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비즈니스 성인 애니메이션"

성인용 만화영화 "해피데이"(감독 박종희.제작 삼홍기획)는 일단 그 슬로건에 확실하게 부합한다.

온갖 체위로 이뤄지는 길고 잦은 정사장면과 사실적인 효과음은 웬만한 성애영화보다 훨씬 자극적이다.

기업과 언론사를 무대로 한 치열한 경쟁과 음모를 다룬 스토리도 꽤 탄탄하다.

기업간의 치열한 전략싸움,산업스파이전,숨막히는 자리경쟁같은 비즈니스의 세계를 파고들고 타임지나 인스티튜서널 인베스터같은 유수 언론까지 동원해 언론계의 "비리"를 들추거나 금융계의 생리를 들여다보기까지 하는 등 욕심을 많이 냈다.

길지 않은 상영시간(1시간20분)탓에 디테일의 정확도나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시나리오에 공을 들인 흔적은 분명하다.

내용이나 묘사면에선 일본 만화가 히로카네 켄지의 인기작 "시마과장"과도 닮았다.

신문사에 갓 입사한 수습기자 신승희는 출중한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재원.광고를 둘러싼 기업과 언론간의 은밀한 거래를 알고 좌절한다.

취재과정에서 대기업인 애송그룹 기획실장 장민우를 알게 된 그는 애송그룹과 경쟁사간의 시장쟁탈전에 휘말린다.

뛰어난 전략가이자 밤의 황제인 장민우는 당찬 신승희에게 색다른 매력을 느낀다.

제작기간 3년에 제작비 20억원.통상 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비(평균 15억원)에 비교하면 공을 많이 들였고 타겟층의 취향을 정확히 겨냥했다.

하지만 허점도 분명하다.

일부 무리한 이야기를 "만화"라고 넘긴다 쳐도 "그림"의 정교함이 한참 아쉽다.

여주인공 얼굴에 일관성이 없는데다 세밀하지 못한 터치가 종종 눈에 띈다.

머리와 팔다리가 제각각 놀거나 입모양과 목소리가 따로 갈때도 있다.

리얼리티를 살린 작품임을 감안하면 단색톤 일색인 배경도 단조롭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비교하긴 이르겠지만 일부 매끄럽지 못한 연출이나 전개도 개선할 부분. 이런저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해피데이"는 "성인용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각본과 감독을 겸했던 박종희 감독은 "여러가지 미흡함이 있지만 에로티시즘을 떠받치는 스토리가 튼실하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작진은 "해피데이"를 국내상영하는데 이어 일본과 대만에서도 개봉을 추진중이다.

28일 개봉.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