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악마 연기'…복수가 뭔지 보여주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영화 '악마를 보았다' 주연 이병헌
"어머니가 이를 악물고 봤더니 이가 아프더라고 말하더군요"
최민식과 연기대결 볼만
"어머니가 이를 악물고 봤더니 이가 아프더라고 말하더군요"
최민식과 연기대결 볼만
"주인공의 행위가 정당한지 논란이 일 겁니다. 연쇄살인범을 무참하게 처단하는 복수가 적정선을 넘었으니까요. 감정이입이 안 된다는 관객도 더러 있더군요. 그러나 마니아층은 좋아합니다. 김지운 감독의 최고작이라고 평가하는 감독들도 있습니다. "
'좋은놈 · 나쁜놈 ·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잔혹 스릴러 '악마를 보았다' 주인공인 이병헌의 말이다. 이 영화는 두 차례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장면 등을 삭제한 뒤 '18세 관람가'등급으로 12일 개봉했다. 그는 여기서 약혼녀를 죽인 연쇄살인범 장경철(최민식)을 처절하게 응징하는 국정원 요원 김수현 역을 해냈다.
"어머니가 이를 악물고 (영화를)봤더니 이가 아프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일반 관객들도 '무섭다''세다''역겹다'고들 합니다. 상업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어쨌든 시나리오를 처음 접한 느낌대로 영화가 잘 나왔습니다. '제한상영가'논란 속에 영화까지 나빴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을 겁니다. 관객들도 얼마나 '잔인한지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지 말고 풍성한 내용을 따라가길 바랍니다. "
영화는 처음부터 끔찍한 살육전으로 시작된다. 칼과 망치 톱 송곳 총 등 온갖 도구들이 살육 수단으로 동원된다. 김수현은 약혼녀를 죽인 장경철을 금세 찾아내지만 바로 죽이지 않는다.
그녀가 당한 만큼 처절한 고통을 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살인마를 응징하는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피살자 가족을 또다시 위험에 빠뜨리고 자신도 감춰진 악마성을 드러내면서 보다 복합적인 상황으로 나아간다.
"시종 복수심으로 꾸려가되,분노와 서러움 상실감 등을 보탰습니다. 사실 연기 패턴이 너무 단순해 쉽게 느껴졌어요. 그러나 막상 해보니 어려웠습니다. 무표정한 얼굴에 복수심을 담아내야 했으니까요. 절제된 표정은 관객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넓혀줍니다. 각기 다른 상상으로 이끄니까요. 최민식 선배의 뜨거운 연기와 대조적으로 차가운 분위기를 내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
그렇다고 최민식의 '뜨거운' 연기와 이병헌의 '차가운' 연기 대결이 포인트는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최민식과의 공연으로 안도감을 적잖이 느꼈다고 한다. 최민식의 연기가 에너지와 힘을 뿜어냈기 때문이다.
"영화 액션은 사실적이기 때문에 정말 어려웠어요. 범인과 서로 뒤엉켰다 어디로 쓰러질지 몰랐으니까요. 오히려 할리우드 영화 'GI조'에서의 자객 액션이 쉬워요. 만화 캐릭터의 비현실적인 동작은 상대편과 약속한 뒤 명확하고 멋있게 연기하면 되니까요. "
그는 수현의 복수심과 상실감을 잘 연기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지만 평소엔 연기 연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후배들이 우는 연기를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물어봅니다. 저는 다른 생각을 가져오면 연기에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감정이 한군데로 집중되지 않으니까요. 그 상황 속에 내가 있다고 마인드컨트롤을 할 수밖에 없어요. 스크린에서 제가 그 감정에 흠뻑 빠져 있다면 관객들도 느끼겠지 생각하고요. "
그는 원래 사실적이고 무서운 스릴러를 좋아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호러물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김지운 감독에 대해서는 '스타성과 연기를 겸비한 배우 같은 감독'이라고 평했다. 또 "흥행을 놓치지 않으면서 자기 예술세계도 마음껏 펼친다"며 "예술적인 감성을 풍부하게 지녔지만 여우 같은 머리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동안 쉬다가 내년 봄 차기작 'GI조2'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그는 영화 'GI조'와 드라마 '아이리스'에 잇따라 출연하며 한류배우를 넘어 월드스타로 발돋움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좋은놈 · 나쁜놈 ·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잔혹 스릴러 '악마를 보았다' 주인공인 이병헌의 말이다. 이 영화는 두 차례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장면 등을 삭제한 뒤 '18세 관람가'등급으로 12일 개봉했다. 그는 여기서 약혼녀를 죽인 연쇄살인범 장경철(최민식)을 처절하게 응징하는 국정원 요원 김수현 역을 해냈다.
