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올인’…멕시코 뚫었다 2만평 땅 무상으로 받고 대규모 공장건설 나서 … ‘북미ㆍ남미는 황금시장’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구조에 대한 우려가 높다. 석유 등을 너무 많이 쓰다 보니 환경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 6종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지 않으면 지구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들어 환경 관련 업체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여러 업체가 참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요즘 들어 아이메카(사장 박지훈)의 이름이 언론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특히 본사를 대구에 두고 있는 지방업체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지만 에너지업계의 뉴리더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평이다. 특히 이 회사는 최근 멕시코에 신재생에너지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해외공장 건설에도 적극 나서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메카는 원래 공장자동화설비 전문업체다. 업계에서는 기술력이 뛰어난 중견업체로 이름을 날렸다. 1998년에는 기업을 공개하면서 코스닥시장에도 등록했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의 체질을 바꿔 신재생에너지업체로 더욱 성가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는 2년 전 합류한 박지훈 사장(35)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이미 그는 아이메카에 합류하기 전 신재생에너지사업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예전부터 풍력이나 태양광이 언젠가는 유망한 사업 아이템으로 떠오를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업무상 외국을 돌아다녀 보고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통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매우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죠. 게다가 교토의정서에 대한 얘기가 계속 흘러나와 언젠가는 국내에서도 대체에너지사업이 크게 각광받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여기에는 현실적인 부분도 많이 작용했다. 다른 분야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어차피 풍력이나 태양광을 이용하는 사업인 만큼 특허 등의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박사장의 이런 판단은 적중했고, 아이메카는 새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저는 전문 엔지니어는 아닙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이후에도 기술 관련 부서에서 일한 적이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술 쪽에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은 셈이죠. 하지만 시장을 보는 눈은 나름대로 정확하다고 자부합니다. 일찍이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3년 아이메카에 영입된 이후에도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힘을 쏟은 것도 이런 믿음이 작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2003년부터 신재생에너지사업을 본격 추진한 박사장은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 이미 국내시장에는 경쟁업체가 적지 않아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봤던 것이다. 특히 그는 시장이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누가 먼저 시장을 공략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보고 전력투구했다. “일단 멕시코에 신재생에너지 관련 공장을 짓는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값싼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데다 위로는 미국과 캐나다, 아래로는 광활한 남미시장이 버티고 있어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죠. 더욱이 멕시코는 적도에 접해 있어 일사량이 많은데다 태풍이 연평균 28회나 지나가 바람을 이용하기에도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봤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문이 쉽게 열리지는 않았다. 더욱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인 까닭에 애를 많이 먹었다. 하지만 박사장은 좌절하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렸다. 군복무 시절 강원도 원통의 GOP에서 장교로 근무했던 박사장은 사실 인내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늘 자신이 있던 터라 언젠가는 멕시코에 입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멕시코 가운데서도 유카탄주 메리다시를 최적지로 보고 관계자들을 부단히 접촉했고, 시장과도 e메일 등을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물론 그들도 처음에는 풍력이나 태양광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냐고 묻는 등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지만 관련 정보와 자료를 성실하게 제공한 결과 아이메카를 파트너로 인정해 주더군요.” 일단 매듭이 풀리자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유카탄정부가 제품생산을 위해 2만평 가량의 토지를 무상으로 지원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아이메카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었다. 곧바로 박사장이 멕시코로 날아갔고, 마침내 지난 5월 공장부지 제공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인식을 가졌다. 아이메카는 멕시코가 제공한 땅에 태양광 모듈라인을 가능한 한 빨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공장건설에 시간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는 만큼 내부적으로는 올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인식이 끝난 후 현지에서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도 가졌다. 내년에는 솔라모듈 및 셀 생산을 위한 시설도 별도로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박사 학위를 받고 국내에서 TIS코리아 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이대웅씨를 CTO로 영입해 맨파워를 강화하기도 했다. 공장건설과 함께 아이메카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제품을 멕시코에 공급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멕시코 GOP사와 5대5 지분으로 현지에 GOP&AIMEKA사를 설립했다. 이미 적잖은 물량도 확보했다. 풍력과 태양광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가로등, 솔라도로표지병 등 15억원 규모의 제품을 공급할 방침이다. 회사측은 추가 협상도 진행하고 있어 연내에 멕시코에서 약 3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멕시코에 막상 가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메리다시의 교통신호등 교체사업권도 따냈고, 태양광을 이용한 펌핑시스템(물을 퍼올리는 시스템) 공급사업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메리다시 경제개발청도 신재생에너지 적용 제품에 대한 구매의향서를 보내와 성과가 아주 좋은 상태입니다.” 신재생에너지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해외투자가들의 관심도 아이메카에 쏠리고 있다. 최근 미국의 KOUSA사와 투자유치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양해각서에는 KOUSA사가 아이메카의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최소 500만달러 이상, 최대 2,000만달러를 전환사채 형태로 투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가도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660원이었던 것이 최근에는 1,200원대를 오르내린다. 지난 8월10일 종가 기준으로는 1,225원을 기록했다. 회사가 잇달아 호재를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이메카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큰 폭의 적자를 감수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출액 87억원에 58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사장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다 신재생에너지 사업분야에서 큰 폭의 성장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사장은 “기존 사업은 대구 사업장의 공장장에게 맡기고 회사의 중심축은 에너지사업에 옮겨놓은 상태”라며 “멕시코 공장에서 제품이 본격 생산되는 2006년에는 에너지 사업부문의 매출액이 3,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 --------------------------------------------------------------------- 약력: 1970년 광주광역시 출생. 89년 광주인성고 졸업. 93년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졸업. 93년 육군학사장교 임관. 전역 후 삼성에서 1년 근무 후 개인사업. 2003년 아이메카 전신인 로패스(주) 부사장. 2004년 아이메카(주) 대표이사 사장(현). 2005년 멕시코 소재 GOP&AIMEKA사 대표이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