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이스라엘이 만든 15t짜리 콩요리
<식탁에서 만나는 유로메나>는 음식을 매개로 유로메나 지역의 사회적 변화를 설명한 책이다. ‘유로메나’는 유럽과 중동·북아프리카를 뜻하는 메나(MENA)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통합유럽연구회와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가 기획한 이번 책에는 16명의 교수와 연구원이 참여했다.

음식은 지역 내 갈등의 산물이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원조 논쟁’을 벌인 훔무스가 대표적이다. 훔무스는 삶은 병아리콩을 갈아 만든 요리다. 2007년 이스라엘이 400㎏에 달하는 대형 훔무스를 만들자, 2년 뒤 레바논은 2000㎏ 훔무스를 선보이며 기네스북에 올렸다. 급기야 이스라엘은 15t짜리 훔무스를 만들어냈다.

때로는 포용과 통합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서북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에서 주로 먹는 ‘잔치 음식’ 쿠스쿠스는 곡물을 쪄서 만든 파스타를 채소와 함께 곁들인 음식이다.

알제리와 모로코 튀니지 모리타니 등 4개국은 서사하라 영토 분쟁을 겪는 가운데에서도 서로 힘을 합쳐 201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쿠스쿠스는 오늘날 ‘프랑스인이 가장 선호하는 아랍 음식’으로도 꼽힌다. 유럽 내 무슬림 난민 문제가 화두가 된 요즘, 책은 “식탁에 커다란 쿠스쿠스를 올려놓고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서로 음식을 나누는 모습은 화합하는 유로메나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한다”고 말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