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고향 시장·군수-거창] 이홍기 거창군수 "사과의 고장에서 승강기산업 메카로 단숨에 도약할 겁니다"
‘붕정만리(鵬程萬里)’는 ‘붕새(상상 속의 새)를 타고 만리를 난다’는 뜻으로 원대한 사업이나 계획을 세워 먼 장래를 내다본다는 말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경남 거창군의 당찬 의지다. 사과와 화강석으로 유명한 청정지역 거창이 승강기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도시로 비상하고 있다. 오는 3월 거창산업단지 준공을 앞두고 최근 거창을 찾은 신신자 장충동왕족발 사장(58)과 이홍기 군수(54)가 제2 도약을 준비하는 거창군의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장충동왕족발 가맹점주로 시작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신 사장은 ‘장충동왕족발’을 국내 최대 족발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이 군수 역시 거창군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30년 넘게 거창군과 경남도청에서 행정경험을 쌓은 행정 전문가다.

[CEO가 만난 고향 시장·군수-거창] 이홍기 거창군수 "사과의 고장에서 승강기산업 메카로 단숨에 도약할 겁니다"
▶신신자 사장
=오랜만에 고향인 거창에 오니 ‘거창승강기산업밸리’ 광고가 군청으로 들어오는 다리 난간을 비롯해 택시에도 붙어 있어 참으로 놀랐습니다. 전통적인 농업도시에서 승강기 산업을 통해 산업도시로 첫발을 내딛는 것 같아 고향 사람으로서 기대감이 큽니다.

▶이홍기 군수=거창이 산업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선택한 미래 산업이 승강기 산업이에요. 거창승강기산업밸리는 국내 승강기 업체를 거창으로 집적화해 지역경제도 살리고 국내 승강기 산업도 진흥시키겠다는 프로젝트입니다. 농업 기반의 기초자치단체가 그렇듯 거창에도 이렇다 할 기계 제조업이 없어요. 젊은이들은 점차 줄어들고 노인만 농촌을 지키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고향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튼튼한 미래산업 하나를 키우겠다는 것입니다.

▶신 사장=산업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관련 기업의 유치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합니다. 승강기 산업은 본래 수도권 중심의 대도시에서 수요가 많아 관련 기업들이 소비지와 가까운 대도시 주변에 있으려고 할 텐데,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책 등 특별한 계획은 있는지요.

▶이 군수=승강기집적화단지, 승강기R&D지원센터, 한국승강기대학 등이 승강기밸리 프로젝트의 특별계획입니다. 승강기 기업들이 중국이나 일본의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집적화된 산업단지와 연구·개발 인프라, 기술인력 양성이 필요하죠. 우선 2009년 한국승강기대학을 세웠고, 지난해 8월엔 승강기 1차 선도 입주업체 22개 기업이 공동 출자한 거창승강기 주식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이들 업체는 오는 3월 거창산업단지 입주를 위해 건축 중입니다. 승강기R&D지원센터 역시 144억원을 확보해 설계용역 중이고요.

▶ 신 사장=기업이 프로젝트의 중심에 서야 승강기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공동 출자한 거창승강기에 대한 기대가 큰데요. 공동경영을 하게 되면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혁신이 요구되는 민간기업의 경영 방침에 부합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이 군수=거창승강기는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할 것입니다. 22개 승강기밸리기업협의회 회원사와 기업들로부터 지분을 기증받은 한국승강기대학은 주주권리만 행사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계획이고요. 이 회사는 올해 한국형 승강기를 생산해 판매를 시작합니다.

▶신 사장=산업이 발전하면 자연히 인구가 늘고 그에 따른 교육의 필요성도 대두되지요. 거창은 한 해 1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서울대 등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수 인재들이 외지로 나가면 지역 경쟁력이 약화될 수도 있는데요.

