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모임&모임] 와튼스쿨 한국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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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전우회 저리 가’…유대감 ‘끈끈’
‘MBA(경영대학원)의 해병전우회다.’ 와튼스쿨(Wharton Schoolㆍ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을 두고 한국동문들이 농담조로 하는 얘기다. 실제로 와튼스쿨 동문들의 끈끈한 연대감은 웬만한 고등학교 동창회 못지않다. 동문활동도 다소 요란스러울 정도로 왕성한 편이다.
‘와튼스쿨 출신’이라는 자부심도 하늘을 찌른다. 와튼스쿨이 하버드 비즈니스스쿨(MBA)과 쌍벽을 이루며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하버드나 MIT 등 명문 비즈니스스쿨의 소극적인 활동과 비교해 보면 튀어도 한참 튄다. 와튼스쿨 출신만의 특별한 뭔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와튼스쿨의 왕성한 활동력은 그들만의 자부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자부심은 차별화된 조직생활에서 나오는 법이다. 속사정은 다소 다를지라도 해병전우회가 그렇다. 와튼스쿨의 커리큘럼은 ‘지옥의 레이스’로 불릴 만큼 어렵기로 유명하다. 이 지옥의 레이스를 통과한 졸업생들의 긍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을 터. 게다가 와튼스쿨은 지난해 에 의해 세계 최고 MBA로 선정될 정도로 최정상급이다. 졸업생 연봉과 취업 후 승진, 교수의 자질과 연구조사 능력 면에서 하버드 MBA를 밀어내고 으뜸자리에 올라섰다.
와튼스쿨은 1881년 조지프 와튼의 기부로 설립된 세계 최초의 경영대학 및 대학원이다. 와튼스쿨은 그동안 과학적 방법론을 경영학 연구에 적용해 소비자연구, 계량경제학, 재무모델링 등에서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내놓으며 명성을 쌓았다.
이러다 보니 세계 각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와튼스쿨의 문을 두드렸고, 와튼스쿨은 결코 폐쇄적이지 않았다. 와튼스쿨의 외국학생 비율은 40%를 넘나든다. 이중 한국학생이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까지 와튼스쿨을 수료한 한국동문은 430여명. 학부졸업생 40명을 포함해 석사 300여명, 박사 80여명 정도다. 해마다 졸업생이 20여명씩 늘어나고 있어 동문회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동문회가 설립된 지도 10년이 넘었다. 동력자원부 장관을 지낸 이봉서 단암산업 회장과 김주진 아남그룹 회장이 제안해 이세훈 한국유리공업 회장의 주도로 출범했다. 그때가 1993년이다. 건전지 제조업체인 최좌진 서통 사장이 이회장에 이어 동창회장을 지냈고, 2004년부터 안용찬 애경 사장이 동창회를 이끌고 있다.
동문들의 면면을 보면 쟁쟁한 인물들이 적지 않다. 재계에는 거물급이 대거 포진해 있다. LG상사 패션부문을 맡고 있는 구본걸 부사장, 의류 OEM으로 크게 성공한 김동녕 한세실업회장, 국내 최고 이동통신회사의 수장인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등이 우선 눈에 띈다.
김기범 한불종금 사장, 박주만 옥션 사장, 박병찬 삼창 회장, 이명우 소니코리아 회장, 이상웅 세방기업 사장, 전재국 시공사 사장 등도 빠트릴 수 없다.
금융계 인맥도 막강하다. 강찬수 서울증권 회장을 비롯해 이웅일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 고문, 정태욱 현대증권 상무, 지동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 최세훈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 대표, 홍석주 한국증권금융 사장 등이 활약하고 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 주우진 서울대 교수 등 학계 인맥도 만만찮다.
규모도 커지고 쟁쟁한 인물이 많다 보니 한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다. 소모임 형태로 자주 모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80년대 후반에 와튼스쿨을 다닌 ‘와튼 80’s’ 멤버들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신배 사장, 안용찬 사장, 이상웅 사장, 장하성 교수, 백만기 김&장 고문 등이 기회만 되면 얼굴을 맞댄다.
이보다 젊은 동문들의 모임인 ‘와튼포럼’도 끈적끈적하다. ‘와튼포럼’은 박찬구 재능교육 상무(기획조정실장), 정영성 제일은행 검사부장, 이준하 현대아이콘스축구단 사장 등 94년에 졸업한 13명이 꾸린 모임으로 2002년에는 이라는 책을 공동번역하기도 했다.
와튼은 모교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해마다 2~3차례 열리는 입학설명회에 장소를 제공하고 사회를 보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활성화에도 시간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매년 개최되는 미주, 유럽, 아시아지역별 글로벌 동문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지난 99년에는 서울에서 아시아동창회가 열렸는데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동문회 총무인 박찬구 재능교육 상무는 “중국이나 일본 동창들이 한국에 오면 꼭 찾을 정도로 글로벌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자랑했다.
권오준 기자 jun@kbizweek.com
INTERVIEW / 안용찬 애경 사장
연간 정기모임만 4회
“입학동기생끼리 만나는 것은 물론 지역, 취미생활, 비즈니스 업종이 같다고 모이는데다 연간 정기모임만 네 차례 열리니 동창회가 끈끈해질밖에요.”
안용찬 애경 사장은 와튼스쿨 한국동창회가 활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985년 와튼스쿨을 마친 안사장은 2003년 최좌진 서통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동창회장에 선임됐다. 안사장이 와튼스쿨에 진학한 것은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격’(?)이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MBA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당시 와튼스쿨에 다니던 초등학교 동창인 지동현씨(현 금융연구원 박사)의 권유로 결심을 굳힌 것이다.
안사장은 와튼스쿨 졸업생의 네트워크가 강한 것은 펜실베이니아대학 인근의 학교가 많지 않을뿐더러 비즈니스스쿨 위상이 점차 올라가면서 자부심을 갖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와튼스쿨의 강점으로 ‘문화와 지식의 다양성’을 들었다. 와튼스쿨 입학생들의 40% 가량을 국가별로 골고루 뽑기 때문에 학교생활에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운다는 것이다. 여기다가 와튼의 커리큘럼은 어떤 MBA보다 빡빡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래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것은 힘들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사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사장은 향후 “학교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구체적으로는 동문들로부터 학교기금을 모아 기증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이렇게 동창회에서 학교를 위해 열심히 일하다 보면 아무래도 한국학생의 입학이 그만큼 더 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안사장은 와튼스쿨 입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더니 유념할 점 네 가지를 들었다.
첫째, 이것저것 다 잘한다는 인상보다 자기만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꾸준히 개발하는 것이 입학은 물론 학교생활도 편해진다는 것. 둘째, 전공분야의 책만 읽지 말고 독서를 폭넓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셋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습관이 몸에 배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체력관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부탁했다.
안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빙긋 웃으며 “여러 MBA 중에서 와튼이 가장 좋다고 써달라”며 은근한 압력(?)을 가했다. 그의 농담에서 와튼 출신의 학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