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사로잡은 일러스트 작가 '퍼엉'…크라우드 펀딩으로 한달 만에 12만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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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의 소소한 일상 그렸죠"
단발머리 여자와 안경을 쓴 남자가 계단 위에 다정한 표정으로 앉아 그림책을 본다. 이 커플은 대형마트에서 즐겁게 식료품을 고르기도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함께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이들은 아기자기한 소품이 있는 전망 아름다운 집에서 산다. 누구나 꿈꾸는 연인의 모습이다.
일러스트 작가 ‘퍼엉(본명 박다미)’이 네이버의 일러스트 플랫폼 ‘그라폴리오’에 연재하고 있는 연작(스토리픽)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Love is)’다. 지난해부터 올린 그림이 그라폴리오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자 퍼엉과 네이버는 페이스북에 팬페이지를 개설했다. 북미·남미·유럽·동남아·중동 등 세계 각국의 팬이 ‘그림이 너무 사랑스럽다’며 응원과 찬사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팬 수는 현재 12만명을 넘어섰다.
가장 큰 규모의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일러스트 상품 판매 소식을 올리자 펀딩 시작 두 시간만에 목표액 1만 달러(약 1167만원)를 넘어섰다. 펀딩 기간인 한 달간 12만6000달러(약 1억4700만원)의 모금액을 달성했다. 역대 킥스타터 일러스트레이션 분야 3위의 기록이다.
지난달 23일 성남 분당 정자동 네이버 사옥에서 만난 박다미 씨는 “갑작스런 인기가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웃었다. 박 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있다. 연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소박하다.
“학부 때 수업도 열심히 듣고 교수님이 주시는 외주 작업도 밤을 새가며 했지만 늘 뭔가 아쉬웠어요. 그림이 좋아서 이 길을 택했는데, 어느 순간 나를 위한 그림을 한 장도 그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하루 한 장, 저 자신을 위한 그림을 그리자고 작정한 게 이번 연작의 시작이었어요.”
그라폴리오 창업자인 노장수 네이버 그라폴리오 부장에게 초대를 받아 지난해 4월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연필로 스케치해 포토샵으로 채색을 끝내는 데까지 평균 네 시간 정도 걸린다. 난색(暖色)을 좋아해 따스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평소 즐겨 보던 건축학 서적을 참고해 그림 속 공간을 꾸민다. 소재는 일상에서 얻는다.
“남자친구와 식사를 하다가 젓가락이 떨어지는 것, 하루를 마무리할 때의 느낌, 일상의 다양한 느낌을 살려서 상상력을 가미해 그려요. 제가 자주 마주치는 길고양이가 그림 속에 나오는 고양이고요.”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박 씨는 어린 나이에도 “평생 그림을 그리며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왔는데, 생동감있는 인물을 그리는 것이 제일 좋아요.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게 됐고요. 제 커플 그림을 통해서도 그런 생기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글로벌 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이번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팬들에게는 오는 9월 일러스트 상품이 배송된다. 그간 정식 상품이 출시되지 않아 팬들은 머그컵, 티셔츠 등에 직접 박 씨의 그림을 프린트해 넣었다.
미국 태국 이탈리아 이집트 등이 그의 팬이 많은 나라 ‘상위10위’에 들어갈 정도로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는다. 그는 가장 인상적인 팬아트 상품으로 이불을 꼽았다. “이불까지 만들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너무 고맙죠.”
최근 류근 작가의 ‘싸나희 순정’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원작이 있는 출판물에 일러스트를 넣는 작업이 새로웠다고 했다.
“앞으로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으로 일상을 그림에 녹여내고 싶어요. 다양한 그림으로 평생 팬을 찾아뵙겠습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일러스트 작가 ‘퍼엉(본명 박다미)’이 네이버의 일러스트 플랫폼 ‘그라폴리오’에 연재하고 있는 연작(스토리픽)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Love is)’다. 지난해부터 올린 그림이 그라폴리오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자 퍼엉과 네이버는 페이스북에 팬페이지를 개설했다. 북미·남미·유럽·동남아·중동 등 세계 각국의 팬이 ‘그림이 너무 사랑스럽다’며 응원과 찬사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팬 수는 현재 12만명을 넘어섰다.
가장 큰 규모의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일러스트 상품 판매 소식을 올리자 펀딩 시작 두 시간만에 목표액 1만 달러(약 1167만원)를 넘어섰다. 펀딩 기간인 한 달간 12만6000달러(약 1억4700만원)의 모금액을 달성했다. 역대 킥스타터 일러스트레이션 분야 3위의 기록이다.
지난달 23일 성남 분당 정자동 네이버 사옥에서 만난 박다미 씨는 “갑작스런 인기가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웃었다. 박 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있다. 연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소박하다.
“학부 때 수업도 열심히 듣고 교수님이 주시는 외주 작업도 밤을 새가며 했지만 늘 뭔가 아쉬웠어요. 그림이 좋아서 이 길을 택했는데, 어느 순간 나를 위한 그림을 한 장도 그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하루 한 장, 저 자신을 위한 그림을 그리자고 작정한 게 이번 연작의 시작이었어요.”
그라폴리오 창업자인 노장수 네이버 그라폴리오 부장에게 초대를 받아 지난해 4월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연필로 스케치해 포토샵으로 채색을 끝내는 데까지 평균 네 시간 정도 걸린다. 난색(暖色)을 좋아해 따스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평소 즐겨 보던 건축학 서적을 참고해 그림 속 공간을 꾸민다. 소재는 일상에서 얻는다.
“남자친구와 식사를 하다가 젓가락이 떨어지는 것, 하루를 마무리할 때의 느낌, 일상의 다양한 느낌을 살려서 상상력을 가미해 그려요. 제가 자주 마주치는 길고양이가 그림 속에 나오는 고양이고요.”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박 씨는 어린 나이에도 “평생 그림을 그리며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왔는데, 생동감있는 인물을 그리는 것이 제일 좋아요.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게 됐고요. 제 커플 그림을 통해서도 그런 생기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글로벌 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이번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팬들에게는 오는 9월 일러스트 상품이 배송된다. 그간 정식 상품이 출시되지 않아 팬들은 머그컵, 티셔츠 등에 직접 박 씨의 그림을 프린트해 넣었다.
미국 태국 이탈리아 이집트 등이 그의 팬이 많은 나라 ‘상위10위’에 들어갈 정도로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는다. 그는 가장 인상적인 팬아트 상품으로 이불을 꼽았다. “이불까지 만들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너무 고맙죠.”
최근 류근 작가의 ‘싸나희 순정’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원작이 있는 출판물에 일러스트를 넣는 작업이 새로웠다고 했다.
“앞으로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으로 일상을 그림에 녹여내고 싶어요. 다양한 그림으로 평생 팬을 찾아뵙겠습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