"어머니가 이를 악물고 (영화를)봤더니 이가 아프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일반 관객들도 '무섭다''세다''역겹다'고들 합니다. 상업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어쨌든 시나리오를 처음 접한 느낌대로 영화가 잘 나왔습니다. '제한상영가'논란 속에 영화까지 나빴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을 겁니다. 관객들도 얼마나 '잔인한지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지 말고 풍성한 내용을 따라가길 바랍니다. "
영화는 처음부터 끔찍한 살육전으로 시작된다. 칼과 망치 톱 송곳 총 등 온갖 도구들이 살육 수단으로 동원된다. 김수현은 약혼녀를 죽인 장경철을 금세 찾아내지만 바로 죽이지 않는다.
그녀가 당한 만큼 처절한 고통을 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살인마를 응징하는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피살자 가족을 또다시 위험에 빠뜨리고 자신도 감춰진 악마성을 드러내면서 보다 복합적인 상황으로 나아간다.
"시종 복수심으로 꾸려가되,분노와 서러움 상실감 등을 보탰습니다. 사실 연기 패턴이 너무 단순해 쉽게 느껴졌어요. 그러나 막상 해보니 어려웠습니다. 무표정한 얼굴에 복수심을 담아내야 했으니까요. 절제된 표정은 관객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넓혀줍니다. 각기 다른 상상으로 이끄니까요. 최민식 선배의 뜨거운 연기와 대조적으로 차가운 분위기를 내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
그렇다고 최민식의 '뜨거운' 연기와 이병헌의 '차가운' 연기 대결이 포인트는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최민식과의 공연으로 안도감을 적잖이 느꼈다고 한다. 최민식의 연기가 에너지와 힘을 뿜어냈기 때문이다.
"영화 액션은 사실적이기 때문에 정말 어려웠어요. 범인과 서로 뒤엉켰다 어디로 쓰러질지 몰랐으니까요. 오히려 할리우드 영화 'GI조'에서의 자객 액션이 쉬워요. 만화 캐릭터의 비현실적인 동작은 상대편과 약속한 뒤 명확하고 멋있게 연기하면 되니까요. "
그는 수현의 복수심과 상실감을 잘 연기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지만 평소엔 연기 연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후배들이 우는 연기를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물어봅니다. 저는 다른 생각을 가져오면 연기에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감정이 한군데로 집중되지 않으니까요. 그 상황 속에 내가 있다고 마인드컨트롤을 할 수밖에 없어요. 스크린에서 제가 그 감정에 흠뻑 빠져 있다면 관객들도 느끼겠지 생각하고요. "
그는 원래 사실적이고 무서운 스릴러를 좋아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호러물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김지운 감독에 대해서는 '스타성과 연기를 겸비한 배우 같은 감독'이라고 평했다. 또 "흥행을 놓치지 않으면서 자기 예술세계도 마음껏 펼친다"며 "예술적인 감성을 풍부하게 지녔지만 여우 같은 머리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동안 쉬다가 내년 봄 차기작 'GI조2'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그는 영화 'GI조'와 드라마 '아이리스'에 잇따라 출연하며 한류배우를 넘어 월드스타로 발돋움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