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동리의 작품은 순수문학과 휴머니즘의 가치를 일관되게 펴현하고
있다.

그는 일제하와 해방후의 혼란기 6.25와 군사정권등 정치적 사회적 격동기
에 살면서도 그의 문학세계는 흔들림이 없었다.

평론가 이태동은 "토착적이고 민속적인 소재를 완전한 현대적 소설미학
으로 수용해서 민족문학의 전통을 확립하고 화대시킨 작가"라고 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김동리를 참여문학에 반대하고 순수문학만 강조한 작가로
알고있으나 그의 작품이 모두 사회문제를 외면한 것은 아니다.

그의 단편중에는 사회성과 역사의식이 짙은 작품들도 있다.

다만 그는 사회문제를 고발하면서도 작품의 원점을 순수문확과 휴머니즘에
두고있어서 그렇게 평가될수 밖에 없었다.

김동리의 수많은 작품중에 대표작으로 꼽히는 초기의 "무녀도"와 후기
작품의 "사반의 십자가"는 그의 사상세계를 잘 보여준다.

"무녀도"에는 무당 모화와 그녀의 딸 낭이, 그리고 낭이의 씨다른 오빠
욱이등 세인물이 등장한다.

욱이는 어리때 가출하여 독실한 기독교인이 되어 돌아온다.

그러니 욱이돠 무당인 어머니 모화가 추돌할수 밖에 없다.

이 충돌은 한국 토속신앙과 기독교신앙의 대립에서 오는 것으로 충돌은
결국 비극으로 끝난다.

그는 이 작품에서 외래사상인 기독교때문에 한국의 토속신앙이 패퇴하는
비극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작품세계는 "사반의 십자가"에서 한국적 신화적인 경향에서
인류적 보편적인 현실로 확대된다.

즉 한국적인 인간상이나 한국적인 문제를 다루었던 그가 이 작품에서
세계적인 현실과 전인류적인 문제를 다룬다.

이 소설의 주인공 사반은 2,000년전 로마제국의 식민지였던 유대의 독립
운동가이다.

성서에는 그의 이름이 쓰여 있지않으나 외경에 데스마라고 적혀 있다.

그것을 김동리가 사반이라고 이름지은 것이다.

그런 사반과 예수 사이에 전개되는 가치관의 갈등이 이 작품의 줄거리다.

사반이 구하는 것은 지상의 영광이고 예수는 오로지 하늘나라의 영광만
을 생각한다.

그리고 사반과 예수는 나란히 십자가에 매달려 죽는다.

김동리의 주요 사상인 "허무에의 의지"가 "사반의 십자가"에 와서
"구원에의 적극적인 의지"로 발전한것을 보게된다.

그 스스로 "허무와 절망을 대표하는 사반보다 희망과 구원에 결부된
예수를 주인공으로 삼아야 된다고 생각되었다"고 말하고있다.

그가 만년에 가톨릭으로 입교하게 된 심경을 알수있을것 같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