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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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45)은 최근 수박주스 판매를 중단했다. 최근 들어 수박 한 통이 3만원이 훌쩍 넘으면서 주스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이익이 나지 않는 단계가 된 것이다. 김 씨는 “수박 한 통에 통상 주스가 8~9잔 나오는데 4000원짜리 음료로는 도저히 마진이 나오지 않았다”며 “지난해도 그렇고 올해 초여름까지도 하루에 수박 10통 이상씩 사들여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수박주스가 잘 팔렸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메뉴에서 뺐다”고 말했다.

‘역대급’ 장마의 여파에 수박 값이 치솟으면서 수박 관련 제품을 파는 업체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수박주스를 찾는 소비자들은 크게 늘고 있지만 비가 많이 오면서 수박 당도가 떨어진 데다가 가격까지 폭등하면서 주스 판매를 중단하는 업체들도 많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지난 11일 기준으로 수박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3만1160원으로 한 달 전 2만1276원에 견줘 46%나 올랐다. 평년에 견줘 수박 가격이 비싼 편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 2만6172원과 비교해도 19%나 더 비싼 수준이다. 앞서 지난달 초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수박 출하량이 전년 대비 3% 증가해 수박은 2만3000원 수준에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지난달 말 닥친 ‘역대급’ 장마로 피해가 확산하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이 때문에 ‘여름 대목’을 포기하고 수박주스 판매를 포기하는 업체들이 많다. 주로 원재료 가격 변동에 취약한 소규모 프랜차이즈 업체나 개인 카페들이 많다. 원재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판매 단가가 낮은 저가 커피 매장일수록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어서다. 저가 브랜드는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수박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수박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뉴스1
동대문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수박이 한 통당 3만원이 넘게 치솟는 등 가격 폭등이 겹쳐 아무리 저렴한 공급업체를 찾으려 해도 수요를 맞추기 힘들었다”며 “메뉴에는 수박주스가 기재돼 있어 주문하는 고객 분들이 많은데 상황을 일일이 설명하기 힘들어 품절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인근 또 다른 매장 업주도 “생과일 수박으로는 이익이 나질 않는데 냉동을 쓸 경우 맛이 없다는 반응이 많아 이달부터 수박주스 판매를 아예 그만뒀다”고 했다.

컴포즈커피, 메가커피, 빽다방 등 저가 프랜차이즈들은 냉동 제품이나 수박 파우더, 수박향 시럽 일부 넣어 맛을 구현하는 등 원재료 값 상승에 대응하는 중이다. 생과일 수박주스를 파는 곳이 줄자 아예 커뮤니티 곳곳에선 누리꾼들이 ‘수박주스 맛집 공유합니다’, ‘찐으로 갈아주는 수박주스’ 등의 글으로 생과일 수박주스를 판매하는 카페 등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지자체나 직영 농장 공급 체계를 구축해 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다. 커피빈과 폴바셋은 2020년부터 고창군과 고창수박의 유통, 가공 등에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충청남도와 농산물유통 협약을 맺고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으로 가맹점에 수박을 공급하는 중이다. 이디야커피의 생과일 수박주스는 지난 5월 말 출시된 이후 두 달만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이 20% 늘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워낙 수박주스가 인기가 많아 가맹점에선 효자 메뉴로 꼽힌다”며 “미리 지자체와 공급 계약을 맺고 대량 유통을 해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한 방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