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 밀가루로 유명한 대한제분의 밀가루 제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든 밀가루 제품에 동물이 등장하는 것이다. 동물도 곰을 비롯해 독수리,공작,코끼리,고래,암소,토끼 등 총 7종류로 다양하다. 이들 제품은 1952년 대한제분 설립이래 동물 브랜드가 바뀐 적이 없어 5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한다.

밀가루 제품의 동물은 밀가루 등급과 용도를 구분짓는 역할을 한다. 소비자들이 가장 잘 아는 '곰표'는 1등급 밀가루를 지칭한다. 가정용 밀가루(0.5~2.5㎏)에 곰표를 붙여 판매해 널리 알려졌다. 업소용 중력밀가루(10~20㎏) 중 최고급 제품도 곰표를 쓴다.

다른 동물들은 모두 업소용 브랜드다. 업소용 밀가루는 쫄깃하게 하는 성분인 글루텐 함량에 따라 강력밀가루,박력밀가루,중력밀가루로 나뉜다. 강력분 1등급이 빵 피자 만두피를 만드는 '코끼리'이고,그 아래 2등급은 '고래'다.

박력밀가루 1등급은 '암소'이다. 주로 케이크,과자,튀김용인 다목적용은 양조용으로도 적합하다고 한다. 중력밀가루는 1등급 곰표에 이어 2등급이 '독수리',3등급은 '공작'이다. 독수리는 과자와 전분을,공작은 장을 담그는 데 주로 쓰인다.

동물 이름이 아닌 제품도 하나 있긴 하다. 떡용 박력밀가루 1등급이 '반달'이다. 하지만 포장에 상현달과 떡방아 찧는 토끼가 그려져 있어,이 역시 동물이 들어간 셈이다.

대한제분에선 이미 50여년이 지나 제품에 동물 이름을 붙인 이유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동물을 각별하게 생각한 것은 아닌데,노루표 페인트처럼 당시 브랜드에 주로 동물을 붙인 유행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