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동묘지 납골당에서 아무도 찾아주는 사람 없이 쓸쓸히 방치돼 있다.
독립신문을 창간하고 독립문을 세우는 등 풍전등화와같은 대한제국을
일제의 압박으로 부터 구하기 위해 헌신했던 서박사(의학박사)는 지난 51년
85세의 나이로 미국 필라델피아시에서 세상을 떠났었다.
현재 서박사의 유골이 안치돼 있는 곳은 필라델피아시 서쪽끝에 있는 웨
스트라우텔 힐 공동묘지의 납골당.
금색의 네모상자인 서박사의 유골함이 안치돼 있는 칸은 252호실로 둘보
는 사람이 없어 흔한 꽃하나 놓여있지 않아 쓸쓸하기 짝이 없다. 이 곳에
는 부인 무라엘 암스트롱여사의 유골함과 평생 혼자서 살다가 지난 84년
사망한 둘째딸 무리엘의 유골함도 함께 보관돼 있다.
서박사의 유골은 당초 필라델피아시내에 있는 첼런 힐 공동묘지의 납골
당에 있던것을 서박사의 둘째딸이 지난 83년 현지 교민으로 가깝게 지내
던 장익태씨(57.현재 뉴저지주 무어스타운 거주)와 장씨의 친구며 서박사
친형의 증손자인 서동성씨(58.변호사.현재 로스앤젤레스 거주)에게 이장을
부탁, 장씨와 서씨가 개인돈을 들여 현재의 장소로 이장했다.
서박사는 생전에 딸만 둘을 두었으나 이들도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고
첫째딸에게서 난 손자(현재 70세 가량)가 한명 있으나 장씨와는 연락이 되
지 않고 있어 사실상 혈육이 없는 것과 같은 실정이다.
장씨는 "당시 서동성씨와 둘이서 호주머니를 털어 2천달러를 주고 시설
이 나은 현재의 공동묘지의 납골당 두칸을 사 서박사와 그의 가족들의 유
골사와 그의 가족들의 유골함을 모두 이장했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서박
사가 생전에 의사로 번돈을 독립운동하는데 다 쓰고 본인은 정작 지독한
가난속에서 어렵게 살다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의 딸 무
리엘도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얼마나 가난했던지 겨울에 난방도 안되는 집
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5일 장씨와 함께 서박사가 잠들어 있는 웨스트 라우벨 공동묘지를 찾아
갔을 때 묘지관리사무소측은 기자와 장씨를 반기며 "필립 제이선박사(서박
사의 미국이름)에게는 찾아오는 사람이 전혀 없어 주인없는 묘인 줄 알았
다"고 말했다.
장씨는 "최근 한국정부가 상해임정선열 5위를 봉환한다는 소식을 동아일
보를 읽고 알았다. 서박사의 유골도 이번 기회에 꼭 조국땅으로 봉환돼 그
동안 외롭게 지내온 서박사가 조국땅에서 마음편한 영원한 안식처를 찾게
되기를 바란다"며 "현재 서박사의 유골함은 내이름으로 보관하고 있기 때
문에 한국으로 봉환해 가는 데는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서동성시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서박사의 둘째딸 무리엘여사가 죽기
전에 "내가 죽은뒤에는 아버지의 유골을 한국으로 모셔달라고 울면서 말했
다"며 "이제 서박사를 더이상 필라델피아의 공동묘지에 모셔둘 이유가 없
다. 한국정부와 신문단체, 의학단체 등이 나서 정중한 절차를 거쳐 서박사
의 유골을 봉환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