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나눠먹기식으로 지정한 경제특구, 'FDI 허브' 어림없다
세계 각국이 21세기 경제 중심국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경제특구를 앞다퉈 도입하면서 이들 지역 간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도 외국인투자지역(1998년), 자유무역지역(2000년), 경제자유구역(2003년), 기업도시(2004년) 등 ‘경제특구’를 연달아 지정해 FDI 유치 허브(hub)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으나, 각종 지원에 비해 국가 전체 FDI에서 경제특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지난 11년간(2004~2014년) 한국의 FDI 규모는 증가 추세에 있으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12.8%)은 네덜란드(76.7%) 영국(56.5%) 호주(39.1%) 미국(31.1%)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선진국보다 낮다.

3개 경제특구(경제자유구역, 자유무역지역, 외국인투자지역)의 외국인 투자기업(749개)과 외국인 투자금액(203억3181만달러)은 국가 전체의 각각 6.9%, 21.2%에 머물러 있다. 특히 2003~2014년 8개 경제자유구역에 실제 투입한 사업비는 42조1408억원(산업통상자원부 추산)이나 같은 기간 이들 지역으로 유입된 FDI 유치액(도착 기준)은 51억5230만달러(약 6조874억원)로 투입비용 대비 경제자유구역의 FDI 유치액 비중이 14.4%에 불과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0~11월, 한국의 경제특구에 입주한 외국인 투자기업과 사업시행자 27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128개)의 32.1%만이 경제특구가 한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데 동의했다. ‘보통이다’는 43.8%, ‘별로 성과없다’는 24.2%로 나타났다. 또 아시아 9개 주요 경제특구 중에서 한국 경제자유구역의 기업경영 환경 수준이 싱가포르, 홍콩, 중국 상하이 푸둥과 선전, 대만 가오슝보다 낮은 6위로 평가했다.
[뉴스의 맥] 나눠먹기식으로 지정한 경제특구, 'FDI 허브' 어림없다
행정서비스, 노사관계 亞 꼴찌

항목별로는 지리적 위치(4위), 시장 접근성(4위), 산업 인프라(5위)는 9개 경제특구 중 중간 정도이나 정부 규제와 행정서비스, 고용조건·노사관계, 조세 인센티브는 꼴찌로 나왔다.

이처럼 한국 경제특구의 FDI 유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경제특구 입주 기업의 경쟁력 평가 결과 아시아 주요 경쟁특구에 뒤처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 효율성보다 지역 안배적 차원에서 경제특구를 과잉·중복 지정하다 보니 차별성이 없어졌고, 주변국 경쟁 특구보다 임금 수준, 땅값 등 생산요소나 세제 감면 등 투자 인센티브가 낮으며, 행정서비스 제공 시스템은 미흡한데 행정규제는 과도하고, 공공기관 위주의 비효율적인 사업 추진과 관리운영 체계를 부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먼저, 한국의 경제특구는 다른 경제특구와의 역할 분담이나 연계, 입지 경쟁력 등 체계적인 분석 없이 정치논리에 따라 권역별로 나눠먹기식으로 지정, 유사특구가 과잉·중복되면서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경제자유구역(8개), 자유무역지역(13개), 외국인투자지역(94개), 기업도시(5개) 등 4개 경제특구(120개) 지정 면적(493.4㎢)은 여의도(2.9㎢)의 170배에 달할 정도로 크다. 경제자유구역이 도입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개발 완료율은 17.1%에 머물고, 미개발지역이 총 면적의 42%에 이른다.

규제 강도 세고 세제 혜택은 작아

또 특구별로 특성화한 발전전략이 미흡하고, 입주자격, 조세 감면, 입지 지원 및 규제 특례가 비슷해 특구 간에 상호보완관계보다 대체관계적 성격이 강한 것이 단점이다. 예컨대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투자지역(산업단지형), 자유무역지역, 기업도시와 법적 근거는 다르나 외국인 투자 유치라는 지정 목적을 위해 조세 감면(법인세·소득세), 입지 지원 및 규제 특례 등 주요 인센티브가 비슷하다. 외국인 투자기업 입장에서는 각 경제특구 간의 차별성보다는 인센티브 등에서 거의 유사해 제도가 복잡한 것으로 인식하고, 특구별로 독자적으로 외국인 투자유치 활동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고 보는 것이다.

둘째, 한국의 센 규제 강도, 낮은 세제 인센티브는 경제특구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OECD의 FDI 규제지수에서 한국은 0.135로 OECD 34개국 중 6위이며, OECD 평균(0.068)보다 2배가량 높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한국은 총 140개국 중에서 26위를 차지했으나, 정부규제 부담(97위)이 포함된 제도적 요인(69위)과 노동시장 효율성(83위)은 낮은 수준이다. 또 한국 경제자유구역의 법인세율(22%)은 홍콩(16.5%), 싱가포르(17%), 대만(17%) 등 주요 경쟁 특구보다 높고, 세제상 인센티브는 국내외 기업을 차별대우해 국내 기업과 생산 네크워크를 희망하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투자 동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셋째, 공공기관 중심의 비효율적인 사업 추진과 관리운영 체계다. 한국 경제특구는 총괄적 조정 기능이 없고, 소관부처별로 관리·운영됨에 따라 투자유치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외자 유치 목적으로 4개의 경제특구가 별도의 추진 체계를 운영하고, 특구 내에서도 지역별 특성에 따라 관리주체가 달라 효과적인 외국인 투자유치 전략 수립과 집행을 어렵게 한다. 경제자유구역은 지방자치단체, 자유무역지역은 자유무역관리원(산업부), 공항공사 및 항만공사, 외국인투자지역은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지자체 등 3개 특구 모두 공공기관이 관리·운영함에 따라 민간기업 마인드를 갖고 외국인 투자기업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임금 수준, 용지가격 등 생산요소와 조세 인센티브가 주변 경쟁 특구보다 얼마나 투자 기업의 수요에 부합하고, 경쟁력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국가 차원에서 이를 신속히 추진하는지 여부가 경제특구 외자유치 활성화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입지 여건과 FDI 유치 성과가 우수한 경제특구 중심으로 인근의 유사 경제특구를 통합 또는 연계해 국제적인 명품특구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14개 시·도에 설치하기로 한 ‘규제 프리존’을 경제특구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구 총괄 관리할 기구 필요

둘째, 경제특구는 원칙적으로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적용하고 경제특구 개발 및 투자 유치, 입주 기업의 서비스 향상을 위해 경제특구를 총괄하는 ‘(가칭)경제특구투자청’을 신설해 각 경제특구 관할기관장의 권한과 책임 아래 실질적인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민간인 출신으로 특구 책임자를 임용하고, 민간에서 시행 중인 성과보상 체계를 도입하는 등 실질적인 외자 유치 활성화 시스템을 운영할 필요도 있다.

양금승 <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