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칼날이 세계 최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를 향했다.

국세청은 2005년 4월 론스타 등 해외 펀드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여 2800억원을 추징했지만 당시 조사에서는 골드만삭스가 빠져 있었다.

진로 주요 채권자였던 골드만삭스는 2005년 8월 진로 매각 작업이 마무리돼 채권을 회수하면서 그 수익에 따른 법인세를 2006년 3월 신고했다.

국세청은 신고 내용에 대한 분석이 끝나자 곧장 심층 조사에 뛰어든 것이다.

심층 조사는 사무실을 급습해 장부 등을 국세청으로 옮겨와 진행하며 보통 명백한 탈루 혐의가 있을 때 벌인다.

골드만삭스는 진로 매각,국민은행 투자 등을 통해 2조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지만 실제 서울지점이 낸 세금은 수백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간 2조원 넘는 수익



골드만삭스는 1998년 서울 연락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시킨 뒤 투자와 영업을 본격화했다.

특히 진로와 국민은행 투자에서 2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진로의 경우 1998~2002년 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진로 채권을 포함한 부실채권 1조4600억원어치를 액면가의 18.4%인 2740억원에 사들였다.

골드만삭스는 이후에도 채권 매집을 계속했으며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채권 액면가의 7~11%에 달하는 이자수익을 챙겼고 2005년 7월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3조4000억원에 인수할 때 채권 원금을 전액 회수했다.

골드만삭스는 진로 채권을 중간 중간에 팔아 정확한 차익을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1조원 이상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투자에서도 6000억원 이상을 벌었다.

골드만삭스는 1999년 5억달러(5940억원)를 투자해 국민은행 주식 3050만주(9.85%)를 사들인 뒤 이를 매각해 2002년 5589억원,2003년 5450억원을 회수했다.

3~4년간의 배당이익을 더하면 최소 2배 이상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투자도 있다.

2001년 478억원에 산 여의도 대우증권 사옥을 2004년 720억원에 파는 등 여의도 거평마트,강남 메트로빌딩,종로 은석빌딩 등을 사고 팔아 수백억원대의 차익을 얻었다.

또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현대자동차 지분 10% 매입(2000년) △국민은행의 주택은행 합병(2001년)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합병(2002년)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합병(2004년) △롯데쇼핑 기업공개(2006년) 등에서 주간사 및 자문 역할을 맡았다.

대략 건당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동아건설(1대 채권자)과 대한통운(1대 주주·지분율 25.96%) 등에서도 막대한 이익이 예상된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이 실제 국세청에 신고한 세금은 그동안 수백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점은 이 같은 투자는 홍콩의 아시아·태평양 본사와 아일랜드에 설립된 펀드 등이 주도했으며 서울지점은 일부 시장조사 등만 담당하고 수수료를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정사업장 입증이 관건


골드만삭스에 대한 조사는 진로 매각 건에 집중돼 있다.

국세청의 과세 논리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고정사업장(PE·permanent establishment)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사업 전부 또는 일부를 하는 고정사업장이 국내에 있을 경우 국내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IB는 서울지점이 시장조사를 마치면 실제 투자는 조세회피국 등에 펀드를 세워 들어오고 실무는 홍콩지점 직원들이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진로의 경우 홍콩의 골드만삭스파이낸스(아시아)와 아일랜드에 설립한 세나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를 담당했다.

특히 2000~2003년 채권이자 수천억원을 챙긴 곳은 세나인베스트먼트 등이다.

이들은 한·아일랜드 조세 조약에 있는 이자 면세 조항을 활용해 전혀 세금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세나인베스트먼트가 페이퍼컴퍼니로 조세 조약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세나인베스트먼트가 2003년 진로의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 소송대리를 맡은 이용훈 변호사(현 대법원장)에게 수임료를 준 곳은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같이 진로 매각에 서울지점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고정사업장으로 간주해 매각 소득에 대해 법인세 25%(주민세 2.5% 추가)를 매길 수 있다.

두 번째는 이전가격(TP·transfer price) 조사를 통한 것이다.

이전가격이란 국내외 관련 기업 사이에 원재료 제품 용역 등을 공급할 때 적용하는 가격을 말한다.

즉 서울지점이 시장조사 등을 해준 대가로 해외 법인에서 받은 수수료를 지나치게 적게 받아 국내에서 내야 할 법인세를 줄였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에 대해 상당한 세금을 매기려면 이전가격보다 고정사업장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며 "그러나 해외 IB들은 서울지점은 시장조사로 한정하고 주요 업무는 홍콩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 고정사업장으로 간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