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의 연속이죠. 잘 짜여진 구도의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아요.”(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

GE코리아 회장을 지낸 강 회장 등 내로라하는 기업인들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이색 그림전을 펼친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4일부터 시작된 ‘경영도 미술처럼-명사들의 아트페스티벌’전이다.

한국경제신문 창간 48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번 행사에는 강 회장과 이청승 경기창조학교 사무총장, 강웅식 다림실업 고문, 정상은 중앙그룹 회장, 신기옥 플래너스종합건설 회장, 신수희 용인복지재단 이사장, 유진 한광 회장, 위용환 광주순환도로투자 사장, 엄광석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강현두 서울대 명예교수, 주명건 세종대 이사장, 이연숙 태연초중고재단 이사장 등 21명이 참여했다.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지낸 이청승 사무총장(67)은 이날 개막식에서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틈틈이 창작 활동을 하며 미술에서 경영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번 행사에 말 그림을 출품했다. 말을 소재로 삼은 것은 질주본능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화장품업체 한국폴라를 설립해 성공적으로 경영한 그는 달리는 말의 역동적인 모습을 독특한 시선으로 화면에 옮겨 눈길을 끈다.

‘외국계 기업의 대부’로 통했던 강 회장(73)은 2002년 퇴임 후 CEO컨설팅 회장과 화가로 제2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GE코리아에 근무할 때부터 작품활동을 하며 구상회화 기량을 다진 그는 중국 황산과 여주 근교 풍경을 그린 유화 3점을 걸었다.

강웅식 고문(72)은 한국미술협회 정회원인 ‘공식 화가’다. 나이 오십 줄에 들어서야 그림을 시작한 그는 3년간 본격적인 서양화 수업을 받고 1997년 첫 개인전을 연 뒤 한국미술협회 심사를 거쳐 정식 화가가 됐다. 풍경화를 즐겨 그린다. 이번 전시에 제주도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를 보고 느낀 감동을 화폭에 옮긴 풍경화 2점을 출품했다.

신기옥 회장(70)은 40년 넘게 낮에는 경영을 하고 밤이면 캔버스 앞에 앉아 작업하는 주경야화(晝經夜畵) 생활을 해온 작가. 양평에 있는 아틀리에에서 최근 작업한 초롱의 군청색을 주조색으로 생성과 소멸, 순환의 의미를 담은 추상화를 내보인다.

1991년 컴퓨터 사업을 시작한 정상은 회장(66)은 서울 이화여대 옆 본사 사무실에 차려 놓은 아틀리에에서 20여년간 갈고닦은 그림 솜씨를 보여준다. 그는 설악산 지리산 팔공산 캘리포니아 등 국내외 명산과 명승지의 절경을 화폭에 담은 근작 2점을 걸었다.

방송 PD 출신의 언론학자 강현두 명예교수는 위안부의 애처로운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포착한 작품, 신수희 이사장은 굵은 선묘로 낙서하듯 추억과 낭만을 묘사한 그림, 엄광석 위원은 포구에 정박된 선박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 이연숙 이사장은 곤충과 꽃이 어우러진 야생의 이미지를 그린 작품, 주명건 이사장은 우주의 생성 과정을 시각화한 추상화를 소개했다.

고향의 따뜻한 풍경을 화면에 옮긴 유진 회장, 고향 풍경을 그린 위용환 사장의 그림도 눈길을 끈다.

강 교수는 “경영을 하며 산고(産苦)에 비유되는 예술 창작에 뛰어든 것은 새로운 도전을 향한 열정 때문”이라며 “상품이나 서비스로 대중과 소통하는 경영자들이 또 다른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1일까지 이어진다. (02)360-4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