 구매해 가방에 메고 다니면 뿌듯한 느낌도 들고,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여성들이 인형 키링에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현상은 '희소성'과 '스토리텔링'을 중요시하는 소비 가치관에서 나온다고 해석했다. 키링이 단순하게 기능이 있다거나 디자인이 좋은 제품이라 만족하며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특별한 스토리가 추가됐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 찾게 된다는 분석이다. 또한 희소가치가 있는 키링을 소지해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연예인들이 SNS에 올린 인형 키링을 구매하면 '그 사람이 찬 특별한 물건'이라는 스토리가 생기기 때문에, '누가 어디에 달았던 키링'이라는 생각하면서 소비자 스스로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요즘 젊은 사람들은 브랜드 가치가 있는 제품에는 더 돈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데, 소비가 거의 하나의 놀이처럼 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제 더 이상 상품의 기능만으로 만족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그 제품 자체에 담긴 스토리가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25일 정오께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소품 숍에서 만난 대학생 주모 씨(20)는 "요즘 핸드백에 귀여운 키링을 다는 게 핫한 패션 아이템이 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씨는 "명품백에 귀여운 키링을 달면 이질적이고 별로일 줄 알았는데, 연예인들이 요즘 많이 착용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보다 개성 있고 힙(hip)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20~30대 여성들 사이 '인형 키링'이 하나의 개성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형 키링은 블랙핑크와 뉴진스 등 인기 연예인들이 명품백 등 가방에 착용하는 패션을 선보이며 인기가 높아졌다. 키워드 분석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전날까지 '인형 키링'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2.5%나 급증했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지난달 '인형⋅토이' 품목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0% 뛰었다. 특히 인형 키링(580%) 등 관련 키워드 검색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른바 '키링 러버(keyring lover)'와 '키링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홍대와 연남동 인근이 '키링 성지' 중 하나로 불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 있는 인형 키링을 판매하는 곳들이 여러 곳 분포해있어서다. 이날 연남동의 한 소품 샵은 폭염을 뚫고 온 사람들이 대기 줄을 서는 등 한때 오픈런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인스타그램에서 본 '유명한 한국 키링'을 구매하러 왔다는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필리핀에서 왔다는 시일리야 씨(22)는 "K팝 가수들이 가방에 키링을 단 것을 보고 너무 파격적인 패션이라고 생각했다"며 "우리나라에선 찾을 수 없는 키치(Kitsch)한 키링들이 홍대 쪽에 많다고 들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가방에 달기 좋은 마음에 드는 키링 구매를 위해 '소품 샵 원정'을 떠난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한 대학생 박모 씨(21)는 "요즘 유행하는 인형 키링을 사고 싶어서 6곳 정도를 돌아다녔는데도 아직 하나도 찾지 못했다"며 "유일하게 그 키링을 판매하고 있다는 한 곳도 오늘은 휴무이길래 헛걸음하게 된 것 같아 속상하다"라고 전했다. 직장인 이모 씨(30)는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이 인형 키링이 마음에 드는데, 가방에 달기 괜찮은지 인터넷에 후기를 찾아보고 있었다"며 "가방에 달 용도로 키링을 사서 모으다 보니 안 쓰는 게 분명 생기더라. 그래서 요즘엔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후기를 찾아보고 구매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연남동 일대의 소품 샵 직원들은 "요즘 인형 키링이 매장 내 제일 잘 나가는 제품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이곳의 한 소품 샵 직원은 "요즘엔 인형 키링이 입고되자마자 순식간에 동나는 제품 중 하나인데, 키링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많이들 살펴보다 사 간다"라며 "그중에서도 SNS에서 한 번 유행을 탄 제품들은 유독 재고 소진이 빨라서 계속 발주를 넣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품 샵 직원도 "원래 키링은 어린 학생 손님과 마니아층 사이에서는 많이 사가는 제품 중 하나였다"면서도 "신기하게도 요즘엔 30대 이상 손님들도 명품 가방에 키링을 달기 위해 사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재미있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인형 키링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중고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웃돈 붙은 가격에 판매되며 '없어서 못사는 제품'이라는 평을 정도. 배우 차정원, 이시영 등이 착용한 모습이 인스타그램 등에 공유돼 '품절 대란'을 일으킨 '모남희' 인형 키링의 경우, 중고 거래 플랫폼 내에서 원가 4만3000원의 3배가 훌쩍 넘는 12만~13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얼마 전 중고 거래를 통해 모남희 인형 키링을 겨우 구매했다는 직장인 고모 씨(26)는 "처음에는 키링을 돈 주고 사는 것을 되게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생각이 바뀌었다"며 "워낙 인기가 많은 제품을 겨우 구매해 가방에 메고 다니면 뿌듯한 느낌도 들고,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여성들이 인형 키링에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현상은 '희소성'과 '스토리텔링'을 중요시하는 소비 가치관에서 나온다고 해석했다. 키링이 단순하게 기능이 있다거나 디자인이 좋은 제품이라 만족하며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특별한 스토리가 추가됐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 찾게 된다는 분석이다. 또한 희소가치가 있는 키링을 소지해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연예인들이 SNS에 올린 인형 키링을 구매하면 '그 사람이 찬 특별한 물건'이라는 스토리가 생기기 때문에, '누가 어디에 달았던 키링'이라는 생각하면서 소비자 스스로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요즘 젊은 사람들은 브랜드 가치가 있는 제품에는 더 돈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데, 소비가 거의 하나의 놀이처럼 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제 더 이상 상품의 기능만으로 만족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그 제품 자체에 담긴 스토리가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