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들의 판매가격은 어떻게 형성될까.

국내에서 판매되는 외제차들의 평균 가격은 5,000만~6,000만원대.

가장 싼 차가 독일 폴크스바겐의 "골프"로 2,250만원이고 가장 비싼 차는
무려 3억4,000만원에 팔리고 있는 영국 롤스로이스의 "코니쉬"이다.

어쨌든 수입차는 국산차의 평균가격(1,000만원대)보다는 무려 5배이상
비싸다.

그래서 여전히 "외제차=고가차"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그러나 최근 수입차의 저가공세로 "가격파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수입차업체들이 심한 경우에는 동급의 국산차보다 낮은 가격으로 외국차
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수입차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길래 이같은 가격파괴가 가능한
걸까.

먼저 동급의 국산차와 비교해 보자.

크라이슬러의 "네온"(2.0)과 포드 "몬데오"(2.0)는 소형승용차로 국내에서
는 "아반떼"(1.8)와 경쟁차종이다.

이들 차량의 미국 현지가격은 1만3,000~1만6,000달러로 아반떼
(1만4,500달러)와 비슷한 편이다.

특히 네온은 9,000~1만3천달러에 판매돼 아반떼보다 훨씬 싸다.

그러나 네온의 국내판매가는 아반떼보다 훨씬 비싸다.

아반떼 풀 옵션모델이 1,200만원선인데 비해 네온은 1,750만원에 팔리고
있다.

"쏘나타III"와 경쟁차종인 크라이슬러의 "스트라투스"(2.5)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차의 미국 현지가는 1만8,600달러로 쏘나타III(1만8,000달러)와
비슷하다.

그러나 국내 판매가(2,761만원)는 쏘나타III에 비해 1.7배정도 비싸다.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수입관세와 세금, 판매마진등 각종 제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수입차의 판매가는 턱없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입차의 국내 판매가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볼보 940GL 터보를 예로 들어보자.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이 차의 수입가격(CIF가격:운임.보험료 포함)은
환율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략 1,539만원선이다.

여기에 관세 8%(123만원)가 우선 붙는다.

수입가격에다 관세를 합한 금액의 20%인 365만원이 특별소비세 명목으로
추가된다.

또 수입가격+관세에다 특소세의 30%만큼의 교육세 109만원이 더해진다.

그래서 총수입원가는 2,138만원이 된다.

여기에다 또 10%만큼의 부가가치세가 추가돼 2,479만원이라는 최종가격이
형성된다.

그러나 이 차의 국내 판매가격은 3,740만원.

결국 최종가격보다 판매마진이 50%가 넘는 것이다.

벤츠 S320L의 CIF가격은 4,664만원.

여기에다 관세 373만원, 특소세 1,108만원, 교육세 332만원이 붙어 수입
원가는 6,477만원이 된다.

그러나 소비자가 구입시 내야 하는 금액은 1억450만원이다.

구입가격에서 부가세 950만원과 수입원가를 빼면 3,000여만원이라는 돈이
국내 유통과정에서 붙여진 셈이다.

볼보나 벤츠뿐만 아니라 다른 외제차들도 대부분 국내 판매가와 수입원가의
차이, 즉 유통마진이 판매가의 20~30%정도를 차지한다.

국내 업체들이 차 한대 팔아 남기는 마진율이 1%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수입차장사는 엄청난 돈방석이다.

물론 이 돈이 모두 순수마진으로 떨어지는건 아니다.

벤츠를 수입판매하는 한성자동차 관계자는 "수입원가에 항구사용료 운송비
등 물류비와 금융비용이 추가되며 이외에도 마케팅 광고 인건비등 간접비용
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실제 업체에 남는 순수마진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수입원가에 적잖은 추가비용이 붙는다고 해도 여전히 마진폭은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국산차와의 경쟁에서 판매가격을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는 계산
이다.

가격파괴라는게 그래서 가능한 것이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