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창업시대'] (4) '서울대 벤처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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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라는 타이틀과 사업은 무관하다.오직 실력으로 차근차근 성장해 나갈 뿐이다"(송병준 게임빌 대표)
공부벌레 서울대학생 사이에서 창업붐이 일고 있다.
입학과 동시에 아이템을 고민하며 예비사업가의 길을 개척하는 재학생에서 졸업후 곧바로 창업해 고속성장세를 이어 가는 서울대생들이 눈에 띤다.
지난 96년 설립된 서울대의 대표적인 창업동아리 '서울대학생벤처네트워크(SNUSV.NET)'에는 현재 50여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다.
이중 활발하게 활동하는 회원들은 01학번부터 올해 입학한 학생에 이르기까지 20여명 정도.
이들은 여름방학 기간에도 매주 1회씩 전체모임을 갖는다.
가상케이스 스터디는 가장 기본적인 세미나 형식의 활동.
분당과 같은 신도시에 새로운 소매점을 연다면 수익성이 보장되는지,싱가포르에 생수회사를 차린다면 시장성은 어떨지,포털과 게임 사이트의 뒤를 잇는 새로운 인터넷 사업은 무엇인지 등 수많은 문제들을 스스로 제시하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이론적인 학습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하거나 아예 장사에 나서기도 한다.
서울대 로고를 활용한 상품화 사업이나 고구마 속을 파 아이스크림을 채워넣는 새로운 먹거리 사업까지 아이디어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사업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과 감각을 차곡차곡 쌓는 셈이다.
게임빌 이투스 아이틴 아름커뮤니케이션즈 등 현재 건실하게 성장해 가는 이들 서울대 벤처기업의 대표 및 핵심 구성원들은 거의 '서울대학생벤처네트워크' 동아리에서 배출됐다.
서로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창업에 대한 조언과 격려를 통해 차례로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대 벤처기업들의 특징은 크게 교육콘텐츠 사업과 정보기술(IT),투자관련분야로 나뉜다.
대학입시에서 나름의 노하우를 갖춘 이들인 만큼 수능 및 입시교육과 관련된 콘텐츠 사업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공대생들은 게임 인터넷 등에서 기술력을 쌓아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벤처동아리의 1대 회장을 지낸 송병준 대표(29·전기공학)가 운영하는 게임빌의 경우 지난해 유명 TV드라마를 응용한 모바일 게임 '야인시대'로 히트작을 낸 이후 다양한 게임들이 SK텔레콤을 통해 인기리에 공급되고 있다.
또 싱가포르 중국 미국 등 해외 이동통신사에도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학생들이 풀어 쓴 쉽고 재미있는 문제집이라는 '누드교과서'로 95억원(1백30만부)의 매출을 올린 이투스도 김문수 대표(26·응용화학)가 2000년 재학생 신분으로 세운 회사이다.
올해는 기존 출판부문과 온라인 강의사업을 통해 총 2백억원 가량의 매출을 예상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투스의 신화를 뒤따르는 아이틴도 재학생인 권현진 대표(25·기계항공공학 3년)가 세운 회사다.
아름커뮤니케이션즈(하상우 대표·28·전기공학)는 각종 자료파일을 교환하는 유료 P2P커뮤니티와 외부에서 자신의 컴퓨터를 원격제어하는 솔루션 '마이피시'를 개발해 올 초부터 서비스에 들어간 회사다.
재학생 시절부터 정부에서 따온 국책과제를 수행,착실히 창업수업을 마친 뒤 올해부터 직원 6명으로 시작했다.
이밖에 웹사이트 구축 및 네트워크솔루션 개발업체인 TN의 고은수 대표(25·컴퓨터공학)도 같은 동아리 출신이다.
더밸류앤코는 서울대 경영경제학부 학생들이 소속된 '서울대 투자연구회' 출신 재학생들이 지난 1월 창업한 투자전문회사다.
이 회사의 대표는 최준철군(경영학 4년)이 맡고 있으며 김민국군(경제학과 4년) 등이 참가하고 있다.
더밸류앤코가 최근 모집한 VIP사모펀드 1호에 20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더밸류앤코는 어린이대상 투자교육 목적의 경제판타지소설도 곧 출간할 계획이다.
서울대학생벤처네트워크의 권지언 회장(22·재료공학부 3년)은 "앞서 창업한 선배들로부터 생계형 창업보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라는 조언을 듣고 있다"며 "사업자금 조달 등 어려움이 많지만 열정을 갖고 창업을 준비하는 재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