▶이 군수=거창은 중학생 수보다 고등학생 수가 많아요. 7개 고교 중 3곳이 자율고로 특색있는 교육을 하고 있어 타지역 우수 학생들이 정원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2005년엔 외국어 교육특구로 지정받아 영어교육 시스템 구축, 경남도립대학 영어마을 조성, 거점 영어체험학습센터 시범학교 운영 등을 통해 교육 활성화에 새로운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5개 학과로 이뤄진 한국승강기대학은 학과 모두 승강기에 대해서만 가르치며 기존 220명이던 입시정원을 지난해 320명으로 늘렸습니다. 올 2월 예정인 첫 졸업생 취업률도 70%대를 기록했고요.

▶신 사장=거창은 특산물인 화강석과 사과가 지역 경제를 이끌고 있습니다. 지역의 신성장동력인 새로운 산업도 중요하지만 기존 산업의 육성을 통한 균형 있는 지역 발전도 필요할 텐데요.

▶이 군수=거창 화강석은 국내 화강석 중 녹 발생률이 낮고 품질이 균일해 각종 건축자재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2007년부터 화강석산업특구로 지정받아 국내 최초로 화강석 연구센터를 설립해 특허 및 디자인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요. 경남 사과 생산량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거창 사과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현대화 사업을 통해 고품질 생산·유통체계를 마련했습니다. 2009년 거창사과대학 운영과 거점산지유통센터 건립, 지난해 10월 거창사과테마파크 개장 등 거창 사과의 품질 우수성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쑥먹고 자란 애우(한우), 애도니(돼지), 애닭이(양계) 등 축산물도 브랜드화해 명품 축산물로 육성할 겁니다.

거창=강종효 기자 k123@hankyung.com

■ 신신자 장충동왕족발 사장, 가맹점주에서 대표로 체인업계 '성공신화'

신신자 장충동왕족발 사장(1954년 거창 양지리 출생)은 체인점 주인에서 대표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신 사장은 1990년대 초반 남편이 운영하던 회사가 어려워지자 1997년 장충동왕족발 부산 동래점을 개점해 살림을 꾸려나갔다. 가맹점 운영 당시 사업 경험이 전혀 없던 신 사장은 성실함과 추진력으로 장충동왕족발 체인본부장과 부산지사장을 맡았다.

신 사장은 2001년 장충동왕족발을 인수했고 지금은 체인점 170여개를 보유하면서 업계 1위에 올라섰다.

청결한 식자재 공급을 위해 2008년 충북 청원에 150억원을 들여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 설비를 갖춘 가공공장과 물류센터를 완공했다. 신 사장 취임 이후 장충동왕족발은 2003년부터 3년간 프랜차이즈협회로부터 우수브랜드 한국프랜차이즈 대상을 차지했고 2008년 모범 납세자의 상, 2009년 지식경제부장관상과 신지식인대상 등을 수상했다.


■ 이홍기 거창군수, 30년 공직 공학박사…산업 유치에 '발군의 실력'

이홍기 거창군수(1958년 거창 대동리 출생)는 거창군과 경남도 등 행정의 최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행정전문가다. 바쁜 업무와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도전정신과 연구하고 공부하는 자세로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도립 거창대 겸임교수를 역임하는 등 지역인재 육성에도 이바지했다. 2010년 명예퇴직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민선 5기 거창군수에 출마해 당선됐다.

7급 공채 출신인 이 군수는 거창군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거창군청 20년, 경남도청 10년 등 30년간 일선 행정을 경험했다.

특히 경남도 민자사업과장과 도시계획과장으로 재직할 때는 산업단지 확대와 대형 국책사업의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조성에 기여해 근정포장, 대통령표창, 장관표창 등을 받았다.

군수 취임 후에는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법조타운 유치, 으뜸교육도시 육성, 거창승강기밸리 조성, 관광경관테마랜드 조성, 귀농천국 만들기, 학교급식센터 운영, 농산물 세일즈단 운영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