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앙이 세계 최고의 생수 브랜드로 성장한 데는 200년 전부터 스토리텔링식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구사한 것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

프랑스 에비앙 시(市)의 마르크 프랑시나 시장(62)은 에비앙 생수의 성공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프랑시나 시장은 "1790년 프랑스의 한 귀족이 에비앙 지역에서 요양하며 3개월간 샘물을 마신 뒤 병이 나았다는 얘기를 퍼트리며 1826년부터 샘물을 병에 담아 팔게 됐다"며 "이때부터 에비앙 생수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에비앙 시는 프랑스 동부 알프스 지역에 있는 휴양도시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지역발전국제포럼 2010'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프랑시나 시장을 1시간30분가량 만났다.

▼에비앙 시의 성공모델은 무엇입니까.

"예로부터 청정 알프스 지역의 고급 휴양지로 이름을 날렸던 에비앙 시가 깨끗한 물을 세계에 팔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이후 에비앙시는 생수로 알린 웰빙 이미지를 이용해 다시 휴양지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선순환 모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주요 산업은 무엇입니까.

"수자원과 관광이 가장 중요한 산업입니다. 수자원은 물이 테마가 되는 상품을 중심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에비앙 스프레이,에비앙 스킨케어 등 젊은이들을 위한 제품을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에비앙의 물을 이용한 것입니다. 전혀 새로운 산업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에비앙 시는 프랑스 동부 끝의 산악지역에 있기 때문에 산업 인프라가 좋지는 않지만 이를 역으로 이용해 관광 산업도 활성화시켰습니다. "

▼관광지 에비앙은 생소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에비앙 생수는 알아도 에비앙 시는 잘 모릅니다. 에비앙 시가 생수로 세계에 알려진 것은 1800년 이전이고,이후 물을 이용해 치료를 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1945년까지만 해도 유럽의 고급 휴양지로 여름철에는 물 치료를 받기 위해 방문한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곳이었죠.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관광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에비앙 생수 이미지와 알프스 청정지역의 웰빙 이미지를 살려 관광업을 부흥시켰습니다. 호텔 등 숙박시설을 확충하고 문화전시회 등 행사도 열었더니 여름철에 3만~4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도시가 됐습니다. "

▼골프대회도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에비앙 마스터즈 골프대회를 열게 된 것은 에비앙 시에서 기념적인 사건입니다. 프랑크 리부 현 다논 회장이 중심이 돼 1995년에 골프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올해는 한국의 신지애 선수가 우승했습니다. 제가 트로피를 전달했습니다. 에비앙 골프대회에서 사용하는 잔디는 화학 처리를 하지 않습니다. 살충제를 치지 않는 대신 진딧물을 잔디에 넣어주고,진딧물을 잡아먹는 무당벌레를 키우는 유기적인 방식으로 자연이 순환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

▼문화행사도 관광객 유치에 필수일 것 같습니다.

"최근 '플로탱(flottins)'이란 이름의 행사를 매년 12월5일부터 다음 해 1월초까지 개최하고 있습니다. 레만호에는 다른 지역에서 내려온 나뭇조각이 떠다니는데,플로탱 행사를 통해 나무조각들을 건져내는 정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나무조각을 가지고 조각해 전시회도 열고 있습니다. 이 기간에 거리마다 동화를 읽어주거나 연극 등을 하는 무료 공연을 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TV를 보지 않고 거리로 나와 무료로 읽어주는 동화를 듣고 있습니다. 이제 에비앙은 크리스마스 주간에 많은 사람들이 오는 지역이 됐습니다. "

▼에비앙의 청정 이미지를 가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에비앙 시는 꽃이 많은 도시로도 유명합니다. 프랑스 정부는 1968년부터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한 도시에 상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100개 행정지역 가운데 다섯 곳에 상을 줬는데,에비앙 시가 금꽃 상을 받았습니다. 꽃만 아름다워서는 안 되고 건축물도 수려해야 하며 도시가 깨끗해야 합니다. 깨끗하다고 알려진 스위스 도시보다 더 깨끗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에비앙 시는 거리를 아름답게 유지하기 위해 35명의 정원사가 꽃을 가꾸고 있으며 청소부들은 일요일에도 일을 합니다. 아름답고 깨끗한 도시로 만드는 과정에서도 병충해를 없애는 농약을 치지 않고 천적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

▼생수산업과 관광산업이란 측면에서 에비앙 시는 한국의 제주도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빼어난 관광자원과 좋은 수자원을 가지고 있어도 그 지역 자체의 강한 이미지가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제주도가 물산업으로 성장하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활발한 홍보를 통해 확실한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심어놓아야 수자원이 관광자원으로도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

▼에비앙 생수 마케팅은 어떻게 했습니까.

