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컬은 주연급 배우를 2~3명 캐스팅한 뒤 교대로 출연시키는 더블 캐스팅 또는 트리플 캐스팅이 일반적이다.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배우를 여러 명 써서 관객을 더 모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세계에서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등장인물당 배우를 한 명씩만 두는 원 캐스팅을 한다. 한 배우가 계속 공연하는 것이 그 공연을 안정적으로 지속하는 데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도 과거에는 원 캐스팅이 일반적이었으나 2004년 오디컴퍼니가 ‘지킬 앤 하이드’ 공연에서 더블 캐스팅을 한 뒤 이런 방식이 보편화됐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지킬 앤 하이드의 주인공 역은 에너지 소모가 커서 한 배우가 모든 공연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더블 캐스팅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 뮤지컬은 대개 2~3개월간 무대에 올린다. 관객에게 기간을 사전 공지한 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를 지킨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오픈 런’을 한다. 공연 기간을 미리 잡지 않고 주당 매출이 손익분기점 이상이면 다음주 공연도 하는 방식이다. 작품이 좋으면 장기 공연이 가능하다. 배우에게도 더 열정적으로 공연에 임할 동기 부여가 된다.

한국은 뮤지컬 제작사가 배우를 캐스팅하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다. 양자 간 계약은 철저히 사적인 계약으로 보호된다. 브로드웨이에서는 강력한 배우노동조합이 있어 여기에 가입하지 않은 배우는 무대에 설 수 없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과거 극장주가 배우를 심하게 착취한 게 배우 노조가 발전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