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화단에서 탄탄한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는 인기 작가들의 작품전이 조정을 받고 있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까? 국내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거나 열릴 예정인 작가는 신표현주의 작가 안젤름 키퍼·로베르 콩바스·줄리안 슈나벨을 비롯해 추상화가 로만 오팔카·주제페 페노네·귄터 위커,부부 작가 크리스토 &장 클로드,프랑스 여성 설치작가 아네트 메사제,세계적인 디자이너 론 아라드 등이다.

대부분 국제 미술시장에서 작품성이 검증된 작가들로 환금성이 보장되는 만큼 가격도 소품은 점당 수천만원,수작의 경우는 수억원을 호가한다.

삼성 비자금 수사로 '큰손' 컬렉터들이 잔뜩 움츠리고 있는 데다 경기 불안감까지 겹쳐 활기를 잃은 국내 미술시장에서 이들의 작품이 얼마나 팔릴지 주목된다.

요셉 보이스 이후 독일이 낳은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신표현주의 거장 안젤름 키퍼(63)는 다음 달 4일부터 5월24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작품전을 연다. 대형 설치 작품 '양치식물의 비밀(14×12×3m)'을 비롯해 납으로 제작한 책 모양의 설치작품,회화 10점,드로잉 등 30여점이 소개된다. 현재 뉴욕 및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키퍼의 회화 작품은 2억~3억원대에 팔리고 있다.

'대지의 화가' 크리스토(72)와 장 클로드(72) 부부는 직접 다음 달 2일 한국을 찾는다. 2005년 파리 퐁뇌프 다리를 천과 밧줄로 꽁꽁 옭아맨 조형 설치작품 '더 게이츠'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이들은 다음 달 2~22일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가질 예정. 드럼통 39만개를 피라미드처럼 꾸민 작품 '마스타바'와 미국 콜로라도 아칸소강을 천으로 덮는 작업 '오버더 리버'의 드로잉 작품(각 5억~6억원)을 선보인다.

올해로 개관 20년을 맞은 학고재화랑에서는 프랑스 추상화가 로만 오팔카(77)를 비롯해 독일 귄터 위커(78),이탈리아 작가 주제페 페노네(61),한국작가 이우환(72) 등 4명이 참여하는 '센스티브 시스템'전이 열리고 있다. 프랑스 생테티엔 미술관 로랑 헤기 관장이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로만 오팔카의 '40만 숫자쓰기' 시리즈,주제페 페노네의 조각 작품 등 30여점이 점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에 나와있다.
움츠린 미술시장에 해외 '블루칩' 먹혀들까
서울 청담동 이현-서울갤러리는 프랑스 신표현주의 작가 로베르 콩바스(51) 작품전을 열고 있다. 강렬한 원색과 꿈틀거리는 듯한 형태,검은 윤곽선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 20여점을 내걸었다. 가격은 수작의 경우 2억원 정도다.

대형화랑들이 해외 인기작가들의 작품전을 여는 것은 세계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일부 부동자금이 국제 미술시장으로 흘러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 미술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미술시장은 지난해 9월부터 조정을 받고 있어 값비싼 해외 작품들에 대한 수요층이 얼마나 형성될지는 미지수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이달 국내 경매시장에서 데미안 허스트 작품을 비롯해 로이 리히텐슈타인,마르크 샤갈 등 해외 거장들의 작품이 유찰되는 등 미술시장이 불안한 시점이어서 이들의 작품에 대한 수요층이 형성될지는 두고봐야 알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움츠린 미술시장에 해외 '블루칩' 먹혀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