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명 장기채권 매물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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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가 면제된다는 점 때문에 한때 구하기도 힘들었던 무기명장기채권이 만기를 앞두고 매물이 쏟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공평과세를 강조하는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면 무기명장기채 보유자들이 표적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S증권 채권매매팀 관계자는 "작년 12월 대통령 선거 이후 무기명 장기채 매매시장에서 매도세가 매수세를 압도하고 있다"며 "현재 매도 의뢰를 받아둔 물량이 1백억원이 넘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29일 말했다.
L증권 관계자도 "대통령 선거 전보다 무기명장기채의 매도 희망 물량이 두배 이상 증가했다"며 "매도의뢰와 매수의뢰 비율이 8대2 정도로 벌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액면 1만원에 표면금리 5% 수준인 증권금융채(무기명장기채의 일종)는 6개월 전 1만6천8백원이었는데 지금은 1만5천5백∼1만6천원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그나마도 매수 주문이 없어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 강남지역에 위치한 A은행 프라이빗뱅킹(PB) 지점장은 "무기명장기채는 비실명이 원칙이지만 만기 이후 상환받을 땐 최종 소지자가 이자소득세 신고를 해야하므로 신원이 드러나게 돼 있다"며 "최근 매물이 쏟아지는 것은 이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채권을 물려받은 아들이나 딸의 이름이 국세청 '블랙리스트'에 등록되면 자신들이 표적으로 떠오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무기명장기채는 증권금융채권, 중소기업구조조정채권, 고용안정채권 등 모두 세종류로 모두 올해안에 만기가 돌아온다.
세 채권의 발행규모는 3조8천7백억원이었지만 이자를 합친 만기 원리금은 5조2천억원에 달한다.
한편 B은행 프라이빗뱅킹팀 관계자는 "강남지역 거액자산가들은 재작년말부터 부동산을 처분하기 시작, 지금은 대부분을 현금화해둔 상태"라면서 "현금은 안정성이 높은 정기예금이나 MMF MMDA 등에 예치하고 있으며 부동산과 주식은 조금만 더 떨어지면 사겠다는 판단이 우세한 편"이라고 전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