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 결과 부산저축은행과 4개 계열 저축은행이 2년간 총 2조4533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1999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장부를 조작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7.16%로 끌어올려 놓고 후순위채권을 마구잡이로 발행했다는데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하다. 금융감독원이 영업정지 후 다시 검사한 결과 BIS비율은 -50.29%! 완전히 빈껍데기였던 것이다.

더 황당한 점은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가 작년에 총 138일간이나 부산저축은행을 공동검사했지만 이 같은 분식을 전혀 잡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금감원은 작년 상반기 캠코의 부실 PF대출 매입에 앞서 PF사업장을 전수조사까지 하고도 분식을 놓쳤다. 눈 감고 검사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여기에다 부산저축은행이 다른 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3년간 검사 면제라는 특혜까지 줬다고 한다. 감사원도 이 은행의 대주주 비위 정보를 입수하고 PF대출 현장을 직접 조사했지만 밝혀낸 것은 BIS비율이 다소 왜곡됐다는 것뿐이었다. 검사기관들이 모조리 오진(誤診)한 꼴이다. 부산저축은행의 고도화한 장부조작 실력인지 검사기관의 무능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부산저축은행 계열 5곳에는 금감원 출신 낙하산 감사가 4명이나 앉아 있다. 이 중에는 불법대출과 분식회계를 공모한 혐의로 구속된 사람까지 있고 나머지도 불구속 기소됐다. 경영감시라는 감사 본연의 임무는 헌신짝처럼 팽개치고,자신을 감사로 받아준 저축은행에 보은하는 데 급급했던 것이다. 게다가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들은 이미 크게 구멍이 난 저축은행들에 대해서조차 '적정' 의견을 남발해 이들 역시 부실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총체적 부실이었던 것이다.

저축은행들의 부실과 불법은 캐면 캘수록 덩어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10명이 구속기소됐지만 아직 종착역에 이른 것 같지도 않다. 저축은행 중에 더는 문닫을 곳이 없다던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호언장담도 이제는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