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해지는 금융사기] "1억 모아오면 수수료 5% 줄게"…설계사 꼬드겨 '사기상품'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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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험 영업사원 네트워크 타고 사기 급속 확산
정상적 상품 권하면서 "남는 돈 있으면 투자해보라"
불법상품 끼워넣어
보험영업 환경 악화로 일부 설계사 '유혹' 빠지기도
정상적 상품 권하면서 "남는 돈 있으면 투자해보라"
불법상품 끼워넣어
보험영업 환경 악화로 일부 설계사 '유혹' 빠지기도
FX마진(외환선물) 거래를 명목으로 투자금을 모집하고 있는 IDS홀딩스는 지난달부터 ‘100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연말까지 3억원 이상의 돈을 유치한 영업사원에게 7박8일의 해외여행을 보내준다는 것이다. 영업사원 상당수는 보험설계사 출신이거나 보험 일을 병행하는 이들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성과 보상책으로 상반기만 해도 5000억원 이하였던 IDS홀딩스의 모집자금 규모는 최근 1조원까지 불어났다.
보험설계사 김모씨는 “주변에 ‘IDS홀딩스 투자상품을 팔아보라’고 권유하는 보험설계사가 많다”며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것도 보험사의 전형적인 성과보상책으로 보험업 영업에 밝은 IDS홀딩스 관계자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보험설계사가 금융사기업체의 영업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의 고객 네트워크를 금융사기업체에 그대로 갖고 들어가면서 금융사기 규모가 빠르게 팽창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상품 판매, 인터넷 보험 판매 등으로 보험설계사들의 영업환경이 악화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높은 판매 수수료에 눈멀어 영업
최근 3~4년간 보험설계사들의 영업환경은 급격히 악화됐다. 파생상품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를 모았다가 지난달 검찰에 기소된 이숨투자자문에서 활동했던 보험설계사 박모씨는 27일 기자와 만나 “보험산업 업황이 악화하면서 3년 전부터 불법 금융상품을 중개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을 전후해 인기를 끌었던 변액보험상품의 투자 실적이 악화하면서 권할 만한 상품 자체가 줄었다”며 “웬만한 사람은 모두 보험에 가입한 데다 어느 정도 금융지식도 갖추다보니 영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 23만6943명이었던 보험설계사 수는 올해 6월 말 20만1333명까지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 유치를 대가로 높은 수수료 지급을 내건 금융사기업체들의 상품은 관심을 끌 만하다. 26일 검찰이 기소했다고 발표한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1억원을 유치한 보험설계사에게 유치금의 5%를 지급했다. IDS홀딩스는 고객 투자금의 1%를 매달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보험설계사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고객 돈을 받아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다 보니 보험영업을 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처음엔 보험영업과 병행해 시작했다 아예 금융사기업체 쪽으로 넘어오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좋은 상품 있다” 투자 권유
이들은 대부분 기존에 관계를 맺은 고객들에게 불법 금융상품을 권한다. 박씨는 “이숨투자자문은 금융투자회사로 등록돼 있어 불법이라고 의심을 못했다”며 “과거에 비해 재테크로 재미를 못 본 고객들을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다른 보험설계사는 “기존 고객에게 보험이나 연금 등 정상적인 상품을 권하면서 ‘남는 돈 있으면 투자해 보시라’며 불법 금융상품을 끼워넣는다”며 “금융사기업체들이 수십 명의 보험설계사를 거느리고 있는 팀장급 보험설계사를 영입하려 애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동안 보험설계사들도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보험 영업을 잘 못해 신용불량자까지 됐다가 금융사기업체와 끈이 닿은 뒤 외제차를 사고 사치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사법기관이 수사에 들어가면 보험설계사 역시 어려움에 빠진다.
