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획원은 사회간접자본건설에 민간자본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지난14일 "민자유치촉진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전문74조의
이 법안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필요한 땅을 수용할수 있으며 사업이 끝날
때까지 사업예정지역안의 국공유재산을 공짜로 쓸수있게 된다.
이밖에도 농지및 산림의 전용부담금,개발및 과밀부담금,취득세 등록세등의
지방세 법인세 양도소득세등이 감면되며 시설사용료를 자율적으로 결정할수
있고 상업차관도입 채권발행에 대한 정부보증등이 허용된다. 이같은
내용은 민간기업쪽의 요구들을 거의 대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대담한 시도인
동시에 사회간접자본확충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읽을수 있게 해준다.
이 법안이 마련된 배경은 사회간접자본의 미비가 국가경쟁력 강화에
결정적인 걸림돌이라는 인식과 함께 사회간접자본의 건설및 운용에
민간기업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즉
정부혼자서 사회간접자본의 건설을 감당하기에는 돈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민간기업의 자본투자가 필요하며 아울러 시설운용에서도 민간기업의
효율성을 활용할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므로 민간기업의 참여를 통해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해야할 필요성은
충분히인정되었으며 같은 취지의 법안이 6공시절에 이미 만들어졌으나
특혜시비에 휘말려 흐지부지 되었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법안은 과거에 비해 민간기업의 요구를 대폭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특혜시비가 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따라서 정부의
계획대로 이법안을 올해 첫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뒤 상반기안에
기본계획수립등 후속조치를 마쳐 하반기부터 민간기업의
사회간접자본투자를 시작할수 있을지는 장담할수 없는 실정이다.
당장 문제가 될수 있는 항목의 하나는 사업시행자가 개인의 토지를
수용할수 있느냐는 점이다. 아무리 사회간접자본의 건설이 국가경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해도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특히
구체적인 사업시행내용과 관련하여 말썽의 여지가 많다. 공공시설의
사용료를 민간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대목에서도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사업참여기업과 싼값에 편익을 최대한 누리려는 이용자사이에
다툼이 있을수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 민자유치사업심의회라는 정부기구를
설치하고 분야별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업대상 사업시행자 시설사용권
유효기간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또한 신고형식으로 자율결정된
시설사용료에 대해서도 시설이용자의 편익을 해칠 염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정부가 사용료변경을 명령할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없이 대부분의 결정사항을
민자유치사업심의회에 위임하는 것은 말썽을 예방하기 보다 오히려
끊임없이 분쟁을 증폭시킬 염려가 있다. 또한 시설사용료에 대해 정부가
변경하도록 명령함으로써 공공성을 확보하고자 한것은 좋으나 이번에는
사업시행자의 투자수익성은 물론 경영자율성까지 제약하고 시설운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릴수 있다.
이처럼 기업의 수익성보장을 통해 자원배분을 효율적으로 하고자 하는
정책과 사회간접자본이라는 시설이용에 관련된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조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생각할수 있는 것이
공공경제학에서 얘기되는 코즈원리(Coase theorem)이다. 미버지니아대학의
코즈교수는 "사회적 비용의 문제"라는 논문을 통해 외부성이 있는
공공재문제는 정부개입 없이도 해결될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통적으로
경제이론에서는 어떤 재화의 거래나 이용이 거래당사자이외의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외부성이 있는 경우 정부개입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즈원리에 따르면 이미 재산권이 확립되어 있고 그것을
자유로이매매할 수만 있다면 정부개입없이 거래당사자간의 자발적인 협상을
통하여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질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시설사용료는 사업시행자와 이용자간에 결정될 일이지 정부가
개입하여 변경하도록 명령하는 것은 곤란하다. 시설사용권에 대해
프리미엄을 얹어 파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설사용료가 너무 비싸면 이용자가 줄어 사용료가 적정수준까지 떨어질
것이고 수익성이 작다면 프리미엄도 줄어들 것이다. 토지수용문제도
땅주인과 사업시행자가 시장원리에 따라 사고 파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코즈원리도 재산권매매에 따르는 거래비용이 너무 비싸거나 소수의
거래당자자들이 담합을 하는 경우에는 시장실패로 적용되기 어렵다.
우리의 경우 지나치게 땅값이 비싼 경우 제한적으로 토지수용권을
발동하되 땅주인에게 시설이용권등을 통해 보상하는 방법을 생각해볼수
있다. 이밖에 참여기업에 대한
여신규제완화,상호지급보증완화,외국기업참여등의 문제도 개방화추세와
시장원리에 따라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어차피
금융자율화와 금융시장개방이 추진되는 마당에 이를 이유로 민자참여폭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만 불로소득을 노린 토지투기는 철저히 차단되어야 하며 막대한 자금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사업대상에 대한 철저한 심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