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학에 있어서 고전파와 케인즈학파의 이론적 갈등은 노동시장을
주요한 분석대상으로 공급곡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도 첨예한데 이같은
공급측면에서의 두 학파간의 갈등 한가운데에는 이른바 화폐환상(money
illusion)이 자리하고 있다.

화폐환상은 노동시장에서 노동의 공급자인 노동자들이 물가의 실제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노동시장은 다른 경제상품과 마찬가지로 노동의 가격인 임금과 노동수급량
의 평면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날때 균형을 달성한다.

그런데 이때 임금이라고 하면 물가의 변화를 고려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즉 물가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명목임금과 물가의 변화를 고려한 실질
임금으로 구분된다.

이제 물가가 5% 오르고 명목임금도 5% 오른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당연히 오르지 않았고 따라서 임금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공급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노동공급자들은 명목임금이 5% 오르면 비록 물가가 5%
올랐더라도 자신의 임금이 올랐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받는 돈이 더 많아져 임금이 올랐다는 "환상"에 빠진다는 것이다.

물가가 떨어지는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물가가 5% 떨어진다고 해서 자신의 명목임금이 5% 하락하는 것을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노동 공급자들은 임금이 비싸진(사실은 비싸졌다고 생각한)만큼
노동공급을 늘리게 되고 이에따라 생산이 증대함으로써 물가와 생산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총공급곡선은 오른쪽 위를 향하는 모양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것이 케인즈학파의 주장이다.

이에대해 고전파학자들은 노동공급자들이 물가가 오르는 것에 대해 정확
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이같은 화폐환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물가가 5% 오른 경우에도 명목임금이 5%만 올랐다면 노동공급은
늘어나지 않고 생산도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총공급곡선은 수직선이 된다.

물가의 변동만으로는 생산의 변동을 유도할수 없으며 것이 곧 고전파의
고전적이분성을 의미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