이숨투자자문은 영업을 담당했던 보험설계사들에게도 “지분을 줄 테니 투자하라”며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50여명의 보험설계사가 1000만~1억원을 출자해 모두 23억6000만원을 회사에 투자했다. 회사 관계자들이 경찰에 기소돼 피해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보험설계사는 “업체의 거짓말에 넘어가 가족들 돈까지 쏟아부었다가 마음고생을 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금융사기인 줄 알면서도 고객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한 보험설계사는 “일부 보험설계사는 ‘초반에 다른 고객의 돈으로 지급되는 수익금만 받고 적당한 시점에 원금을 빼면 남는 장사일 수 있다’며 투자금을 모집한다”고 귀띔했다.
노경목/오형주 기자 autonomy@hankyung.com
보험설계사 김모씨는 “주변에 ‘IDS홀딩스 투자상품을 팔아보라’고 권유하는 보험설계사가 많다”며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것도 보험사의 전형적인 성과보상책으로 보험업 영업에 밝은 IDS홀딩스 관계자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보험설계사가 금융사기업체의 영업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의 고객 네트워크를 금융사기업체에 그대로 갖고 들어가면서 금융사기 규모가 빠르게 팽창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상품 판매, 인터넷 보험 판매 등으로 보험설계사들의 영업환경이 악화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높은 판매 수수료에 눈멀어 영업
최근 3~4년간 보험설계사들의 영업환경은 급격히 악화됐다. 파생상품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를 모았다가 지난달 검찰에 기소된 이숨투자자문에서 활동했던 보험설계사 박모씨는 27일 기자와 만나 “보험산업 업황이 악화하면서 3년 전부터 불법 금융상품을 중개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을 전후해 인기를 끌었던 변액보험상품의 투자 실적이 악화하면서 권할 만한 상품 자체가 줄었다”며 “웬만한 사람은 모두 보험에 가입한 데다 어느 정도 금융지식도 갖추다보니 영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 23만6943명이었던 보험설계사 수는 올해 6월 말 20만1333명까지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 유치를 대가로 높은 수수료 지급을 내건 금융사기업체들의 상품은 관심을 끌 만하다. 26일 검찰이 기소했다고 발표한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1억원을 유치한 보험설계사에게 유치금의 5%를 지급했다. IDS홀딩스는 고객 투자금의 1%를 매달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보험설계사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고객 돈을 받아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다 보니 보험영업을 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처음엔 보험영업과 병행해 시작했다 아예 금융사기업체 쪽으로 넘어오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좋은 상품 있다” 투자 권유
이들은 대부분 기존에 관계를 맺은 고객들에게 불법 금융상품을 권한다. 박씨는 “이숨투자자문은 금융투자회사로 등록돼 있어 불법이라고 의심을 못했다”며 “과거에 비해 재테크로 재미를 못 본 고객들을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다른 보험설계사는 “기존 고객에게 보험이나 연금 등 정상적인 상품을 권하면서 ‘남는 돈 있으면 투자해 보시라’며 불법 금융상품을 끼워넣는다”며 “금융사기업체들이 수십 명의 보험설계사를 거느리고 있는 팀장급 보험설계사를 영입하려 애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동안 보험설계사들도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보험 영업을 잘 못해 신용불량자까지 됐다가 금융사기업체와 끈이 닿은 뒤 외제차를 사고 사치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사법기관이 수사에 들어가면 보험설계사 역시 어려움에 빠진다.
이숨투자자문은 영업을 담당했던 보험설계사들에게도 “지분을 줄 테니 투자하라”며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50여명의 보험설계사가 1000만~1억원을 출자해 모두 23억6000만원을 회사에 투자했다. 회사 관계자들이 경찰에 기소돼 피해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보험설계사는 “업체의 거짓말에 넘어가 가족들 돈까지 쏟아부었다가 마음고생을 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금융사기인 줄 알면서도 고객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한 보험설계사는 “일부 보험설계사는 ‘초반에 다른 고객의 돈으로 지급되는 수익금만 받고 적당한 시점에 원금을 빼면 남는 장사일 수 있다’며 투자금을 모집한다”고 귀띔했다.
노경목/오형주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