"에비앙 시가 생수로 유명해진 것은 1800년 이전입니다. 1790년에 프랑스 레세르 후작이 에비앙 지역에서 쉬며 샘물을 3개월간 마셨는데 지병인 신장결석이 완화됐다고 합니다. 이 소식에 영감을 얻은 샘물 주인이 에비앙 지역에 수(水)치료센터를 짓자는 아이디어를 냈고,1826년부터 병에 물을 넣어 판매하게 됐습니다.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마케팅 기법이 200년 전에 도입된 셈입니다. 에비앙 생수의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1829년에 규모는 작지만 최초의 생수회사가 생겨났습니다. 에비앙 시는 이 회사와 1892년부터 2027년까지 에비앙 지역의 샘물을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나중에 이 회사가 BSN이란 회사에 인수됐고 BSN은 오늘날 프랑스의 대표적인 식품업체인 '다논'으로 발전했습니다. "

▼수자원 보호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에비앙 생수의 기원이 되는 고원지대 취수원을 보호하는 활동을 강력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원지대 주변 도시들과 협약을 맺어 로열티를 제공하면서 농사 등으로 수원이 오염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수자원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다논에 2027년까지 에비앙 생수를 판매할 수 있는 독점권을 줬습니다. 에비앙 시에선 누구도 3m 이상 땅을 팔 수 없고 다논의 허가 없이는 물을 팔 수 없습니다. "

▼에비앙 생수가 에비앙 시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클 것 같습니다.

"약 9000명이 살고 있는 에비앙 시에서 에비앙 생수는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생수를 병에 넣는 공장에 1500명,다논 사무실에 3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6000여명의 시민을 에비앙 생수가 먹여살리고 있습니다. 시 운영에 들어가는 돈이 매년 2200만유로인데,이 중 에비앙 생수에서 들어오는 세금이 4분의 1이 넘습니다. "

▼다논 그룹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다논 그룹이 에비앙 시에는 가장 중요한 기업입니다. 모든 젊은이들이 다논 그룹에서 일하고 싶어합니다. 다논 그룹이 에비앙 시민들을 모두 채용할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시가 민간기업의 경영에 참여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분명한 것은 다논 그룹이 에비앙 시에서 기관차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 마르크 프랑시나 시장은…임기 마치면 佛최장수 시장

마르크 프랑시나 시장은 1995년 취임 이후 15년간 에비앙 시를 이끌고 있다. 2014년까지 예정된 임기를 마치면 19년간 시장직을 수행하게 돼 '프랑스 최장수 시장'기록을 세우게 된다.

최장수 시장이 되면 어떤 느낌일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프랑시나 시장은 "아주 좋다. 모든 것이 다 잘됐다고 말하겠다"며 현재 활동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8년 에비앙 시에서 태어난 그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해 은행원이 됐다. 그는 1970년부터 1994년까지 24년 동안 은행에서 일했다. 1977년 정치에 관심을 갖고 우파 정당인 대중운동연합(UMP)에 가입했다. 에비앙 시는 1945년부터 50년간 사회당이 집권한 도시였으나 1995년 프랑시나 시장이 당선됨으로써 50년 만에 우파로 바뀌었다.

시장 취임 이후 에비앙 시의 침체된 관광 산업을 되살리고 세계적 식품업체인 다논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시장친화형 시장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취임 이후 레만 호수 주변에 케이블카를 설치했으며 호텔 등 숙박시설도 정비했다. 뤼미에르궁을 복원하고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어 관광객들을 다시 불러모았다. 현재 프랑스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전국관광도시시장협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