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우 < 우리기술 사장 dwkim@wooritg.com > 일본사람 하면 떠오르는 말이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다. 이 말은 일본사람들은 사람을 대할 때 속마음인 혼네를 겉마음인 다테마에로 숨기기 때문에 쉽게 믿을 수 없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1년 남짓 그들과 만나면서 그것은 너무 일면적인 해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일본사람들과 맨처음 사업상 접촉했을 때의 일이다. 우리는 몇 가지 투자유치건에 대해 제안했고 그들은 예외없이 '검토해 보자'며 관심을 보였다. 일본 사업상의 여러 조언들을 들은 터였지만 그들이 너무도 진지한 반응을 보이기에 본격적인 투자설명회를 준비했다. 그런데 그쪽 사정에 밝은 분이 아무래도 이상하다며 확인해 준 결과는 '거절'이었다. 소개한 사람과 우리 입장을 고려해 완곡하게 말한 것이다. 반면 불쾌해질 정도로 꼬치꼬치 캐물으며 뜸을 들이던 회사들은 실제로 사업성을 검토했고 이제는 혼네와 다테마에를 넘어 일본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결국 내가 깨닫게 된 것은 일본과 한국의 문화는 '다르다'는 점이다. 혼네와 다테마에는 일본인들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일본식 예의범절의 하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겉다르고 속다른 것을 매우 경계하는 우리 문화와는 달리 그들은 면전에서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가치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을까. 다른 문화와 접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다른 문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신과 다르면 일단 배척하려 하고 너그러운 관용을 찾기 힘든 우리 문화가 일으키는 '문화 충돌'이랄까. 이런 상황에서 '과거를 반성할 줄 모르는 뻔뻔한 일본'에 '가까운 거대시장 일본'은 쉽게 가려지고 만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다테마에에서 자연스럽게 혼네를 읽어내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